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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벌써부터 전문성 부족 ‘친정 챙기기’ 논란 … 일부 위원 ‘민원 해결사’역 의혹도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3기 방송위원회는 2006년 7월14일 구성됐지만 방송위원회 노조의 특정 위원에 대한 비토로 7월28일에야 취임식을 가질 수 있었다.

“롯데가 대기업인 만큼 공익성을 실현하는 데 더 적합하다. 따라서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는 승인해줘야 한다.”(A 위원)

“비록 방송위가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우리홈쇼핑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허가한 만큼 정책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도 승인해선 안 된다.”(B 위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했는데, 같은 국가기관인 방송위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국가기관 간 충돌이 생기지 않겠는가.”(C 위원)

“법대로 하지 않으면 롯데 측에서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승인해줘야 한다.”(D 위원)

지난해 12월27일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 전체회의가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승인 문제에 대한 심사를 벌일 때 방송위원 사이에 오간 논란의 일부다. 방송위원들은 이날 논란 끝에 비밀투표에 부쳐 5대 4로 롯데가 약속한 경영계획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롯데는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방송의 공익성을 확보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역경제와 중소기업의 활성화 △매년 영업이익의 4% 사회 환원 △100억원의 기금 출연 등을 약속했다.



주장 앞뒤 안 맞거나 논리 비약

방송법 제15조의 2 제2항에 따르면, 방송위는 방송사업자의 최대 주주 변경을 승인할 때는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등 4개 항목에 걸쳐 심사해야 한다. 방송위 관계자는 “방송사업자의 최대 주주 변경은 신규 승인이나 재승인처럼 비중 있는 업무가 아니어서 심사위원들을 따로 위촉하지 않고 전체회의에서 심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위 전체회의의 심사 과정을 지켜본 방송위 관계자들 가운데는 3기 방송위원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한 사람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만큼 적어도 방송법 제15조의 2 제2항에 규정된 각 항목에 대한 전문가다운 수준 높은 찬반 논쟁을 예상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오히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거나 논리적인 비약을 하는 경우마저 있었다”는 것.

가령 C 위원의 주장만 해도 그렇다. 방송법을 조금만 주의 깊게 읽어봐도 공정위와 방송위의 심사 영역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C 위원의 경우 방송위원으로서 전문성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D 위원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법에 규정된 심사를 하고 있는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법대로’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물론 방송위의 우리홈쇼핑 최대 주주 변경 승인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방송위의 고유 권한인 데다 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은 시장논리에 의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승인 결정 과정에서 방송위가 방송정책과 행정을 책임지는 국가기관다운 모습을 보였는지 여부다. 유감스럽게도 방송위 관계자 가운데는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18일 방송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광주MBC 경고 결정’도 뒷말을 낳고 있다. 방송위 광주사무소는 원래 광주MBC에 과태료 500만원 부과를 건의했다. 광주MBC가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 규칙에 따르면 방송사는 주류 또는 담배회사가 협찬한 사실을 고지할 수 없으나, 광주MBC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를 어겨 문제가 됐다.

그러나 방송위 전체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제재 수준이 크게 완화됐다. 방송위 광주사무소 관계자는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을 때 제재 수단으로 경고가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렇다면 방송위가 스스로 자기 규칙을 위반한 것 아니냐”고 묻자 “방송위 전체회의가 결정한 사항이어서…”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에 대해 방송위 내부에서는 “친(親) MBC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방송위원이 MBC를 위해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쑥덕거림이 나왔다. 그러나 방송위 관계자는 “어느 한 위원이 주장한다고 해서 그대로 의결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당시 방송위 전체회의에서는 제재만이 능사가 아닌 데다 광주MBC 측의 사소한 잘못 때문에 빚어진 일이어서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도 “어쨌든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결정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방송행정 정통한 위원 한 명도 없다?

지난해 7월14일 3기 방송위가 구성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이상희 위원장과 주동황 상임위원이 사퇴하는 시련도 있었다. 그럼에도 방송위는 KBS 이사 추천 등 공영방송 인사, IP TV(인터넷 TV) 시범사업자 선정, 지역 지상파 DMB(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 선정,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방송분야 수호 선언, 한중 방송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승인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했다.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3기 방송위 출범 당시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2기 방송위의 운영 관행을 대폭 수술한 것은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2기 방송위는 위원장 및 부위원장,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3기 방송위는 출범과 동시에 기본 규칙을 개정해 상임위 권한을 축소했다. 비상임 위원들에게도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자리 다툼을 벌인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열린우리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추천 위원 가운데 일부는 서로 상임위원이 되겠다고 다른 위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 로비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법상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 상임위원은 위원 가운데 호선하도록 돼 있다.

다만 마권수 상임위원은 조직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해 전화위복이 된 경우다. 마 상임위원은 원래 부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송위 노조가 방송협회 사무총장 경력을 문제삼아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하자 부위원장 자리를 양보하고 비상임위원이 됐다. 그러나 주동황 상임위원이 사퇴하자 다른 위원들의 ‘동정론’을 업고 자연스럽게 상임위원이 된 것.

시간이 흐를수록 방송위 안팎에서는 3기 방송위에 대한 기대보다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3기 방송위 출범 당시 지적된 전문성 부족을 절감한다는 얘기가 많다. 방송위 노조도 1월2일 성명을 통해 “중요한 현안 처리 과정 속에서 위원들의 한계를 절감하게 됐고,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이상희 위원장 후임으로 선임된 조창현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위원 가운데 방송 행정에 정통한 위원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으로 김우룡, 이종수 위원 등 2명이 있을 뿐이다. 조 위원장은 지방자치를 전공한 학자 출신이고, 최민희 부위원장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했다.

대신 지상파 출신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강동순, 마권수 상임위원은 각각 KBS 감사와 KBS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 임동훈 위원과 김우룡 위원은 MBC 출신이다. 주동황 상임위원 대신 선임된 이종수 위원은 2003년 6월부터 3년간 KBS 이사장으로 재임했다. 여기에 김구동 사무총장마저 KBS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상파 출신 방송위원들에게 방송 정책에 대한 심판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물론 지상파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친지상파’성향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난센스다. 오히려 방송사 근무 경험을 방송행정에 접목한다면 방송위원으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기 방송위 관계자는 “지상파 출신 방송위원들이 그런 좋은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경우를 봤다”고 아쉬워했다.

지상파 출신 쏠림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

‘지상파 출신 위원’에 대한 논란은 1기 방송위 시절부터 제기돼온 문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송위원 구성 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언론학자는 “우리 방송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방송사 출신 인사가 위원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주로 법률가나 교수들이 위원으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다 보니 자연히 “3기 방송위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방송위 노조가 1월2일 발표한 성명에는 “무엇보다 ‘민원 해결사’로 나서는 일부 위원들의 도를 넘는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친정을 챙기기 위한 무리한 주장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침해하고, 사무처에 수시로 전화해 스스럼없이 민원 해결을 지시하고 있다”는 대목도 나온다.

조 위원장은 1월2일 방송위원 및 사무처 직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시무식에서 “방송위원회는 국민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송위 내부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방송위원들이 바로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원 해결사’ 논란부터 없애야 방송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3기 방송위원회 위원
* 열=열린우리당, 한=한나라당
성명·직위 출생지·학력 주요 경력 추천인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조창현

위원장

1935.10.9
.전남 화순

.연세대 법학과

.미국 아메리칸대학원(석사)
.미국 펨부룩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한양대 행정학 교수, 행정대학원장

.한양대 부총장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최민희

부위원장

1960.12.3
.서울

.이화여대 사학과
.월간 '말' 기자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사)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
국회의장

(문화관광위원회-열)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강동순

상임위원

1945.10.7
.서울

.서울대 미술대학
.KBS TV 제작실, 기획제작실 특집1부 부주간

.KBS TV2국 주간, 춘천방송총국 국장

.KBS 심의평가실 실장

.KBS 방송문화연구소 소장

.KBS 감사
국회의장

(교섭단체-한)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전육

상임위원

1946.5.12
.경남 함양

.성균관대 영문학과
.중앙일보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 국장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중앙방송 대표이사

.케이블TV PP협의회 회장
국회의장

(교섭단체-한)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마권수

상임위원

1946.6.5
.전남 장흥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
.KBS '뉴스24시' '남북의 창' 앵커

.KBS 광주방송총국 보도국장

.KBS 해설위원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이사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대통령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이종수

위원

1940.2.4
.충남 서산

.중앙대 신문학과

.독일 베를린자유대

철학부(석·박사)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KBS 이사회 이사장
국회의장

(교섭단체-열)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임동훈

위원

1942.2.15
.전남 승주

.한국외대 독일어과
.MBC 해설위원

.목포 MBC 사장

.국제방송교류재단 방송본부장

.EBS 부사장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이사장
국회의장

(문화관광 위원회-열)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김우룡

위원

1943.7.18
.일본

.고려대 영문학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석사)

.미국컬럼비아대

신문대학원(졸업)
.MBC PD

.방송위원회 심의위원

.한국방송학회 회장

.공익자금관리위원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회이ㅡ장

(문화관광위원회-한)
3기 방송위, ‘우려’가 ‘현실’로?
김동기

위원

1960.10.14
.전남 담양

.서울대 법학과
.김동기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 IT벤처투자 미국 대표

.공인 금융분석가(CFA)
대통령




주간동아 2007.01.16 569호 (p48~50)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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