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8

2007.06.05

대부업법 개정 또 日업체 편들기냐

이자상한 연 60%에 실질적 처벌 규정 없어 ‘하나마나’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5-29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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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채의 덫에 빠진 300만 서민을 살려라.’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금융(대부업) 시장을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5월21일 재정경제부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등록 대부업체의 이자상한을 연 70%에서 60% 수준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다음 날 법무부도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등록 대부업체와 사인 간 사채거래의 이자상한을 연 30%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은 그동안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사채이자 상한선 25%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권에서조차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먼저 이번에 예고된 대부업법 개정안이나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자율 조정만을 골자로 한 개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시민단체는 줄곧 이자상한 인하와 함께 이를 지키지 않는 대부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 규정을 두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정안은 이 부분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일본계 1위 업체 흑자규모 1000억



    시민단체는 또 그동안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일원화에 대해 정부가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한다. “등록 대부업체들이 이자제한법의 저촉을 받지 않고 여전히 연 60%에 이르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이상 이자상한선의 조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의 말이다.

    “대부업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앞장서 60%에 달하는 고이자를 보장하는 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이자제한법은 예외 규정을 둠으로써 오히려 등록업체들의 폭리만 법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 없이는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

    시장 쪽 반응도 비슷하다. 비등록업체의 양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이자제한법에 예외 규정을 둬 등록 대부업체에 한해 이자상한선을 60%로 제한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명동 사채시장 한 관계자는 “이미 일반 서민이 사용하는 사채시장의 70% 이상이 음성화됐지만 단속 규정이나 마땅한 단속 방법도 없지 않은가.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금리 상한을 동일하게 인하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간 18조원 규모로 성장한 우리나라 사금융시장은 330만명이 넘는 국민을 사금융 이용자 겸 피해자로 만들었다. 이들이 이용한 사채이자율은 평균 197%에 달했다(재경부 조사결과). ‘사채가 서민경제 파탄의 주범’이라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반면 지난해 대부업 시장은 초호황을 누렸다. 특히 일본계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업계 1, 2위를 달리는 일본계 대부업체인 아프로그룹(‘러시앤캐시’)과 산와머니는 각각 1000여 억원, 710여 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두 업체의 지난해 순익 규모를 합치면 SC제일은행의 순익(1546억원)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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