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엉기적거리는 경찰

‘1억 녹취록’ 나왔는데 출국금지도 안 해… ‘김병기 부인 법카 의혹’ 내사도 무마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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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6-01-09 1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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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전 원내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전 원내대표. 뉴스1

    “2022년 조진희 당시 서울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누가 썼는지 여부는 경찰이 강제수사 없이도 파악할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라고 본다. 조 전 부의장은 동작구 식당들에서 자신의 업무용 법인카드가 결제됐을 당시 구의회에 참석해 여러 차례 발언까지 했다. 조 전 부의장 본인이 결제한 게 아니라면 누가 법인카드를 썼는지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규명하면 될 일 아닌가. 당시 경찰 담당자는 ‘구체적 근거를 대라’는 반응이었는데 그걸 파악하는 게 경찰 몫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부인이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2024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한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공익신고센터) 관계자 A 씨는 1월 7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당시 공익신고센터 신고를 접수한 권익위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으나, 동작경찰서는 8월 27일 ‘입건 전 조사 종결’(내사), 즉 불입건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내게 출석 요구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는데, 최근 언론 보도에서 제기된 의혹처럼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김 전 원내대표 측은 최근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특별수사’ 주역 검찰 해체 앞둬

    경찰이 민주당의 공천헌금 의혹과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등 대형 사건 수사를 도맡으면서 경찰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 권력형 비리 등 대형 ‘특별수사’ 주역이던 검찰은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됐고 10월이면 조직 자체가 아예 폐지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수사를 접은 상태다. 경찰 안팎에선 “경찰의 높은 수사 역량과 함께 ‘검찰과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기회”라는 기대감과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서 국민 눈높이를 못 맞출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국가수사본부. 뉴시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국가수사본부. 뉴시스

    경찰 수사력의 1차 관문은 민주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해당 사건이 배당됐지만 초반부터 잡음이 생겼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의원(무소속) 측에 공천헌금 1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시의원 출국 이틀 전인  29일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사건 배당 및 기초 조사를 이유로 출국금지를 미루다가 신병 확보를 못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경찰은 김 시의원 측과 귀국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출금금지 근거를 확인하고 실제 법무부에 요청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경찰이 김 시의원을 의도적으로 봐줬다고 단언하긴 힘들다”면서도 “출국 후 관계자들끼리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만큼 귀국 후 바로 김 시의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수사에서 사실관계를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작구의회 부의장, 법카 결제 당시 ‘회의 중’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 배우자와 관련된 수사에서 ‘봐주기’ 의혹도 사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들이 경찰에 “김 전 원내대표가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국민의힘 ‘친윤석열’ 의원을 찾아가 동작경찰서장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2024년 5월 김 전 원내대표가 동작경찰서가 작성한 자신의 내사 관련 서류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5월 동작경찰서는 권익위로부터 이첩받은 김 전 원내대표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부의장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내사 중이었다. 

    권익위 신고 당시 공익신고센터 측은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조진희 전 부의장의 의정활동 기록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가령 동작구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2022년 9월 20일 조 부의장 법인카드로 동작구 소재 식당에서 오전 11시 51분 14만 원, 또 다른 식당에서 오후 6시 38분 20만7000원 원이 결제된 기록이 있다. 그런데 같은 날 동작구의회 행정재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법인카드 명의자인 조 부의장은 회의 내내 동작구 공무원을 상대로 질의응답을 한 기록이 나온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 1분 개회해 12시 23분 정회 △오후 2시 31분 다시 개회해 오후 6시 34분 정회 △오후 6시 37분 다시 개회해 6시 38분 산회했다. 법인카드가 결제된 식당들은 당시 노량진역 부근에 있던 동작구의회(지난해 9월 장승배기역 인근 신청사로 이전)에서 도보 13∼14분 거리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동작경찰서는 당시 조 부의장 법인카드가 결제된 식당 인근에서 구의회 행사가 있어 다른 구의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했을 개연성이 있고, 김 전 원내대표 부인은 피부과 진료를 받은 점이 확인된다는 이유 등으로 사건을 불입건했다. 

    강선우 의원(왼쪽)과김경 서울시의원. 뉴시스·김경 서울시의원 페이스북

    강선우 의원(왼쪽)과김경 서울시의원. 뉴시스·김경 서울시의원 페이스북

    경찰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서도 해를 넘겼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본부장 등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으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치인은 입건하지 못했다. 해당 사건 수사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맡게 됐다. 

    “경찰, ‘정치 DNA’ 행태 재현하면 위기” 

    전문가들은 경찰이 최근 맡은 중요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게 약하고, 그렇지 않은 이에게 강한 ‘하이에나식 수사’로 논란을 빚었는데, 경찰 또한 지난 역사에서 정권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정치적 DNA’ 행태를 보였다”며 “현재 경찰은 여러 굵직한 사건을 맡아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자칫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과거 정치적 DNA를 재현할 경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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