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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ㅣ간통과 사랑

법과 감정 사이 배신과 애정의 이중주

간통죄 합헌 결정에도 달라진 시선 실감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법과 감정 사이 배신과 애정의 이중주

법과 감정 사이 배신과 애정의 이중주
10월30일 헌법재판소는 탤런트 옥소리 씨 등이 제기한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4(합헌)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합헌 결정으로 기존과 달라진 것은 없지만 헌재 재판관 과반수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의견을 밝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위헌을 주장한 일부 재판관은 “성(性)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이 변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상자기사 참조). 그리고 ‘성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이 변한 만큼 간통 혹은 결혼제도 밖의 관계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도 조금씩 변화를 거쳐가고 있다.

간통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들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난 그저 남편 하나 더 갖겠다는 것뿐인데….”

“차라리 별을 따달라고 해!”(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중)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인기다. 한 여성이 두 남성과 결혼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2년 전 원작 소설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데 이어 영화 역시 개봉 2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일부에선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불편하다’고 비판하지만 ‘일부일처제에 대한 신선한 문제제기’라는 호평과 함께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의미’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정윤수 감독은 이번 영화뿐 아니라 전작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도 결혼제도의 모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모두가 옳다고 믿고 지키려는 관습’인 결혼제도는 다양한 변화를 겪은 현대사회의 수많은 구성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엔 불합리한 면이 많다”며 “(두 편의 영화는) 수많은 감정을 뭉툭한 제도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밝혔다.

“위험한 얘기인지도 모르지만, 간통 역시도 감정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쪽에서는 ‘배신’이라고 보겠죠. 하지만 결혼했다고 해서 배우자를 소유했다고 할 수 있나요? 결혼으로 배우자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는 게 옳은 걸까요? 간통 자체보다는 각 개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정윤수 감독)

법과 감정 사이 배신과 애정의 이중주

간통은 오래전부터 사회적으로 금기시돼 왔다. 사진은 호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주홍글씨’의 한 장면.

이처럼 간통에 대한 ‘다른 시각’은 최근 대중문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코드’ 가운데 하나다. 물론 안방극장에서는 늘 ‘결혼 밖 사랑’이 넘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관계들이 좀더 복잡다단해졌다. 의붓언니의 남편과 사랑에 빠지거나(MBC ‘흔들리지 마’), 연하남과 바람나 남편을 폭력남편으로 매도하는 여성이 등장하며(KBS ‘내 사랑 금지옥엽’), 때로는 형수와 시동생이 서로 다른 상대와 바람피우다 모텔에서 마주치기도 하는(SBS ‘가문의 영광’) 상황이 연출된다. 물론 여전히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은 바람난 남편을 둔 ‘본처’지만, 바람에 대처하는 방식은 다채롭다. 이들은 하염없이 님을 기다리는 대신 요부로 변신해 복수하거나(SBS ‘아내의 유혹’) 맞바람으로 대응한다(SBS ‘아내와 여자’, MBC ‘내 인생의 황금기’).

영화나 TV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 판타지’라면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간통’ 혹은 ‘결혼 밖 사랑’은 ‘뜨거운 감자’다. 기혼여성의 자유로운 성과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최근 4~5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의 사회 진출, 성 인식 변화에 비례한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예전에는 가족 내 갈등요인을 ‘가부장적 가치’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요즘에는 그 양상이 복잡하고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남편의 외도가 여전히 훨씬 많지만, 최근에는 아내의 외도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남편들도 종종 만나요. 여성의 사회 진출과 무관하지 않죠. 예전에는 남편들이 아내의 외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쪽이었는데, 최근에는 가정으로 돌아오면 용서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일선 경찰 수사 관계자 역시 “예전에는 유부남과 미혼여성의 간통 사례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둘 다 기혼인 이중간통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트클럽, 노래방 도우미, 인터넷 등을 매개로 돈을 벌고 재미도 보겠다며 바람피우는 주부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남편이 아내를 간통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간통죄로 고소하는 경우는 의외로 흔치 않아요. 1년에 10건 정도? 그중에서도 실제 기소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절차가 복잡한 데다 이혼할 때 위자료를 받는 데 도움이 안 되거든요. 최근엔 그냥 이혼하고 위자료를 좀더 받지 하는 분들이 많아요.”(경찰 관계자)

법원 통계에 따르면 간통죄로 기소된 피고인은 2006년 1181명, 2007년 1190명, 올해는 8월까지 537명이다. 그리고 그중 80% 이상이 부부간 합의로 고소를 취하했다. 이는 간통죄가 사문화돼가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0년간 간통죄 실형선고율도 크게 감소했다. 1998년 21.1%였던 실형선고율은 지난해 4.1%에 그쳤다. 100명 가운데 4명이 실형을 사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은 26.1%에서 52.0%로 2배가량 증가했다.

간통에 대한 ‘변하지 않은’ 물음들

“간통이라는 게 결국 성과 관련된 이야기, 남녀 간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죠. 그게 예전과 무에 그리 변할 게 있겠어요.”

법률사무소 ‘나·우리’의 이명숙 변호사는 20년 가까이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혼 사유 가운데 80% 이상이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고 말하는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간통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부부는 늘고 있는 데 비해 그 양상은 여전히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 번의 실수도 있긴 하지만 이혼에 이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오랜 시간 간통해온 경우가 많아요. 최근엔 이른바 ‘맞바람’류의 간통이 더러 있긴 해도,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더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건 과거와 마찬가지죠. 간통을 하는 사람이 ‘내 사랑만은 애틋하다’고 생각하는 점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태도예요.”(이명숙 변호사)

‘쿨’한 게 미덕이라는 요즘 세상에도 배우자의 간통에 ‘쿨’하게 반응하기란 쉽지 않다.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를 통해 배우자의 간통 여부를 추적해달라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더 많아졌다. 한 심부름센터 관계자는 “간통 추적 의뢰가 주된 수입원 가운데 하나”라면서 “하루에 3~4건의 간통 관련 문의전화를 받고 그중 10% 정도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간통 추적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에요. 여성은 보통 30대 중후반, 남성은 40대 초중반이죠. 다들 결혼생활 10년 정도 되면 권태감을 느끼잖아요. 단, 남성들은 의심 가는 문자메시지 하나만 봐도 바로 추적을 의뢰하는 데 반해, 여성들은 5~6년간 의심만 하면서 끙끙대다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혼을 결심한 뒤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잡으려고 의뢰해오는 사람도 있지만, 현장을 잡고도 코앞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막상 확인하면 (헤어지기가) 두려운 거죠.”(심부름센터 관계자)

간통 이모저모

현장 잡으려 덮쳤다가 오히려 주거침입죄로 유죄 판결


간통 유형도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전엔 쉽게 볼 수 없던 이 시대의 간통 사례 몇 가지를 추렸다.

●A씨는 한 흥신소에 아내의 간통을 추적 의뢰했다. 흥신소 업자는 A씨 아내를 뒷조사하던 중 그가 남편의 간통 여부를 확인해달라던 또 다른 의뢰인 B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는 모두 회사 직원, 초등학교 동창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다.

●C씨와 D씨는 C씨 아내에게 간통사실을 들켜 간통죄 처벌 위기에 처하자, 다시 간통을 할 경우 모든 재산과 양육권을 넘기고 이혼할 것을 내용으로 한 각서를 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또 간통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E씨는 내연녀가 생기자 아내와 가족을 캐나다로 유학 보낸 후 기러기 아빠를 자청했다. 타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2년 만에 귀국한 E씨 아내는 남편의 오랜 간통 사실을 알았고 곧 이혼소송에 들어갔다.

●F씨는 1년 넘게 외도를 해온 남편의 간통 현장을 잡기 위해 내연녀의 집에 들어가 부엌과 방을 촬영한 뒤 두 사람을 간통혐의로 고소했지만, 오히려 주거침입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간통 현장의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G씨는 내연남과 함께 동남아 휴양지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역시 다른 남성과 함께 밀월여행을 온 시누이를 만났다. 두 사람은 여행 후에도 여전히 불편한 기억을 간직한 채 어색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H씨는 남편의 오랜 내연녀로부터 “남편에게 또 다른 여성이 생겼으니 간통죄로 고소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황당한 H씨는 수년간 외도를 거듭한 남편과 내연녀 두 명을 모두 간통혐의로 고소했다.

●I씨는 남편 J씨에게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이혼해달라”는 e메일 통고를 받았다. I씨는 처음엔 자존심 때문에 “축하한다. 이혼해주겠지만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변호사를 통해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아이들 문제로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J씨는 결국 법정에 본인심문까지 나서 “이유를 막론하고 아내가 싫다. 싫다는데 왜 국가가 이혼을 막느냐”며 항의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이혼소송 중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변화 과정

6대 3→8대 1→4대 5 위헌 의견 첫 역전


법과 감정 사이 배신과 애정의 이중주

지난 1월 간통죄에 대해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한 탤런트 옥소리 씨.

간통죄의 기원은 아내의 외도를 막기 위한 가부장제에 기초한다. 한국의 경우 고조선의 8조금법에서부터 간통죄가 존재했다고 보는 견해가 통설이다. 과거에는 아내의 외도만 처벌하는 불평등처벌이 많았으나 20세기 들어 여성의 권익신장으로 남편과 아내의 외도가 모두 처벌받는 쌍벌주의로 바뀌었다. 세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닌 쌍방불벌주의를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현재는 한국 필리핀 스위스 멕시코 대만과 일부 이슬람 국가 등에만 간통죄가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제22장 ‘성풍속에 관한 죄’에서 간통죄를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41조(간통)에는 “①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②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간통죄 제정 당시에도 재석의원 112명 가운데 57명이 찬성해 단 1명 차이로 통과될 만큼 의견이 분분했다. 이후로도 간통죄 존폐 논란은 계속돼 1990년 이후로 지금까지 네 차례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다. 이전 세 번의 판결에서는 간통죄 합헌 의견이 우세했다. 1990년에는 6대 3으로 간통죄 합헌 결정을 내렸고, 1993년 결정에서도 1990년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2001년에는 8대 1로 간통죄 합헌을 결정했지만 성의식 변화와 간통죄를 폐지하는 해외 추세 때문에 간통죄 존폐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1월 탤런트 옥소리 씨가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함으로써 촉발된 이번 네 번째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전 판결과 달리 9명의 재판관 가운데 5명이 간통죄에 대한 헌법불합치(위헌) 의견을 내 합헌 의견보다 우세했다. 비록 위헌 결정을 낼 수 있는 정족수 6명을 채우진 못했지만 간통죄를 위헌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를 점하게 된 것이다. 특히 김종대 이동흡 목용준 재판관은 “성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이 변하고 있고,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 간통죄를 폐지하는 추세고 일부일처제, 성적 성실의무 보호 등에 실효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간통죄 처벌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로 적어도 현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원이 바뀌지 않는 2011년 초까지는 간통죄의 효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계를 중심으로 간통죄 폐지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주간동아 2008.11.18 661호 (p34~37)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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