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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ㅣ아홉 번째 쇼핑

쇼퍼홀릭도 허벅지 찌르며 책 읽는 계절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쇼퍼홀릭도 허벅지 찌르며 책 읽는 계절

쇼퍼홀릭도 허벅지 찌르며 책 읽는 계절
세계적인 경제혼란과 월스트리트의 몰락에도 ‘신상’은 나오더라고요. 아니, 다른 해보다 올 가을 겨울의 신상은 한결 더 윤기가 흐르고, 폭신하고 반짝거리는 것 같습니다. 패션디자이너들이 경제 상황의 변화에 가장 둔감하다는 말이 과연 틀리지 않나봐요. 특히 이번 금융불안의 진원지인 미국 뉴욕 디자이너들이 ‘비싸 보일수록 스타일리시’하던 좋은 시절의 기분에서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고 비꼬는 이들도 있더군요.

얼마 전 미국의 유력 신문사가 발행하는 특별판 패션매거진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신나고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빵이 없으면 과자 먹어(살찌는 건 책임 안 진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오호, 하고 귀가 쫑긋 서는 그런 기사였습니다. 또 마리 앙투아네트를 코주부 아줌마로 그렸던 혁명파 화가 다비드가 변절해 그린 나폴레옹의 럭셔리 대관식을 보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기사의 주제는 ‘지난 5년 동안의 물가를 살펴보자. 옥수수나 기름, 의료보험 같은 생활필수품에 비하면 샴페인이나 퍼펙트한 청바지처럼 ‘사소한 생필품 항목(little necessities)’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거였어요. 아, 물론 역설적이고 풍자적인 의미(라고 생각해야)겠죠.

하지만 기사를 본 쇼퍼홀릭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기름 값은 5년 전 30달러(1배럴)에서 137달러(7월)까지 올랐다가 이제 겨우 60달러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샴페인은 13달러(1잔)에서 17달러로 별로 오르지 않았잖아. 샤넬 선글라스는 5년 전 290달러에서 350달러로, 페이퍼데님 진은 150달러에서 190달러로 올랐고 발렌시아가 명품가방은 1073달러에서 1495달러로 ‘겨우’ 400달러 올랐네. 국제 곡물시장에서 옥수수는 그동안 3배로 올랐는데 말이지. 아니, 연예인들이 자주 온다는 그 유명한 카페의 카푸치노 값은 5달러 그대로군. 이번 기회에 눈독 들였던 선글라스 하나 ‘지르고’ 카푸치노 한잔 마시고 돌아와?



저도 기사를 보는 동안 잠시 정신이 혼미해져, 패션업계는 땅 파서 장사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러니까 이 기사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역설이 아니라 사실을 진지하게 전달하고 ‘지름신’을 논리적으로 설득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거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상분에 원화 환율을 곱해보니 집 나갔던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하지만 확실히 값이 떨어진 ‘사소한 럭셔리 생필품’들이 있어요. 일요일에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2008 북쇼’에 갔더니, 새 책을 세일해서 팔던걸요(중고, 아니 ‘빈티지’도 있습디다). 어느 쪽이냐 하면, 책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사소한 사치품’에 속하잖아요. ‘북쇼’는 11월16일까지 열린다니 훌륭한 분들이 추천한 ‘잇북’들 쇼핑해보시길 바라요. 저는 정가 9000원의 책을 3000원에 샀어요. 책 제목은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Mouse on Wall Street)’입니다. 똑같은 뉴욕 아이템이긴 한데, 마음이 허한 건 왜일까요?



주간동아 2008.11.18 661호 (p64~64)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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