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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김정일 5년 내 쓰러지면 권력세습 못하고 체제 붕괴”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 장교가 쓴 ‘북한 붕괴 충격 시나리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일 5년 내 쓰러지면 권력세습 못하고 체제 붕괴”

“김정일 5년 내 쓰러지면 권력세습 못하고 체제 붕괴”

중국 인민해방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942년 2월16일생.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그가 아프다”고 정보당국은 파악한다. 몸을 추스르고 활동에 나서겠지만 장남 김정남의 표현대로 세월은 속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두 나라는 ‘피로 맺은 우정’을 자랑해왔으나 속마음은 복잡하다.

1990년대 중국에는 북한을 흠집내는 책자가 범람했다. 40세 넘는 중국인은 북한에게서 혈맹을 떠올리지만,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잘 모르거나 ‘옛 중국을 닮은 가난한 국가’로 여긴다.

‘김정일 와병설’이 퍼지면서 북한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보고서가 있다. ‘북조선의 화평연변. 붕괴 및 중국의 대책(北朝鮮之和平演變. 崩壞及中國之對策).’

2006년 말 혹은 2007년 초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보고서는 냉소적이면서도 부정적으로 ‘북한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이 보고서의 필자는 중국 인민해방군 링예(綾野) 대령. 평양의 김일성대와 서울의 고려대에서 수학했으며, 중국 국방대 국제전략연구부에서 일했다.

그렇다면 중국군 엘리트를 키워내는 기관의 북한 전문가가 들여다본 ‘북한의 미래’는 어떨까. 이 보고서엔 일부 중국군 엘리트들의 ‘속마음’도 담겨 있다.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이 담긴 이 보고서가 북한 정보를 다루는 이들에게 유출되면서 징계받았다고 알려진 그는 획득한 고급 정보를 종횡하면서 이렇게 결론짓는다.

“북한 정권은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그는 ‘김정일 정권 붕괴=북한 붕괴’라는 등식을 내놓는다. 원고지 300여 장 분량의 ‘링예 보고서’ 중 흥미로운 대목을 소개한다.

“군은 난리를 진압하는 것으로, 난리를 진압한 후의 평화로운 세상에서 군이 설쳐대면 화근을 남긴다. 군의 폭주가 시작될 것이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는 육체적 이유로 앞으로 예리한 정치적 판단 혹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후계자를 키울 시간도 없다. 따라서 북한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독재를 유지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군의 개혁파와 당의 개혁그룹이 연대하거나, 미국 혹은 한국의 지지를 얻어 ‘평화적인 수단에 의한 정변(和平演變)’이 일어나 새로운 국가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체제 전환은 피할 수 없다. 이 조종(弔鐘) 단계가 찾아오는 것은 먼 앞날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최고 권력자로서의 능력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 누가 후계자가 되더라도 경력, 자질, 권위 부족으로 권력의 누수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중국 미국 한국 등의 영향 밑에 군부가 주도하는 신(新)정권이 탄생할 것이다.”

‘링예 보고서’에는 북한과의 우정을 강조하는 중국으로선 대놓고 거론하기 힘든 표현이 가득하다. 그는 한동안 순풍을 탄 듯하던 북-미 관계가 중국의 국익에는 악영향을 미치리라고 내다본다.

“중국이 앞으로 가장 경계할 일은 북-미, 북-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동아시아의 외교가 미국 주도로 전개되는 것이다. 2006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베이징(北京)에서 회담했을 때 김 위원장은 (김계관 부상을 통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놀라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는 5개 항목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하나가 ‘북한과 미국이 국교를 수립하면 한국보다 더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손안에 있던 북한이라는 외교카드가 미국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그는 북한의 경제 파탄을 붕괴의 핵심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다.

“북한의 경제난은 1990년대보다 나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매년 15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 2001년께부터 중국 기업이 에너지 보급기지의 하나로 북한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금 동 석탄 철광석 등의 ‘자원 이권’을 손에 넣었다. 이로 인해 북한 경제가 조금은 윤택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연못을 말리고 물고기를 잡는’ 방편이다. 이 방편은 결국 천연자원을 고갈하고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책 전환(개혁, 개방)을 할 수 없다. 개혁이 권력 기반에 위험을 초래하면 ‘위대한 부친’ 김일성 주석을 부정하는 것이 되는 동시에 현 체제의 정당성, 정통성에도 의문부호가 던져지기 때문이다. 군이 기득권을 놓치는 시장경제화를 인정할 리도 없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 정권이 데미지를 입으리라 생각되고, 현재대로 경제시스템을 유지하면 자멸하는 방향으로 가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기업에 ‘자원 이권’을 넘기고 경제가 조금 윤택해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연못을 말리고 물고기를 잡는’ 방편이다.”


앞문에는 호랑이, 뒷문에는 이리떼인 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난의 행군’ 때 김 위원장을 구한 선군정치가 체제 붕괴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리라고 내다본다.

“북한에서도 군사비나 인원 삭감이 필수가 될 것이다. 그럼 군의 존재감과 지위가 낮아진다. 군인의 권리 및 생활이 그늘지면 군부의 불만이 조성된다. 그러면서 지식이 풍부하고 시야가 넓은 젊은 관료 세력이 대두할 것이다. 선군정치는 ‘혁명 군대가 주체사상의 핵심적인 힘이고 주력이다. 군대는 인민이며 국가이고 당’이라는 뜻이다. 동양의 정치이념에 따르면 ‘군인은 난세고 치세가 아니다’. 군은 난리를 진압하는 것으로, 난리를 진압한 후의 평화로운 세상에서 군이 설쳐대면 화근을 남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평화로운 세상에서도 군을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자유자재로 그 힘을 이용해왔다. 지금은 김 위원장에게 절대적으로 충성, 복종하고 있으나 그가 (육체적으로) 약해짐에 따라 제어능력이 느슨해지면서 군의 폭주가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중국에서 선군정치를 위험하게 바라보는 그룹의 시각을 소개하면서 이 독트린이 자가당착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선군정치를 반대하는 세력은 이 정책을 ‘목 타는 것을 독 국물로 때우는’ 자살행위라고 본다. 어떤 사람은 군을 ‘강’으로, 정권을 ‘배’로 예시하면서 ‘강은 배를 나를 수 있지만 범람하면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水能艀船 能覆船)’고 표현한다. 조선인민군의 영향력은 밖으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내정은 물론 외교에도 힘을 미친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대(對)중국정책 및 경제정책의 뒤엔 군의 강한 의사가 숨어 있다. 6자회담에 참가하라는 중국의 요청에 북한 외무성은 군에 의사를 묻는다. 군은 김 위원장이 용인한 사안임에도 ‘공짜로 중국에 은혜를 팔 수 없다’는 조건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6자회담에 응하는 조건으로 무상 경제원조 확대와 첨단 군사장비 제공을 요구한다. 군은 자원 배분을 무시한 채 이를 독점해 민생에 돌아갈 자원을 차지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2200만명의 인구가 110만명의 군대를 키우는 데 드는 부담은 국가의 큰 짐이다. 이를 계속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군인 감축도 간단하지 않다. 군 상층부의 저항이 예상되며 선군정치라는 이념에 저촉한다는 문제도 있다. 설령 정리하더라도 삭감된 군인을 받아들일 포스트가 없다. 제대 군인이 사회로 쏟아지면 불안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수년간 제대 군인의 폭력사건이 북한에서 빈발했다는 정보도 있다. 김 위원장의 비호자이던 군이 종국엔 위험인자가 될 것이다.”

“김정일 5년 내 쓰러지면 권력세습 못하고 체제 붕괴”

북한은 중국에 ‘자원 이권’을 넘기면서 경제난과 싸우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비대화한 군을 추스를 후계자가 나타나기엔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김 위원장의 쇠약은 겉보기에도 분명하다. 5년 내에 김 위원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 권력세습은 실현할 수 없을뿐더러 현 체제가 붕괴하고 ‘김씨 왕조’는 종언을 고할 것이다. 5년이란 짧은 기간에 후계자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후계자를 지명하더라도 ‘문정경중(問鼎輕重)’으로 권력 붕괴의 눈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김정일의 후계자를 키우는 움직임은 북한에서 아직 찾아볼 수 없다.”

2007년 초 북-미 관계 개선이 중국을 긴장시켰으나 북-중 관계는 그가 이 보고서를 쓴 시점보다 개선됐다. ‘북중 신(新)밀월’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2008년 7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평양 방문은 북-중 관계가 회복했음을 만방에 알렸다. 그의 예측은 북한을 들여다보는 중국의 시각-특히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권력세습은 실현할 수 없을뿐더러 ‘김씨 왕조’는 종언을 고할 것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2008년 1월)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탈북난민의 지원, 민간 경찰활동을 통한 치안유지 작전을 비롯해 북한 핵시설이 공격받았을 때 발생하는 핵오염 정화, 핵물질 확보 등 환경통제 작전도 세워놨다고 한다.

북한에서 급변이 일어났을 때 현실과 명분에서 가장 ‘움직이기’ 쉬운 곳도 중국이라는 평가가 많다. 베이징은 대화라인이 단절된 서울과 달리 당-정-군에서 북한과 핫라인도 갖고 있다. 이 라인의 대화는 ‘당중앙’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겸 국가주석)에게로 모아진다.

10월9~12일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7기 3중전회)가 열렸다. 중국 공산당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17기 3중전회에서 논의한 결과에 따라 중국은 경제라는 칼을 쥐고 평양에 베이징의 아성을 구축할 것이다. 북-미 대화가 또 한 번 삐걱거리면서 북한에서 중국의 입지가 커졌다. 중국으로의 경제적 예속을 꺼리던 북한이 중국의 우산 아래에 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북-중 관계도 결국은 ‘국익’이라는 명분에 따라 비정하게 흐를 것이다. 첫 단추가 경제다. 링예 대령의 우려와 달리 미국 혹은 한국이 아닌, 중국 주도의 화평연변이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화평연변(和平演變)이란 평화적 수단에 의한 정변을 말한다.



주간동아 2008.10.21 657호 (p48~50)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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