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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키워야 국가경쟁력 올라간다”

전문대학교육협 한숭동 신임 회장 “전공 따라 자율학제 절실 … 사회적 푸대접 인식 바꿔야”

  •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전문대 키워야 국가경쟁력 올라간다”

“전문대 키워야 국가경쟁력 올라간다”
“지금까지는 전문대학들이 집단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 없이 우리의 주장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전국 152개 전문대학의 연합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에 한숭동(55) 대덕대학 학장이 취임했다. 한 회장은 8월29일 열린 취임식에서 “현행 2~3년제로 고정돼 있는 전문대학의 학제와 수업연한의 자율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문 직업교육을 바라보는 정부와 시민의 시각을 바꾸는 일에 나설 것도 다짐했다.

- 먼저, 학제와 수업연한의 전면 자율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전문대학의 역할은 사회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기술발전 속도에 부응해 새로운 기술직업군을 육성하는 일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2~3년제 전문대를 졸업한 인력이 학사 학위를 받기 위해 다시 4년제 대학에 편입해야 하는 학제상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는 개인적, 국가적으로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전공 분야에 따라 1~4년으로 학제를 다양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예컨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학과와 마이크로로봇 관련 학과 등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기능과 지식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학제를 4년으로 늘려 학사 학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아트네일이나 애완동물 관련 학과는 1년 단기로 학제를 단축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학과처럼 취업을 위해 자격증이 필요한 전공도 1년 4학기제 같은 집중적인 단기 교육과정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 그것은 부분적으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차이를 없애자는 말로 들릴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기존 제도대로 2년제나 3년제도 시행하는 동시에 대학이나 개별 학과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제를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다시 말하지만 전문대학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반면 4년제 대학은 연구 중심의 학문을 공부하는 곳이 아닌가. 기본적인 성격이 다르다.

예컨대 한국직업능력개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를 받아 선별적으로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전문대학 고유의 역할을 살리는 동시에 4년제 대학과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시행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서 전문대학을 뜻하는 용어인 칼리지(College)를 직업교육대학교(Vocational University)로 바꾸자는 제안도 같은 맥락인가.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의 직업교육은 지난 몇 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 저마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문턱을 넘어서려면 전문기술 인력에 대한 인식과 대접이 달라져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는 현재 과(課) 단위로 전문대학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데, 국(局) 단위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문대 키워야 국가경쟁력 올라간다”

대덕대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대화하는 한숭동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저소득층 학생 위한 학자금 저리 융자 확대 시급”

한 회장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쌓아온 산업화 과정에 전문대학 출신 인력이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는 푸대접을 받아오지 않았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2년 임기 동안 전문대학에 대한 저평가 인식을 바꾸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 한 회장은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주장했는데, 제삼자가 보기엔 무리한 요구로 비칠 수 있다. 지방대학들 중에는 재단비리 등 문제가 있어 보이는 학교가 적지 않은 데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도 허다하지 않은가. 지원을 하더라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겠나.

“물론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152개 전문대학 가운데 국·공립 10여 개 대학을 제외한 130여 개교가 사립이고, 이 중 4년제와 2년제가 병설돼 있는 곳이 30여 개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개 전문대학 중 절반 정도가 몇 년 안에 자연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학 자체의 생존 노력과 시장 논리에 달린 것이며, 망할 대학에까지 세금을 쏟아부으라는 말이 아니다.”

-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전문대학을 지원해야 한다는 말인가.

“예컨대 전문대 학생들에 대한 학자금 저리(低利) 융자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 학생의 65%가 실업계 고교에서 진학한 경우다. 전문대에는 또 저소득층 자녀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현행 정부보증 학자금 융자를 받고 싶어도 융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의 학생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장기저리 융자기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해서 갚는 돈이니만큼 정부가 떼이는 돈도 아니지 않은가.”

- 그건 이 정부가 강조해온 양극화 해소의 이념에도 걸맞은 주장인 듯한데….

“교육 부문의 양극화 해소는 사회 전체의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에서 소외되면 가난이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공부할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학자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앞으로 정부보증 학자금 융자의 대폭 확대와 융자조건 개선을 정부에 요청하고, 협의회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한 회장은 1998년 충남전문대학(현 대덕대학)에 부임해 학생생활상담실장, 기획조정실 팀장, 학사지원처장 등을 거쳐 2000년 9월부터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재임 중 전국 대학 중 최초로 4년 연속 교육서비스품질 우수대학 인증을 받았고, 취업률 전국 6위(영남권 제외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뛰어난 경영 수완을 보였다. 현재는 2005년 7월 본격화되기 시작한 ‘대덕 연구개발(R·D) 특구’ 사업에 발맞춰 대학을 ‘대덕 R·D특구 중심대학’으로 키우는 마스터플랜을 진행 중이다.

- 전국 전문대학 중 대덕대가 높은 성과를 보인 데는 대덕단지 내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이점도 작용했을 듯한데….

“우스갯소리로 비유하자면 고급 빌라촌 한가운데에 슬래브집이 버티고 있는 격이랄까…. (웃음) 이 지역에 박사급 인력이 하도 많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 졸업생들의 취업이 대덕단지 쪽에 집중돼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학교법인인 창성학원 이사장 성주호 박사께서 항상 강조하는 말씀이 이른바 ‘대들보와 서까래’론이다. 학문과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명문대학의 사명이 나라의 동량(대들보)을 키우는 것이라면, 실용적 직업교육 중심인 우리 대학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연목(서까래)을 키우는 데 사명을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 말씀에 따라 일차적으로는 우리 대학을 비롯한 전체 전문대학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길을 고민 중이다.”

한 회장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덕대학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학장 홈페이지로 연결이 됐다. 한 회장의 관심사와 사회활동, 학교 운영현황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가운데 흥미로운 항목이 하나 눈에 띄었다. ‘업무추진비’. 구체적인 지출내역과 함께 공개돼 있는 4월분 학장 업무추진비는 ‘46만6340원’이었다.

- 의외로 액수가 적은데, 학장 업무추진비가 그렇게 적은가.

“아니다. 한 달에 200만원 정도는 쓸 수 있다. 그달은 좀 적었나 본데, 이번 달엔 많이 썼다.”(웃음)



주간동아 552호 (p58~59)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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