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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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별들, 안방극장 컴백 러시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4-13 1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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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로 별들, 안방극장 컴백 러시

    고소영.

    영화는 배우들에게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제작 현장의 분위기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다. 드라마 제작 현장은 영화와 비교하면 한마디로 ‘정신없다’. 쪽대본이 날아다니고 편집이 덜 된 방송이 나가는가 하면, 방영과 편집이 동시에 이뤄지는 일도 비일비재다. 배우들이 느끼는 피곤함은 인터뷰 때마다 늘어놓는 ‘5kg 빠졌다’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대로 묻어난다. 리허설 부족은 때로 부상으로도 이어진다. 이덕화는 ‘대조영’을 찍다 마차에서 떨어져 이가 부러졌고, 에릭(문정혁)은 ‘늑대’ 촬영 중 차에 받혀 방송이 중단됐다.

    이에 비하면 영화 제작 현장은 한결 느긋하다. 사전작업에 충실하고 제작기간과 호흡이 길다 보니 배우나 스태프들은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한다. 당연히 방송보다 높은 집중력이 발휘된다. 그야말로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 분야다. 영화를 찍고 난 배우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말하는 호사도 누리고, 흥행이 잘되면 국민배우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방송으로 데뷔한 연기자들도 영화를 하게 되면 좀처럼 그 맛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성공한 영화배우들이 드라마로 돌아오는 일이란 거의 없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으로 돌아가기 싫은 것이다.

    한류스타 ‘지우히메’(최지우)의 최근 방송 복귀는 그래서 놀랍다. 3년 만에 하는 작품은 MBC 드라마 ‘에어시티’. 최지우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영화 ‘태풍’의 주인공 이정재도 8년 만에 브라운관을 노크한다.

    ‘유턴 배우’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각종 영화제에서 남녀 주연상을 휩쓸던 연기파 배우들이 잇따라 TV로 귀환하고 있다. ‘비트’ ‘언니가 간다’ 등의 영화를 찍은 고소영은 SBS ‘푸른 물고기’로 9년 만에 TV로 돌아왔다.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허브’에서 열연하며 또래 중 최고라는 평을 받는 강혜정도 마찬가지. 그는 KBS ‘꽃 찾으러 왔단다’로 9년 만에 돌아온다. ‘청연’ ‘싱글즈’ 등을 찍은 장진영은 SBS ‘그해 여름’, ‘가족’의 수애는 MBC로 귀환한다. 톱스타 이미연 강수연은 이미 선발대로 드라마에 복귀한 상태다.



    배우들의 방송 복귀가 ‘러시’를 이루는 이유는 뭘까. 혹시 방송 드라마의 제작 환경이 영화만큼 획기적으로 좋아진 건 아닐까. 그러나 방송 관계자들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영화계 침체와 연관된 현상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 한 해 충무로는 무려 120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종래 연평균이던 80여 편을 훌쩍 넘어선 숫자다. 이러한 공급과잉은 영화계에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가져왔고, 후폭풍은 고스란히 2007년 영화계에 한파로 찾아왔다. 지난해부터 준비됐던 영화가 제작비 부족이나 배급 문제로 촬영이 중단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도 거의 끊겼다. 최고 배우와 감독, 시나리오가 마련된 경우가 아니면 투자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충무로 별들, 안방극장 컴백 러시

    강혜정, 최지우, 이정재(왼쪽부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은 영화를 찍고 싶어도 찍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인 방송 드라마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연기 휴지기를 가질 수 없는 배우들의 특성(경제적 문제 또는 조급함)도 큰 이유로 작용한다. 영화배우 이정재가 최근 인터뷰에서 “드라마는 시청률 15%만 나와도 몇백만 명이 본다는 말에 오기가 생겼다”고 한 말은 그만큼 연기활동이 절박했음을 표현한 것이다.

    영화시장에서 한류를 가장 잘 수용하고 열광해온 일본시장이 몇 번의 한류스타 주연 영화의 흥행 참패를 거치면서 차갑게 얼어붙은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했다. 일본 중국에서 통하던 배우들이 영화에서 흥행 부진을 겪자 드라마로 돌아와 한류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

    어쨌든 이 과정에서 TV 드라마 PD들은 신이 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놉시스를 주면 ‘바쁘다’ ‘일정이 안 맞는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톱스타들이 이제는 PD들에게 출연 의사를 표하고 대본을 받아가는 일이 많아졌으니 말이다. 드라마 PD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이제 남은 과제는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배우들이 준비된 연기력과 현실적 절박함을 무기로 양질의 드라마를 생산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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