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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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역주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1-10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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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역주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새해 들면서 많은 경제 관련 기관이 경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예측이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방향은 대체로 일치한다. 또 한국 경제가 해외 변수에 의존하는 만큼 새해 경제 예측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권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약세와 유로권의 강세, 그리고 일본의 약진으로 압축되는 2007년 세계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는 어떤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

    최근의 경제 예측 가운데 이채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어떤 경제지표보다 중요한 단기금리가 세계경제 흐름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광풍 잠재우기 절대 고삐 놓지 말아야

    콜금리를 중심으로 한 단기금리는 금융정책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정책 당국이 현재의 우리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단기금리가 새해에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면서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은행 총재의 신년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엔 어느 때보다 물가안정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물가안정은 금융긴축과 사실상 같은 말이다. 금융 당국의 긴축 의지는 지난해 지급준비율 인상과 함께 예고되긴 했지만 압축 강도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새해 들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초강력 억제’로 급선회해 금융 당국의 긴축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은 유럽과 일본은 금리인상, 미국은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과 일본은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경기하강을 우려하는 미국은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한국 경제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오히려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 역주행 정책’ 이면에 부동산 광풍이 있음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아파트값 폭등의 주원인인 과잉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고육지책’ 때문에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가 찬물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주장도 그런 반발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확실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미온적인 대처는 내성만 키우면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살아 있는 한 모든 국민이 부동산에 ‘올인’하는 망국적 부동산 광풍은 언제나 일어난다.

    아파트값이 주식가격처럼 오르고 내릴 수 있는 선례를 이번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시중자금이 시장경제의 흐름에 순응하게 된다. 일본식 장기침체가 두려워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은 경제를 망치는 일이다.

    단기금리 상승에도 장기금리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경제 예측으로 미루어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설사 경기가 일시적으로 침체되더라도 우리 경제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바꿀 수만 있다면 결코 헛된 비용은 아닐 것이다. 한국 경제의 역주행은 그래서 당분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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