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2007.04.17

에이전트에 투자한 이영표 ‘설기현 고객’ 챙기기

  • 노주환 스포츠조선 체육부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입력2007-04-13 1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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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전트에 투자한 이영표 ‘설기현 고객’ 챙기기
    ‘초롱이’ 이영표(30·토트넘)는 참 똑똑하다. 어떤 사람은 그와 얘기하면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미디어의 생리를 잘 알고 있고 기자들이 뭘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린다. 호기심도 많아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면서 기자들의 노트북이나 카메라를 들여다볼 때도 있다. 이영표는 선수 생활 이후의 계획에 대해 묻자 “에이전트(대리인)가 되고 싶다” “기자나 해볼까” 등의 얘기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적도 있다.

    미디어의 천국인 영국에서 이영표는 당당히 살아남았다. 상위권 수준인 토트넘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제 이영표는 그라운드에서만이 아니라 축구장 밖에서도 ‘영리함의 고수’가 됐다. 4월2일(한국 시각) 이영표는 레딩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뒤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설기현(28·레딩)의 결장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영표는 “오늘 다시 느낀 것은 레딩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가 기현이였다는 점이다. 기현이가 빠져 우리가 훨씬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기현을 뺀 레딩 감독(스티브 코펠) 처지에선 달갑지 않은 발언이었다. 이영표는 자신의 발언이 코펠 감독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이영표는 2년 후배인 설기현과 무척 친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주고받는다. 밖으로 새나오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팬들이 궁금해하는 웬만한 비밀들을 터놓고 얘기하며 지내는 사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영표와 설기현은 같은 국내 에이전트사(지쎈)에 소속돼 있다. 또 이영표는 지쎈에 투자한 상태다.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투자 금액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설기현이 지쎈 소속 선수가 되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 이영표다. ‘투자자’ 이영표가 ‘고객’ 설기현을 데려왔다.



    설기현은 뚜렷한 기량 차이가 없는 팀내 경쟁자(글렌 리틀)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며 6경기 연속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영표로서는 누구보다 속이 타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인간적으로나 비즈니스에서나 설기현의 이해할 수 없는(?) 결장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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