파워블로거 ‘핑크팬더’ 이재범 씨. [지호영 기자]
그는 1000권 넘는 실용서적 독서를 바탕으로 초보자들에게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투자법을 ‘천천히 꾸준히’라는 모토로 전파하고 있다. 그의 글이 인기 있는 이유는 투자에 대한 환상이나 헛된 믿음을 논하지 않아서다. 그가 말하는 건 ‘투자 본질’이다. 최근에는 그처럼 파워블로거로 자리 잡고 싶은 이들을 위해 ‘파워블로거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도 펴냈다. 이번 인터뷰는 그의 수많은 관심사 중 ‘주식’에 집중했다.
독서 파워블로거에서 재테크 전문가로
핑크팬더는 어떤 사람인가요.“백수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요. 영어로 하면 프리랜서죠.”
직업이 파워블로거 아닌가요.
“돈을 벌어야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웃음). 블로그 자체로도 돈을 벌려면 벌 수 있겠지만, 많은 파워블로거가 블로그만으로 돈을 벌지는 않아요. 네이버가 수익을 공유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백수가 정확합니다.”
이번에 쓴 책은 ‘주식의 완성 교양쌓기’인데 주식 공부로 교양을 쌓자는 주장이 인상적이었어요.
“대다수 책은 요즘 표현으로 ‘주린이’ ‘부린이’를 대상으로 써왔어요. 스스로가 투자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제 막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 처지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죠. 4~5년 전부터 투자 초보를 위한 ‘주식 교양 쌓기’ 강의를 해와서 그 내용도 많이 담았어요. 출판사랑 계약한 지는 꽤 됐는데, 이번에 빛을 보게 됐네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없어 술술 읽히더라고요.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고 블로거로서 리뷰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주식도 같은 맥락에서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접근했어요. 어떤 영화가 뜨고, 어떤 가수가 잘될 거 같으면 해당 엔터사에 투자했는데, 생각보다 수익이 괜찮았어요.”
핑크팬더만의 투자 원칙을 좀 더 설명해주세요.
“최근에는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청춘기록’을 리뷰하다 배우 박보검의 입대 전 마지막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하기 좋을 것 같아 했는데 성공했습니다(웃음). 거기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도 만든 곳이거든요. 주식을 살 때 그 회사 상품의 작품성과 흥행 가능성을 보고 들어간 거죠. 위지윅스튜디오는 ‘승리호’ 같은 작품에서 CG(컴퓨터그래픽)를 담당한 회사인데, 역시 가능성이 보여 투자했죠. 디즈니플러스 이야기가 나올 때 관련 회사로 래몽래인이 있었는데 거기도 투자했고, 그 시기 확 떴어요.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보다 주가를 보고 사는 경향이 있어요. 최소한 포털사이트 증권 섹션에서 궁금한 기업의 당기 영업이익이라도 살피고, 그 기업이 뭘 하는지는 알고 투자하길 권합니다.”
장기투자를 선호하나요.
“한 번 살 때 3~5년은 바라보고 삽니다. 그런데 최근 산 주식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까지 넷플릭스 ‘스위트홈’ 등 다양한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주로 100% 이상 올랐어요. 3~5년을 본다고 해도 이게 1000% 수익이 날 때까지 들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일부는 매도했죠. 갑작스럽게 오른 건 또 갑작스럽게 떨어지더라고요.”
성공한 얘기도 좋지만 망한 얘기도 궁금합니다.
“70% 가까이 손해 본 적 있어요. ‘주린이’ 시절인데, 투자 정보 관련 카페를 들어가 보다 ‘여기가 좋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 회사가 있었어요. 지금으로 치면 케이블 컨버터를 만드는 회사로, 유럽에도 수출한다 하고 너도나도 산다기에 안 사면 안 될 거 같았죠. ‘카더라’만 믿고 샀는데 해당 기업에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어어어어’ 하다 손해를 크게 보고 뺀 기억이 나요.”
현재 수익률은 얼마나 되나요.
“종목마다 달라요. 지금도 어떤 종목은 -20%예요. 수익률보다 총자산이 늘어나는 데 포커스를 두고 투자합니다. 직접 투입한 돈도 있지만, 적립식으로 자동 투자되게 한 돈도 있어서 매월 1일 자동 이체한 돈은 주식에 무조건 투자합니다. 수년 뒤 총자산이 늘어날 수 있도록요. 수익률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100% 수익이 났어도 1억 원을 넣어 그렇게 수익이 나야 좋지, 소액을 넣어 100% 수익 나는 게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외국 주식에도 투자하나요.
“국내 주식만 해요. 제가 미국주식 정보를 꿰뚫을 정도로 영어가 안 돼서요(웃음). 미국 투자를 하는 분들도 해당 기업을 이해하고 투자하기보다 유명하고 잘나가니까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직은 한국주식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선에서 재테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주식 가르치는 그만의 방법
[지호영 기자]
“바이오나 배터리는 유망한 분야지만 현 시점에 저렴한지 생각해보면 선뜻 매수하기가 어렵습니다. 바이오 회사 대부분이 매출은 있는데 당기순익은 좋지 않아요. 어떤 기업은 심지어 자영업자 매출보다 못하죠. 아무리 꿈과 희망을 먹고 크는 분야라지만 ‘한 방’까지 희망고문이…. 그래서 저는 투자 아이템을 주로 실생활에서 찾아요. 최근 투자를 못 해 아쉬웠던 건 스마트폰 게임 ‘쿠키런’을 만든 회사 데브시스터즈였어요. 아이들도 쿠키런을 하고, 아이들 친구들도 하기에 관심이 생겨 기업을 살펴보니 주가가 날아올라 있더라고요. 자녀가 게임에 빠져도 너무 뭐라 하지 말고, 그 기업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로 삼으세요.”
너도나도 주식에 열중하는데, 아이에게도 주식을 ‘교양’처럼 가르치나요.
“관심 없다는 아이는 내버려두고, 관심 있어 하는 아이에게 설날에 받은 용돈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 명의 계좌를 만들어줬어요. 기업은 마음대로 고르고 투자해보라 했는데 1년 동안 연습한 결과가 마이너스더라고요. 그래서 안 하겠다는 걸 한 번만 더 해봐라, 단 당근으로 1년 후 수익이 나면 그 돈을 주고 손해가 나도 원금은 주겠다고 제의했어요. 그래서 다시 주식투자를 했는데 그때 아이가 투자한 게 카카오였어요. 1년이 지나 돈을 찾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카카오가 많이 올랐을 때라 (아까워) 더 갖고 있어보라 했는데 이미 500% 수익이 났다고 냉큼 빼더군요. 그 뒤에도 오르는 걸 보고 아이도 많이 배운 거 같아요. 이제는 혼자 주식을 하는데, 내일 오전 9시에 어느 기업 주식을 사야 하니 깨워달라고 말하기도 해요. 땡 치면 사야 된다고요. 스스로 필요를 깨달으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재테크를 하게 돼 있어요.”
이 세상 수많은 ‘주린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주식을 오래 하면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됩니다. 물론 박살나는 경험도 하죠. 주식이 뭐 그렇지 하는 생각으로 임하세요. 책에도 썼지만, 돈을 얼마 투자했고 그게 반 토막이 났는데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라면 그 돈을 투자할 그릇이 아닌 겁니다. 그럴 때는 투자금을 줄이세요. 1000만 원이 800만 원이 됐지만 잠이 잘 온다는 건 그 정도는 투자할 수 있는 그릇이라는 거죠. 그릇을 조금씩 키워가며 보는 눈을 높이면 됩니다.
한 가지 더, 투자금이 완전히 0원이 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기억하세요. 상방은 무한대지만 하방은 정해져 있습니다. 상장 폐지되지 않는 한 50만 원에서 -50%가 되고 거기서 또 -50%가 되더라도 0원까지는 한참 멀거든요. 100만 원 정도로 마음껏 ‘투기’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재미 삼아 주식투자를 해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100만 원 넣고 밤에 잠이 안 온다? 그럼 액수를 줄여 주식을 ‘체험’해보세요. 참, 어떤 경우에도 미수는 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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