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8

2007.06.05

그들을 왜 ‘용병’이라 부르는가

수준 높은 기량 갖춘 국내팀 선수들 … ‘돈 때문에 뛰는 일회용품’ 비딱한 시선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7-06-01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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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까지 울산에서 뛴 브라질 출신의 뛰어난 수비수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수호자’. 원래 발음은 ‘소우자’이지만 수비 포지션을 감안해 구단이 수호자로 등록한 것. 브라질의 마샤도는 울산으로 오면서 골문 안으로 잘 차라는 뜻에서 경상도 방언대로 ‘마차도’라고 불렸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들은 이름을 한글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거친다.

    포항에서 뛰던 히카르도 레센데 실바는 카우보이라는 뜻의 ‘보이야디에로’를 좋아했는데, 너무 길다는 구단의 지적을 받고 ‘보야델’로 등록했다. 문제는 일반 팬들이 ‘보야델’이라는 애칭에서 카우보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경남에서 뛰는 뽀뽀의 이름은 딜손 페레이라 데 포포인데, 전 소속팀 부산의 관계자한테서 ‘뽀뽀’의 의미를 설명 들은 뒤 이 이름으로 등록했다. 애교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이름이다.

    한글로 이름 등록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

    그런데 수원에서 뛴 졸탄 사보는 이전에 같은 팀에서 활약한 루마니아 출신의 올리 선수를 이어받으라는 뜻에서 ‘졸리’가 됐고, 성남을 거쳐 서울에서 활약하는 에두아르두는 이름이 길고 발음하기 어렵다고 하여 ‘두두’로 불렸다. 성남에서 뛴 미오드라그 바실예비치는 고향이 같은 동료 샤샤와 단짝이 되라고 ‘미샤’라 불렸다. 심지어 브라질 출신의 제페르손 다 실바는 브라질 축구의 진수를 보여달라는 뜻에서 ‘아트’라 불리기도 했는데, 본인은 한사코 이 이름을 거부했다고 한다.

    물론 박지성 선수도 유럽에서는 나라마다 ‘파크’ ‘지슝’ ‘빠르흐 지흐슝’ 등으로 불리지만 ‘J.S.PARK’라는 표기를 바꾸지는 않는다. 만약 박지성 선수가 일본(교토 퍼플상가) 네덜란드(에인트호벤) 잉글랜드(맨체스터) 등에서 뛸 때마다 그 언어권의 자의적인 표기로 이름을 바꿨다면 국내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 강렬한 ‘단일민족’ 신드롬으로 당장 국제적인 논쟁을 일으켰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이름을 너무 길거나 발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변경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선수들을 ‘용병’이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승리를 목표로 하는 프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되기는 하지만 이 단어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짓눌러온 군사문화를 느끼게 할뿐더러, 수준 높은 기량을 보여주는 외국인 선수를 ‘일회용품처럼 대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맨체스터나 토트넘의 팬들이 박지성과 이영표를 ‘mercenary(용병)’라고 부르면서 오직 돈 때문에 뛰는 선수처럼 여긴다면 기분 좋을 리 없다. 실제 그렇게 대접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열악한 프로 세계에 와서 젊은 날의 열정을 불사르는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적이 북한인 안영학을 비롯해 데얀, 스테보, 뽀뽀 등은 비록 일본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브라질 출신이지만 모두 부산 인천 전북 경남의 축구팬을 위해 활약하는 뛰어난 국내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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