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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新행복론’, 대안적 삶을 찾아서

공부 스트레스 콕! … “여러 사람 인생 바꿨죠”

기자 출신 수험생 전문 한의사 황치혁 씨

  • 김진수 기자 jockey @donga.com

공부 스트레스 콕! … “여러 사람 인생 바꿨죠”

공부 스트레스 콕! … “여러 사람 인생 바꿨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황치혁 원장.

명함에 이채로운 직함 하나가 덧붙어 있다. ‘수험생 컨설턴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황·리 한의원의 황치혁(44) 원장은 오전엔 진료를 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환자들은 예약을 한 뒤 이곳을 방문한다. 환자의 90% 이상이 학생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황 원장은 한의사라는 본업 외에도 수험생들을 위한 학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환자가 중·고생인 경우 진료는 10여 분 만에 끝낸다. 대신 공부 방법에 관한 상담을 1시간 30분가량 한다. 학생 환자들의 적잖은 질환이 공부와 밀접히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공부 기계’로 내몹니다. 학교와 학원에서도 공부만 시킵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절실한 건 주위로부터 가해지는 공부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집중력을 높여 성적을 올리는 전략 아닐까요? 제가 진료 외에 학습 컨설팅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황 원장의 이런 독특한 지론은 그에게 ‘에듀클리닉 전문가’라는 별칭을 안겨줬다. 다시 말하면, 학생의 심리상태와 건강을 진단해 그에 맞는 학습법을 안내함으로써 ‘실질적인 공부시간’을 늘리게 하는 것이 황 원장이 특화한 ‘비방(秘方)’인 셈이다. 이에 걸맞게 황 원장은 지인들과 함께 2002년 설립한 황·리 교육연구소를 통해 ‘수능 막판 뒤집기’ ‘대한민국 0.1%’ ‘수험생 어머니들이여, 프로 매니저가 되라’ 등 수험생 관련 서적들도 펴냈다.

2003년 개원한 황 원장의 원래 직업은 기자였다. 서울대 외교학과 82학번인 그는 1988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4년 동안 경제부와 체육부에서 일했다. 그러나 심장 부위의 통증과 늑간통이 생기고 체력이 달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바람에 인생 역전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했다.



“당시 신문사의 경영 여건은 좋았지만, 조·석간을 동시 발행한 데다 편집국에서 막내 축에 속해 무리할 수밖에 없었죠. 술도 잘 못 마시는 체질이라 회식 땐 ‘열외’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기자 일을 더 하다가는 죽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후에도 살아 있을까?’ 비관적인 의구심만 들었죠. 선친이 심장병으로 돌아가셔서 가족력도 있었고요.”

대한민국 최초 ‘에듀클리닉 전문가’

병원을 찾아 심장조영술까지 받아봤지만 병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각 증상은 여전했다. 결국 그는 1992년 신문사를 그만뒀다. 이후 2년간 지인의 소개로 녹즙기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사회 공부’한 셈 치고 2년 만에 접었다. 건강을 잃지 않으면서도 오래 할 수 있는 일. 마침내 그가 택한 것은 한의사였다. 아는 한의사들에게서 자문도 받았다.

황 원장이 수능시험을 치르고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한 때는 1997년. 이후 4년 동안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해서 생활비를 벌었다. 이 사이에 매달 100만~200만원씩 까먹는 바람에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아파트를 반쯤 날려야 했다. 기자생활 할 때 조금씩 모아둔 돈과 퇴직금은 불과 1년 만에 깡그리 사라졌다.

한의대 입학 동기생의 30%는 대졸자. 그중에서도 문과 출신은 그 혼자였다. 늦깎이 공부에 어려움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공부와 과외를 병행하는 동안 학생들의 잘못된 공부 습관에 눈뜨게 됐고, 이는 결국 그를 ‘한의사 겸 수험생 컨설턴트’의 자리로 이끌었다. 전략을 잘 세우고 공부 방법을 개선한 뒤 열심히 하기만 하면 공부는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예전의 ‘익숙한 삶’과의 결별에 번민은 없었을까?

“원칙적으로 세상살이의 대부분이 자기중심적인 것이긴 하지만, 제 삶의 전환이 동갑내기 아내와 아이들,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원생활은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욕심만 줄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게 진정한 웰빙(참살이)이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황 원장의 학습 컨설팅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 2004년 당시 고1이던, 한 교사의 아들은 얼굴에 열이 올라 공부를 못하겠다며 황 원장을 찾았다가 그의 상담을 받고는 6개월 만에 학급에서 중간쯤이던 성적이 전교 1등으로까지 올랐다. 같은 해 32세의 한 고시생은 “머리가 너무 뜨겁고 아프다”며 황 원장을 찾아와서 치료를 받은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인생 이모작’의 대안을 스스로 찾아낸 뒤 이젠 수험생에게 맞는 최적의 학습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황 원장은 지금의 삶에 얼마나 만족할까?

“무엇보다 제 시간을 스스로 조절해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가끔 언론매체의 원고 청탁 때문에 마감에 쫓길 때도 없진 않지만….”

황 원장은 외고 집필과 강연 등의 스케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렇지만 생활습관의 리듬을 유지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덕에 이젠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그가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는 3~4명. 돈보다는 자신의 진료와 학습 컨설팅을 받은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더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황 원장은 수능시험을 50여 일 앞둔 고3 학생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마음이 쫓기다 보면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해서 일을 그르칠 수 있어요. 막판에 무리하면 반드시 병이 납니다. 절대 잠자는 시간을 줄이지 마세요. 그러면 ‘게임 끝’이에요.”



주간동아 555호 (p94~96)

김진수 기자 jockey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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