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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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모으기 운동’ 너나 하세요?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0-15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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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 모으기 운동’ 너나 하세요?
    1998년 1월.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의 저력은 살아 있었다. ‘금 모으기 운동’이 전국을 휩쓸면서 아기 돌반지, 남편에게 받은 결혼반지 등 장롱 속에 숨어 있던 금들이 십시일반 모였다. 이름 없는 민초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위기에 처한 국가에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뿐이었다.

    당시 한 은행 지점장은 “금을 맡기려는 시민들이 출입문까지 장사진을 이뤄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해외 언론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전하면서 한국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008년 10월.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10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때마침 국정감사 기간. 말 많은 국민 대표들께서 환율 안정과 달러 확보를 위해 한 말씀씩 하신다.

    “전 국민이 동참하는 ‘외화통장 만들기’를 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범국민적으로 진행된 ‘금 모으기 운동’처럼 ‘달러 모으기 운동’을 벌이자.”(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개인적으로 집에 미국 동전이 500달러 정도 있는데 범국민적으로 달러 모으기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는가?”(친박연대 양정례 의원)



    바야흐로 2008년판 금 모으기 아니 ‘달러 모으기 운동’이 벌어질 태세다. 1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지만 두 사건 사이에는 큰 공통점과 작은 차이점이 있다. 큰 공통점은 역시 이번에도 무능한 정부정책에 국민만 골병든다는 것이다. “경제에 이상 없다” “환율 상승이 오히려 수출에 효과적이다”라며 두 손 놨던 정부와 정치권이 아니던가.

    차이라면 외환위기 당시에는 금을 모았지만 지금은 달러를 모으자는 정도다. 아, 또 하나 있다! 당시에는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염치없이 달러 모으기를 운운한다.

    10년 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자체도 슬프지만 그보다 더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 벌이는 놈 따로 있고, 일 처리하는 님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 운운하며 애국심에 호소하기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 필요한 것 아닐까. 달러는커녕 똥값이 됐다는 원화 지폐 하나도 아쉬운 사람들은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국민이다. 잘못된 문화재 관리에 불타버린 숭례문도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책임을 떠넘겼던 사실을 기억하려나? 금 모으는 것도 달러 모으는 것도 다 좋다. 하지만 일단 스스로의 기억들부터 모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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