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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金이든 李(이회창)心全(전두환)心이든 킹메이커 잡고 보자

대선주자들의 러브콜 점입가경 여야 구분 없이 새해 벽두 방문 줄줄이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3金이든 李(이회창)心全(전두환)心이든 킹메이커 잡고 보자

3金이든 李(이회창)心全(전두환)心이든 킹메이커 잡고 보자

1.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이 1월2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았다.
2.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이 1월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 대화를 나누고 있다.
3. 고건 전 총리가 1월1일 동교동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해 새해인사를 나누고 있다.

2001년 12월 말 민주당 이인제 당시 고문 측이 상도동에 전화를 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단독으로 떡국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

상도동의 떡국은 묘한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떡국은 격려를 하거나 마음을 터놓을 상대라야 스스럼없이 내놓을 수 있다. 최소한 ‘적대적이지는 않다’는 무언의 표시다. 이 고문은 상도동에서 떡국을 먹는 것으로 ‘김심(金心)’을 사려 한 것이다.

상도동은 고민 끝에 이 고문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이 고문은 끈질기게 졸랐다. 할 수 없이 YS가 “시간을 잡으라”며 물러섰다.

2002년 1월1일 아침. 이 고문이 대규모 취재진을 거느리고 상도동을 방문했다. 수인사를 나눈 YS와 이 고문이 떡국을 놓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음식을 빨리 먹는 YS는 뜨거운 떡국을 후후 불며 단숨에 식사를 끝냈다. 허겁지겁 뒤를 따르던 이 고문이 숟가락을 놓고 일어선 것은 20여 분 후.



이틀 후인 3일, 이번에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상도동을 찾았다. 메뉴는 떡국보다 빨리 먹을 수 있는 토스트였다. 그 전까지 두 사람은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치원로들 영향력 아직도 무시 못해

그러나 이날 이 전 총재는 어느 때보다 싹싹했다. YS는 그런 이 총재를 다른 눈으로 보는 듯했고, 조찬은 70분 동안 이어졌다. YS는 집을 나서는 이 전 총재를 대문까지 배웅하기도 했다. 킹메이커 YS를 놓고 벌인 여야 대선주자들의 1합은 결국 야당 후보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5년 후인 2007년 1월2일 12시10분경 상도동.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YS 자택 문 안으로 들어섰다. 오찬 예정시간은 12시15분. 상도동은 점심상에 떡국과 전, 잡채를 올렸다.

두 사람은 1시까지 예정됐던 식사시간을 2시20분까지 이어갔다. 떡국 한 그릇 먹는 데 필요한 시간은 20여 분. 그러나 뜻이 통하면 식사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는 것이 상도동 식탁의 특징이다. 취재기자들은 이후 ‘YS와 이 전 시장은 통화 중’이라는 표현으로 두 사람의 가까워진 관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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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신년인사차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 환담을 나누었다.
2.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당의장이 1월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해 새해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전 시장이 다녀가기 전날인 1일, 고건 전 국무총리가 상도동을 방문했다. 고 전 총리는 YS가 총리로 발탁한 인물. 웬만하면 식사라도 같이 할 수 있는 사이다. 그러나 YS는 고 전 총리를 식탁으로 초대하는 대신 응접실에서 맞았다. 대화도 어색했다.

“(대통령 선거는) 대세가 있어야 하는데….”

중간중간 말이 끊어졌다. 한참 있다가 YS가 이 전 시장 얘기를 꺼냈다.

“참, 이 시장과 내일 점심 먹기로 했어요.”

고 전 총리는 20여 분 만에 자리를 털고 나왔다. 킹메이커 YS를 둘러싼 잠재적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의 1합은 이번에도 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킹’을 노리는 대선주자들의 킹메이커에 대한 구애가 점입가경이다. 신년 초 YS, 김대중(DJ),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종필(JP), 이회창 등 2007년 유력 킹메이커의 자택에는 이 전 시장과 고 전 총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우리당 천정배 의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원로들의 경륜과 조언을 구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해명은 군색하다. 영·호남과 충청을 상징했던 ‘3김’을 줄줄이 찾는 것은 정치원로의 영향력을 기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권은 하늘의 뜻이지만 ‘사람’의 도움 없이 대권을 거머쥐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킹메이커들은 대선주자들의 이런 발걸음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때로는 격려와 지지를, 때로는 의도된 찬바람으로 대선주자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궁극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상도동을 나온 이 전 시장이 동교동을 찾아 DJ와 마주 앉은 것은 같은 날 3시30분. DJ는 찾아온 손님을 깍듯하게 예우했다.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자 지난해 말 이 전 시장 측이 보낸 난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셔터 소리에 묻혔지만 DJ는 애드리브까지 넣었다.

3金이든 李(이회창)心全(전두환)心이든 킹메이커 잡고 보자

1.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월3일 서울 서빙고동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방문해 환담을 나눴다.
2. 1월1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한 고건(오른쪽) 전 총리가 김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급난을 보내줘 고맙다.”

난에 붙어 있는 이 전 시장의 이름이 잘 보이게 화분을 돌리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대화 내용도 관심거리.

두 사람은 덕담으로 일관했다. 이 전 시장이 “청계천에 한번 모시려 했다”고 하자 DJ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봤다. 참 좋더라. 고생했다”고 화답했다. ‘지지율이 높더라’는 말도 전했다.

여론조사 결과 34% “3金, 대선에 영향”

덕담을 하는 DJ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기자들은 이 전 시장을 보는 DJ의 속내를 ‘담담’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반면 JP는 적극적이었다. 오랜만에 정치인, 기자들과 만나서인지 들뜬 분위기였다. 지난 3일 그의 자택을 찾은 이 전 시장에게 “5년간 하실 일이 있다”는 등 과공(過恭)을 보였다.

과공은 JP의 전매특허다. 2인자 처세가 몸에 밴 그는 못다 이룬 꿈이 있다. 내각제다. 이를 이루기 위해 YS와 DJ의 킹메이커로 나서 힘을 몰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양김은 선거가 끝난 후 그를 외면했다. 이른바 토사구팽이었다.

JP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과공은 또 다른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가슴에 쌓인 한을 이 전 시장을 통해 풀어보려는 몸부림이란 분석이다. 국민과 언론이 그에게 우려와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참여정부 출범 후 정치문화와 패러다임이 엄청나게 변했다. 그럼에도 3김의 영향력은 건재할까.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대선주자들이 DJ에게 몰리는 것은 DJ가 그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말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3김이 내년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은 40%. 그러나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 또한 34.1%로 적지 않았다. 특히 DJ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50% 가까이 나왔다.

DJ의 영향력이 이렇듯 건재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범여권 주자들이 DJ를 찾는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올해 대선에서 최소한 DJ에게서 ‘너는 아니다’라는 비토 대상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근태 당 의장이나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이 동교동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연희동이라고 해서 벌어진 ‘판’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 정치적 환경과 국민여론 때문에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현실참여 욕구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강하다. 이런 강한 기운은 바깥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2002년 초 이인제 고문이 세배를 하기 위해 연희동을 찾았을 때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고문에게 “고마, 총리나 하시지…”라며 비례(非禮)에 가까운 말을 건넸다.

이 고문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전 전 대통령은 이후 측근에게 “그 사람은 그게 맞아”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기운이 지금이라고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2006년 9월 말, 이 전 시장 측 한 관계자가 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의 관전평을 통해 이 전 시장 측에 조언을 했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이(회창) 후보가 왜 대선에서 진 줄 알아? 참모들이 많아서야. 일선 상황을 보고하는 참모는 적을수록 좋아. 그래야 최단시간에 현장 상황이 사령관에게 보고돼. 일선에 참모가 많으면 여기저기서 보고가 올라와 혼란만 가중되거든. 중간에서 왜곡도 많아. 그런데 이 후보의 현장 참모가 너무 많았어. 사령관이 현장 상황을 보고받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고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간 뒤야. 그러니 사령관이 무슨 결단을 내리고 무슨 작전을 짜겠어. 명심해. 조직을 줄여야 해. 관건은 슬림화야.”

전 전 대통령 측은 원희룡 의원의 방문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 의원의 돌발적 세배가 구설을 자초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 타도를 외쳤던 그가 연희동에 무릎 꿇고 세배한 것을 많은 국민과 누리꾼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여야 대선주자들이 3김과 킹메이커들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이를 외면한다. 박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세배정치는 쇼”라는 입장을 밝힌다. 박 전 대표는 평소 국가 원로들을 찾아뵙고 조언을 구한다는 것.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대선주자에 따라 구도를 짜고 세력을 모으는 방법이 다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은 구도와 세력에 초점을 맞추고 보폭을 옮기고 있다. 바둑으로 치면 포석 단계다. 세력과 모양새를 감안한 이 포석은 하부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전단계로 볼 수 있다. 이 전 시장은 당 의원들을 영입할 때도 지역적 대표성이 있는 사람, 중진 및 정치적 무게가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촘촘한 그물 같은 조직을 선호한다. 밑바닥 조직을 강하게 다진 뒤 이를 바탕으로 상부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스타일인 셈. 그러다 보니 연초 세배정치 대신 사무실에서 당 소속 의원과 대의원들을 불러놓고 출정식을 가졌다.

연초에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서로 다른 곳에서 활동했지만 앞으로 두 사람은 여러 곳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킹메이커로 돌아선 이회창 전 총재가 공통의 딜레마다. 두 인사는 킹메이커로 돌아선 그를 놓고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박 전 대표가 유리하다. 박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 측의 계산이 이런 상식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친박 인사 중 하나로 꼽히는 최구식 의원이 지난해 말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앙금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이 전 시장이 드러내놓고 이 전 총재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 그 경우 우리당에서 이탈한 지지표가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이명박, 이 전 총재는 공통의 딜레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수시로 이 전 총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법이 마땅찮다. 양김은 성공한 권력이자 킹메이커이지만 이 전 총재는 실패한 정치인이다. 다른 킹메이커와 달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연말 이 전 시장 측근이 이 전 총재를 찾았을 때 그는 가슴속에 있는 말을 전달했다.

“(2002년 대선 때)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 김대업을 불러 출근길의 사람들 모두 듣게 하고…. 받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속이고…. 이런 것을 조심해야 한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환경은 급변했다. 킹메이커라는 존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쌍방향 정보가 활발히 교류되면서 대중과 정치인의 직접 대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킹메이커의 대세몰이에 휘둘릴 유권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킹메이커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킹메이커들은 “스타는 혼자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받아야 비로소 빛난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바로 빛을 내는 발광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선거전문가들이 보는 발광체는 그들이 아닌 세력과 집단이다. 그 세력과 집단은 바로 국민이다.



주간동아 2007.01.16 569호 (p12~14)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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