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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게임기 인터넷서 살판났군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 버젓이 유통 … 사설 게임장 차려 불법 영업 속수무책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사행성 게임기 인터넷서 살판났군

사행성 게임기 인터넷서 살판났군
“성인오락기 살 수 있나요?” “몇 대나 필요하세요? 영업 준비하세요?”

“예. 100대 정도요. 바다이야기 하려고요. 적당한 장소를 물색 중입니다.”

“크게 하시려나 봐요. 영업장도 같이 알아봐 드릴까요? 같이 하실 분도요?”

“연타, 예시 기능 되는 게임기죠?”

“당연하죠. 걱정 마세요. 대당 45(만원)는 주셔야 합니다. 일시불로 주시면 깎아드려요. 한번 오세요. 서울 용산 ○○입니다.”



그 많던 ‘바다이야기’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전국적으로 100만 대 넘게 돌아가던 사행성 오락기들. 지난해 여름 우리 사회를 강타한 ‘바다게이트’ 이후 불야성을 이뤘던 성인오락실의 간판은 모두 꺼졌다. 전국의 경찰서 앞마당은 예시, 연타 기능이 있는 불법 게임기들로 넘쳐났다. 그야말로 ‘분기갱유(焚機坑儒)’였다.

그러나 그렇게 사라질 수는 없었던 것일까. 바다이야기니 황금성, 오션파라다이스 등 사행성 게임기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하루에만 수백 건이 넘는 중고 매물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한 업주는 “하루 평균 1000여 대가 거래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000여 대 거래

중고 성인오락기 매매를 중개하는 판매업자들과 접촉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게임기가 거래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판매업체의 상호와 보유한 게임기 종류, 대수 등이 버젓이 공개돼 있었다. 사행성 게임기의 대명사가 된 바다이야기를 포함해 황금성, 야마토, 오션파라다이스, 양귀비, 디어헌터, 전설의도시 등 종류도 70여 종이 넘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한 판매업자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더니 곧바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네고(가격 흥정)도 가능하다. 한번 방문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취재를 위해 기자의 신분은 감췄다. 몇몇 업자에게는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성인오락기는 취급하지 않는다. 사는 사람도 없고 파는 사람도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이들의 말과는 달리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매물 정보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었다.

유선 : 02-○○○-○○○○

무선 : 011-○○○-○○○○

위치 : 서울

가격 : △△△만원

수량 : 000개

-서브마린, 바다이야기 파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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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이야기 구형 80대 가격 저렴하게 맞춰드립니다.

- 지금 연락 주세요.

☎ 011-○○○-○○○○ 김 실장

게임기들은 주로 ‘오락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오사모)과 한국건전게임문화진흥회(이하 진흥회·구 전국게임사업주비상대책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특히 ‘오사모’ 사이트에는 1월4일 하루에만 600건이 넘는 매물 및 상담광고가 자유게시판과 자유장터에 쏟아졌다.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들의 대당 가격은 25만~45만원 선. 정상가격이 770만원(바다이야기 기준, 부가세 10% 포함 가격)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중고 게임기라 해도 매우 낮은 가격이다. ‘바다게이트’가 터지기 전에는 아무리 오래된 중고기계라도 500만원 이하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품귀현상을 보였던 것과 확실하게 비교된다. 현재 바다이야기 게임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의 말이다.

“한창 장사 잘될 때야 중고가 어디 있었나. 나오기만 하면 사갔다. 부가세 10%(70만원)만 깎아줘도 너도나도 가져갔다. 신품의 경우에는 제조사에 100만~200만원씩 웃돈을 주고 살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비싸봐야 40만~50만원이니 한마디로 세월무상이다.”

전화를 통해 흥정을 시도한 업자들은 기자에게 당국의 눈을 피해 짧은 시일에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 노하우를 전해주면서 게임기를 광고했다. “25만원 정도에 사서 일주일만 단속을 피해 장사하면 기계값은 뽑는다”는 것. 한 업자는 “기왕에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거 단속당하더라도 한번 해보라”며 부추겼다.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도 취해준다. 장소를 알아봐주고 영업도 도와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기는 업자도 있었다. 이 업자는 장소와 보안을 책임지는 동시에 “한 달 이상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대당 100만원에 게임기를 사라며‘맞춤형 흥정가’를 제시했다. ‘바다게이트’ 당시 문제가 됐던 예시나 연타 기능에 대해서도 업자들은 “당연히 된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게임기 매물과 거래 글들이 올라오면 그랬을까. ‘오사모’ 홈페이지 운영자는 “하루 매물 등록건수를 (판매자당) 1일 2건으로 제한한다”는 공지를 올려놓았다. 운영자인 김모 씨는 기자와의 전화에서 “너무 많은 글이 올라와 게시판이 포화상태여서 그런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락실이 모두 문을 닫았던 지난해 여름과 가을에는 대당 10만원에도 사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예시·연타 기능 추가로 탑재

판매업자들은 최근 출시된 게임기일수록, 모니터 수가 많고 클수록 가격이 비싸다고 말한다. ‘양귀비’는 대형 모니터가 두 개여서 비싸고, ‘백경’은 최근에 출시된 기계여서 비싸다는 것. 바다이야기는 가장 값싼 게임기 축에 든다고 업주들은 말했다.

지난해 초 바다이야기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이후 대부분의 사행성 성인오락실들은 문을 닫았다. “전국에 2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오락실 중 90% 이상이 사건 발생 이후 문을 닫았다”는 게 진흥회 측의 설명.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다시 문을 여는 오락실이 늘고 있다. 진흥회 이광호 회장은 “호황기와 비교할 때 지금은 40~50%의 오락실이 영업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업소들이 음성화하면서 제2, 제3의 피해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어차피 빚더미를 안고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많은 업주들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문제가 된 연타, 예시 기능을 탑재한 게임기들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게임기가 주택가 등으로 파고 들어가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 회장에 따르면, 게임기 매매를 중개하는 브로커(판매업자)와 게임장 업주들이 손잡고 주택가 등에 3곳, 많게는 6~7곳까지 사설 게임장을 마련해놓은 뒤 매일 장소를 옮겨가면서 게임장을 열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단속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인터넷에서 팔리는 게임기 중 일부는 분해돼 개인용 컴퓨터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간단한 작업과 프로그램 설치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 업자는 “26인치 LCD 모니터를 탑재한 게임기(바다이야기, 황금성 등 대부분의 게임기)의 경우 이것(모니터)만 따로 팔아도 15만~20만원을 받을 수 있어 많이들 사간다”고 말했다.

그러면 불법 게임기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경찰 측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게임기는 영상물심의위원회의 법적 심의를 통과한 것들이며, 사행성 오락기의 불법성도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락기 거래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 한 경찰 관계자는 “오락기로 사행성 영업을 한 경우에 한해 ‘사행행위특별법’으로 단속하고 있을 뿐”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진흥회 측은 “이미 법적으로 인정받은 게임기와 오락실을 모두 불법이라며 단속하는 것은 실정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바다게이트’ 초기에 무조건 영업을 못하게 막은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였다. 이에 대해 진흥회는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사건 발생 이전에는 건전하게 영업하던 많은 업주들을 오히려 정부가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07.01.16 569호 (p34~35)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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