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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럽 재정위기 후폭풍 최악의 상황 놓고 대책 세워야

‘3대 시나리오’로 본 한국 경제…수출 부진으로 성장세 둔화 불가피

  •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ys@seri.org

유럽 재정위기 후폭풍 최악의 상황 놓고 대책 세워야

유럽 재정위기 후폭풍 최악의 상황 놓고 대책 세워야

그리스 아테네에서 10월 19일 시작된 ‘48시간 총파업’에 참가한 시위대원이 방독면을 쓰고 불타는 가판대 옆을 지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구제금융 추가 자금 110억 유로를 얻기 위한 초긴축 법안을 1차 통과시켰다.

세계경제가 유럽발(發) 광풍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리스는 긴축목표 달성에 실패해 6차분 구제금융 80억 유로를 받지 못하고, 유럽 내 3, 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도 재정문제 악화로 강등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고 실물경제 전망도 비관적으로 바뀌는 상황. 국내에서는 이러다 2008년 같은 위기가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유럽 재정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과연 그 각각의 시나리오는 한국에 어떤 후폭풍을 미칠 것인가. 또한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시나리오1 질서 있는 그리스 채무조정

먼저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이른바 ‘질서 있는 그리스 채무조정(Orderly Restructuring)’이 진행되는 경우다. 현재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자체 노력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 만약 그리스 상황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전개된다면 유로화체제가 붕괴될 수 있으므로 유로존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유로존 회원국은 그리스의 채무를 탕감해주고 유로존에 잔류시키는 방안을 선택하리라는 게 첫 번째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그리스와 유로존 국가 모두에 이 시나리오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발생 확률 70%에 해당할 만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한 현재 유로존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 경우 그리스는 채무가 대폭 탕감돼 국가부채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유로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그리스 국채 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이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른 유럽국가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수 있겠지만 유럽 금융기관이 도산하거나 돈을 구하지 못하는 신용경색 사태는 없을 것이다.

시나리오2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



두 번째 시나리오는 첫 번째와 달리 그리스 채무조정에 대한 유로존의 사전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화를 탈퇴하는 경우다. 유럽 각국이 정치적 이해관계 차이로 그리스 채무조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재정위기가 발생한 국가에 지원할 수 있는 유럽재정안정기금 규모도 늘리지 못할 경우에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Disorderly Default)가 유럽 중심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유럽 각 은행에서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부 은행이 도산하는 등 금융 불안이 확대된다. 하지만 유로존 회원국 및 국제사회는 이를 좌시하면 유로화 체제가 붕괴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라도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 덕분에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 사태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중심국의 재정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시나리오3 유럽 중심국으로 재정위기 확산

마지막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성은 가장 낮지만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한 후에도 유럽 내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해 디폴트의 후폭풍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중심국으로 확산되는 경우다. 이러면 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번지면서 유로화 해체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또한 유럽 은행이 무더기로 도산하고, 이들이 해외에 보유한 돈을 회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대외충격에 취약한 일부 신흥국은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다. 즉 2008년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 재정위기 후폭풍 최악의 상황 놓고 대책 세워야
유럽 재정위기 후폭풍 최악의 상황 놓고 대책 세워야
높은 대외의존도 때문에 경제 불안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의 질서 있는 채무조정’이라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국내에서는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진 않는다. 일단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보면 외환건전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상수지는 2010년 3월 이후 흑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단기외채 비중은 하락했으며, 최근 외환보유액은 2008년 11월(2005억 달러)에 비해 1028억 달러 증가했다. 112% 선이던 은행 예대율이 98.4%로 하락하는 등 은행건전성 역시 좋아졌다.

2008년 위기 이후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줄일 여러 조치를 시행 중이라는 점도 금융 충격의 강도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700억 달러 체결,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 등 대외적으로도 한국의 위기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장치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10월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체결은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로 인해 해외 경제 불안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양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액(통관 기준) 비율은 2010년 한 해 동안 87.9%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비중(KOSPI, 시가총액 기준)은 2011년 10월 11일 기준으로 32.8%다. 실제로 2011년 8∼9월 외국인은 주식 및 채권시장에 각각 7조2000억 원 순유출, 1000억 원 순유입됐는데, 이 가운데 유럽계 자금은 각각 4조4000억 원과 3조2000억 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실물경제의 경우에도 한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다. 선진국이 재정긴축으로 인해 저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신흥국도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바로 타격을 받는다. 이는 유럽과 미국 경제성장률의 1%포인트 하락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씩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만 봐도 분명해진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도 가계부채 문제와 고물가에 따른 민간 소비 부진, 재정건전화 필요성 고조에 따른 경기부양 여력 약화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세계경제 부진을 만회할 만한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2012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11년 4.0%보다 낮은 3.6%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이 정도라면 두 번째, 세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리스에서 무질서한 디폴트가 발생하거나 재정위기가 유럽 중심국까지 확산될 경우 선진국 경제는 정체되거나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는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이탈하는 등 신용경색이 발생하게 될 테고, 실물경기 또한 급랭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이후에도 경기부양 정책을 펼 여력이 약하기 때문에 2008년 위기 직후 나타났던 급속한 경기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요 리스크 요인 선제적 대응 필요

이렇듯 상황에 따라 몰려올 각각의 파고에 대항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택할 수 있는 대응법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단기적으로는 국내 위기 재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추가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중앙은행(ECB)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 민간 또한 차입선을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 등으로 다변화해 외환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경기 급랭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 경제 상황에서는 통화·금융·재정정책을 중립적으로 유지하되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책을 미리 챙겨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공조를 통해 과도한 자본 유출입을 억제하고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방안을 추진하며, 내부적으로는 대외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유지와 단기외채 축소 등 외환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견지하는 한편, 수출과 내수의 동반성장을 통해 높은 대외의존도를 완화해나가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책이다.

기업의 경우 대내외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율 급등과 신용경색, 실물경제 위축 같은 주요 리스크 요인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원화 환율이 급등할 경우 수입 원자재의 가격이 얼마나 상승할지 환위험 노출 여부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신용경색에 대비해 금융권이나 대형 거래선의 재무안전성을 파악하는 일에도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보유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주거래 금융권의 신용도나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일도 빠뜨려선 안 된다. 특히 세계경제 둔화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1.10.31 810호 (p34~36)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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