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4

2006.02.28

‘미래와 경제’가 두뇌 … ‘고사모 우민회’는 손발

줄잡아 20여개 모임 부채꼴 형태로 포진 … 총괄관리 시스템 없어 약점으로 지적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2-22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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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와 경제’가 두뇌 … ‘고사모 우민회’는 손발

    문국현 유한킴벌리 회장, 최인기 민주당 의원,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김상하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덕봉 전 총리공보수석, 강운태 前 의원, 김기운 초당약품 대표(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건 전 총리는 1975년 11월부터 79년 1월까지 전남지사를 역임했다. 고 전 총리는 당시 지역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초당모임’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임 멤버들과 그 후 30여년 삶의 궤적을 함께 그렸다. ‘초당’은 원년 멤버인 초당약품 김기운 회장의 아호를 딴 것. 김 회장의 설명이다.

    “내 고향이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 초당산 부락인데 이곳에서 공부한 선비가 높은 벼슬을 했고, 그 선비가 나중에 초당을 호로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초당모임은 지금도 매년 4~5차례 모임을 가진다. 지난 12월 서울 종로구청 앞 한정식 집에서 식사를 한 것이 가장 최근의 회동. 멤버는 강운태 전 내무장관과 전석홍 전 의원, 이준범 전 전남지사, 윤근환 전 농림부 장관, 김창식 전 교통부 장관 등 20여명이다.

    ‘보름회’도 요즘 고 전 총리 곁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다. 장·차관을 지낸 인사들 중심으로 결성된 보름회는 매달 15일에 모인다. 민주당 최인기·신중식 의원과 김홍래 지방행정연구원장 등이 이 모임에서 고 전 총리와 술잔을 기울이는 지기들.

    외부에 노출 안 된 조직도 많아



    문민정부 마지막 내각의 각료 출신들로 구성된 ‘문경회’도 보폭을 조절하며 고 전 총리의 주변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과 유종하 전 외무, 심우영 전 총무처 장관 등이 이 모임에서 고 전 총리의 후견인 구실을 하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인맥은 36년 공직생활 중에 형성됐다. 국무총리(2회), 장관(3회), 서울시장(2회), 국회의원(초선) 등 대통령을 빼고는 안 해본 것이 없는 고 전 총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내밀었고, 가는 곳마다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을 만든 배경도 사람도 다르지만, 한번 모임을 만들면 그들 대부분은 평생 고 전 총리와 연을 맺었다.

    그렇게 만든 모임이 줄잡아 20여개. 짧게는 1~2년, 길게는 30년이 넘는 이런 모임 가운데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조직도 많다. 고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인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고려대 산학협력단 연구교수)조차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김 전 수석은 “보름회, 기린회에 대해 말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그런 모임도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고 전 총리는 모임이 공론화되는 것을 꺼린다. 모임에 속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맥을 관리하는 측근을 두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고건 사람’에 대해서는 오로지 고 전 총리만 전모를 안다.

    고 전 총리는 13대 총선 당시 민정당 공천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고 전 총리는 “밥이나 먹자”며 낙선자들을 끌어 모아 기상천외한 모임을 만들었다. 낙선자들의 오갈 데 없는 신세를 빗대 만든 ‘오리알회’가 그것. 모임의 한 관계자가 “고 전 총리 아니면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모임”이라고 표현한 이 모임의 멤버는 이영일, 박범진, 이민섭, 길승흠, 이만섭 전 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고 전 총리의 대권가도에 차출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후문.

    ‘미래와 경제’가 두뇌 … ‘고사모 우민회’는 손발

    2005년 9월12일 고건 전 총리가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심대평 충남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챙기는 고 전 총리의 부지런함은 해외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유학 시절(83년) 고 전 총리는 ‘상록회’라는 테니스 모임을 만들었다. 상록회 멤버들은 벌써 20년 넘게 매주 토·일요일 오후 홍릉의 산업연구원 테니스 코트에서 라켓을 잡는다. 손수익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국찬표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안영섭 명지대 북한학 교수,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 등이 고 전 총리의 테니스 파트너들이다.

    총리 시절에는 공무원과 기자를 상대로 모임을 만들었다. 이때 만들어진 모임이 고언(高言)회. ‘고언’은 고 전 총리와 언론을 뜻한다.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도 비슷한 모임을 만들었다. 김 전 수석은 “고 전 총리와 관계된 언론 모임만 6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들 모임은 고 전 총리의 상황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일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제공한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중심으로 만든 모임도 있다. 민주당 신중식, 우리당 이호웅·김부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등이 이 모임의 멤버들. 그런가 하면 ‘화목회’는 경기고 52회인 고 전 총리의 고교 후배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이다. ‘고건을 생각하는 모임’의 성격이 짙은 이 모임은 고 전 총리의 정치적 강약과 진퇴, 기승전결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고 전 총리는 고시 13회 동기들과도 매달 13일 얼굴을 맞댄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 이효계 숭실대 총장, 김영진 전 한나라당 의원, 선준영 전 유엔대사, 노건일 전 교통부 장관 등이 그 면면들.

    지방선거 앞두고 인맥과 조직 전진 배치

    고 전 총리가 유력 차기 대선후보로 이름을 올린 요즘은 자발적으로 돕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측근은 “지금 인맥으로도 18개 부처와 청와대 인사를 마무리할 수 있고, 쇄도하는 인맥까지 감안하면 지자체까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장·차관 출신만 100여명에 육박한다는 것.

    지방선거를 앞둔 고건 캠프는 최근 인맥과 조직을 전진 배치시키는 기색이 엿보인다.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종으로만 연결됐던 모임이 횡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 대표적인 조직이 1월23일 창립총회를 가진 ‘한국의 미래와 경제를 위한 모임’(‘미래와 경제’Great Korea Form). ‘미래와 경제’는 △국정이념, 철학분과 △경제분과 △사회복지분과 △교육분과 △통일, 외교분과 등 분야별로 전문가를 포진시키고 고 전 총리에게 제왕학 강의를 할 준비를 끝낸 상태다.

    ‘미래와 경제’에는 학계와 경제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고 전 총리 인맥이 총망라됐다. 김상하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박권상 전 KBS 사장,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신수연 전 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등이 발기인 대표. 발기인으로는 고병우 한국경영인협회 회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 노기태 국제신문 사장, 박무종 코리아타임즈 사장, 성대석 한국언론인협회 회장, 송자 전 연세대 총장, 윤경로 한성대 총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신당 창당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파문을 일으킨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한미준’. 위원장 이용휘)도 고 전 총리의 외곽 조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한미준은 정치를, ‘미래와 경제’는 경제를 맡고 우민회는 인터넷 공간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미래와 경제’가 두뇌 … ‘고사모 우민회’는 손발

    1월20일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창립대회 모습.

    고건 전 총리의 아호인 우민(又民)을 따서 만든 ‘고사모 우민회’(고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진다. 현재 회원 수는 6000여명.

    ‘동숭포럼’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 정경균 서울대 명예교수, 한종훈 아프리카 미술박물관장 등 고 전 총리의 오랜 지인들이 동숭포럼의 핵심 멤버들. 7~8명이 매일 아침 집 근처 찻집에서 만나 티타임을 가진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동숭동팀’도 있다. 이 조직은 2000년 고 전 총리가 서울 민선서울시장 후보 시절 선거사무실을 자택인 동숭동에 마련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이곳에서 일했던 인사는 우리당 정동영(기획팀장), 김한길 의원(방송팀장),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전략홍보팀장),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정책팀장), 김진수 총회신학연구원(사무국장) 등 10여명. 동숭동팀 멤버 중 정치인을 제외한 대부분은 최근에도 정기적으로 고 전 총리를 만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21C 한중교류협회 고문으로도 활동한다.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이 회장인 이 모임에는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나웅배 전 경제부총리, 권오기 전 통일부 장관, 한승수 전 경제부총리,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등 전직 장·차관들이 중심이다.

    현역 정치인 고 전 총리 인맥도 관심사

    현역 정치인들 사이에 포진한 고 전 총리의 ‘인맥’도 관심사다. 먼저 열린우리당 내에 고 전 총리의 고정 팬이 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박병석 의원은 99년 고 전 총리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이호웅·김성곤·신학용 의원은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라는 학연으로 고 전 총리와 연결된다. 이밖에도 최승용 의원 등 이런저런 연으로 연결되는 우리당 내 고 전 총리의 잠재적 우호세력은 30여명에 달한다.

    2월8일, 고 전 총리는 우리당 김근태 상임고문을 만났다. 당 관계자들은 회동 자체보다 회동을 성사시킨 막후 채널에 관심을 보였다. 사전 실무 논의에서 고건 쪽 ‘대리인’이 우리당 안영근 의원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안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우리당이 고 전 총리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 전 총리와 접촉한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향후 대권가도에서 ‘고건 변수’가 여당에 끼칠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사례다.

    야당에도 고 전 총리를 애타게 찾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과 강운태 전 농림부 장관이 대표적인 고건 지지파. 이들은 국민중심당, 민주당을 고 전 총리와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내무부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강 전 장관은 고 전 총리의 ‘복심(腹心)’으로 불릴 정도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파푸스(PAFUS) 포럼’ 결성도 주도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건봉’이라는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과 함께 과천 청계산 산행에 나섰는데, 고건의 ‘건’과 봉우리 ‘봉’자를 의미하는 ‘건봉’의 젊은이들이 바로 파푸스 회원들.

    ‘미래와 경제’가 두뇌 … ‘고사모 우민회’는 손발

    2005년 5월8일 고건 전 국무총리가 이화여대 학생들과 동숭동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호프미팅을 하고 있다.

    20대 젊은이부터 사회 원로까지, 지역과 계층을 뛰어넘는 고 전 총리의 인맥은 화려하고 촘촘하다. 그러나 조직의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정치인들의 조직과는 구별되는 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측근은 이를 “뭔가 허전하다”는 말로 설명했다. 여타 정치인들에 비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끈함이 부족하다는 것. 오랜 세월 고 전 총리를 지켜본 한 전직 장관의 설명이다.

    “고 전 총리의 리더십은 3김(金)과 달리 드라이하다. 보스와 계보원이라는 연대감이 떨어지고, 그래서 충성심도 상대적으로 약하다(상자기사 참조).”

    “바람이 나무를 가만두지 않아”

    고 전 총리는 모든 조직과 인맥을 자신을 중심으로 부채꼴 형태로 펼친다.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총괄관리 시스템이 없는 이런 조직의 허점은 때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단면을 엿볼 수 있었던 예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잠잠해진 ‘고건 신당’ 창당설이다.

    2월14일 새벽 3시,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은 정적을 가르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이날 조간신문에 고건 전 총리의 신당 창당 기사가 실렸고, 이를 확인하려는 정치권 및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친 것. 그러나 김 전 수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보도 내용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기사가 났느냐”는 반문에 기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을 더욱 곤혹스럽게 한 것은 그 다음 상황이었다. 보도 경위를 파악하려 했지만, 전화를 할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 결국 김 전 수석은 이날 새벽 수습방안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이 같은 조직 상층부의 총괄 시스템 부재는 때로 조직의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인터넷 고사모 우민회가 심한 노선 투쟁에 빠졌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이 단체는 ‘순수 고건 팬클럽으로 남자’는 의견과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적극적인 정치세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견이 충돌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주변의 이런 움직임에 아직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나무는 가만있으려 하지만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로 고 전 총리의 현재 입장을 표현했다. 그는 최근 창당을 시사한 ‘한미준’에 대해서도 “고 전 총리의 뜻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가 움직임으로써 활동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군소정당의 의원 및 관계자들, 그 주변을 에워싼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한미준과 어울려 고 전 총리의 정치활동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고 전 총리의 차기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의 첫 번째 과제는 느슨한 형태로 산개(散開)된 주변 조직부터 하나로 묶는 작업이 될 것이다.

    고건 前 총리의 용인·용병술

    2% 부족한 리더십 … 사람 많지만 충성심은 미지수


    ‘미래와 경제’가 두뇌 … ‘고사모 우민회’는 손발

    2004년 4월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이 비행기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고건 전 총리는 사람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쓰기 전에 다각도로 검증해 하자가 없는 사람을 데려다 쓴다. 한번 쓰면 절대로 버리지 않고, 또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고 전 총리의 참모로 활동 중인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이 보는 고 전 총리의 인사 및 용병술은 교과서적 원칙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 전 총리는 이런 원칙에 직무와 관련한 몇 가지 선택기준을 추가한다. 이어지는 김 전 수석의 설명.

    “일에 대한 열정은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고 전 총리의 지론이다. 청렴에 대한 소신도 대단하다. 공직자가 작은 이익을 취하는 것보다 청렴하게 처신하는 것이 길게 보아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기준에 비춰 사람을 볼 때도 많다.”

    주변에서는 고 전 총리의 이런 리더십을 3김(金)의 용병술과 곧잘 비교한다. 고 전 총리는 뒤를 봐주거나 남모르게 슬쩍 용돈을 집어줘 사람을 관리하는 법이 없다.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는 카리스마보다 ‘다들 모여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자’는 협치(協治)의 리더십에 무게를 둔다. 결국 3김과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측근을 관리하는 셈이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이라고 접근했다가 손해를 본 케이스는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인사청탁을 했다가 불이익을 받은 공직자도 수없이 많다. 의리나 온정주의로 인간관계를 구축해온 사람들은 그런 고 전 총리에게 인간적 호감이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한 측근은 “고 전 총리의 이런 리더십은 측근들의 충성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3김의 충복들처럼 목숨까지 바치겠다는 충성심을 찾기 어렵다는 것.

    ‘이런 일을 이렇게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건의와 의견 개진은 있지만, ‘내가 책임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언이 많지 않은 고건 캠프의 특징도 이런 리더십 스타일에서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모든 것을 다 바쳐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고건 캠프의 요즘 고민이 여기서 비롯된다. 한 측근은 고 전 총리의 스타일을 ‘2% 부족한’ 리더십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같은 원칙주의에 입각한 고 전 총리의 용인·용병술이 21세기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을 빼고 안 해본 것이 없다. 그런 경험과 경륜, 직관을 보좌하려면 웬만한 식견과 능력으로는 부족하다. 한 측근은 “장관을 두 차례 정도 역임해본 경험과 안목, 상황대처 능력 등을 갖춰야 고 전 총리를 제대로 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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