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6

2008.07.29

전쟁의 무서움, 겪어본 자만이 안다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8-07-21 17:2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쟁의 무서움, 겪어본 자만이 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진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지상 최대의 작전’.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결정적으로 돌려놓은 이날의 무게와 의미를 생각하면 원제인 ‘가장 길었던 날(The Longest Day)’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 작전을 승리로 이끈 2차 대전의 영웅 아이젠하워는 전쟁이 끝난 뒤 미국 대통령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뒤 그가 보인 모습은 전쟁영웅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의외라고 할 만하다. 그는 재임 중 분쟁지역에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보고를 몇 번 받았으나 ‘전쟁영웅답지 않게’ 이런 제안을 모두 물리쳤다. 1956년 영국과 프랑스군이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고 이스라엘이 시나이 반도를 침공했을 때 무력사용에 반대한 것도 그였다.

    ‘군산복합체’라는 새로운 적에 대해 경고한 것은 그 의외성의 절정이자 완결이었다.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퇴임식 연설에서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복합체’라는 위협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이젠하워가 반전(反戰)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쟁을 피하고자 노력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전쟁을 직접 겪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진짜 전쟁이란 무엇인지 그 진상을 생생히 체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1944년 6월6일, 노르망디 작전이 벌어진 그날 수십만명의 연합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닥친 전쟁의 진짜 현실 말이다. 지상 최대의 작전이 벌어진 그날의 상황을 다른 눈높이와 시야에서 바라본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도입부는 전쟁의 참혹한 진실을 전하고 있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나간다. 총알이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순간 비명조차 지를 새 없이 한 인간이 스러져간다. 조금 전까지 함께 담배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의 인생이 그렇게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전쟁이란 자신의 팔다리를 잃을 수도 있는 고통과 맞닥뜨리는 것이고,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고통스럽게 바라봐야 하는 일이다. 그건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폴 틸리히가 부딪쳤던 절망의 순간이기도 했다. “인간은 스스로 삶의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자기 확신이 허물어졌다.”

    ‘라이언…’은 극사실적인 전투 장면으로 많은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 ‘MTV 전쟁영화’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전장의, 그 극도의 공포에 직면한 인간의 처지를 과연 얼마나 담아낼 수 있었을까.

    또 전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이다. 이스라엘의 뒤에는 물론 미국이 있다. 남북전쟁 이후에는 자신이 직접 전장이 돼본 적이 없는 미국. 그리고 지금은 진정한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는 인물이 대통령인 나라. 그래서 그렇듯 쉽게 전쟁 가능성을 꺼내드는 건가. 새삼 ‘아이젠하워의 교훈’을 생각게 한다..



    영화의 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