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0

2008.06.17

‘촛불’…‘타타타’…

  • 입력2008-06-09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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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면/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요즘 부쩍, 대학시절 달달하게 취기가 오르면 흥얼거리곤 했던 가수 정태춘의 명곡 ‘촛불’의 한 대목이 떠오르네요.

    문자 그대로 ‘동상이몽(同牀異夢)’입니다. ‘나를 버리신 내 님’(이명박 대통령·이하 MB) 생각에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는 국민들, 역시 ‘나를 버리신 내 님’(국민)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는 MB를 보니 그렇습니다.

    양자가 한 치 물러섬 없이 밀고 당기는 와중에서도 역시 절대적 다수이자 국가의 근간인 국민의 힘은 강하디강합니다. 그야말로 광우병 위험이라는 악재(惡材)를 넘어선 ‘독재(毒材)’에 맞서 유모차 부대까지 앞세운 성난 민심의 표현은 그칠 줄 모릅니다.

    6월2일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가 유보된 데 이어, 이튿날 취임 100일째를 맞은 MB는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며 몸을 낮추긴 했습니다. “국민이 걱정하고 다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했습니다.



    ‘피플 프렌들리’적인 이러한 급반전 자성(自省) 모드는 연장선을 그을까요?

    6월5일 현재, 예측은 어렵습니다. 정부는 쇠고기 파문을 민간자율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려 하지만, 미국과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의 저항은 갈수록 파고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군홧발 진압’과 ‘물대포 직사(直射)’에 격앙된 마당이라 ‘소(牛)’만 있고 ‘통(通)’은 실종된 소통(疏通)은 여전히 쉽게 이뤄지지 않을 듯합니다.

    이번 파문이 장기화될수록 또렷해지는 건 5년 임기 동안 촛불이 하염없이 타오르는 사태가 언제 또 재연될지 모르리라는 부정적 전망입니다. 국민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촛불집회에 쓰인 양초를 누구 돈으로 샀는지, 집회를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며 화부터 내는 MB의 ‘과도한 실용주의’가 먼저 수그러들지 않는 한 말입니다. 선례(先例)라는 것이 향후 발생하는 유사 사례들에 갖는 구속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촛불’…‘타타타’…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촛불 타는) 밤이 찾아오면’ MB로선 또 다른 가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의 가사가 새삼 생각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음음 어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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