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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대표기업 밀착 연구 ⑤ 롯데

‘껌’에서 ‘아파트’까지 성장일로 40년

식품회사로 출발해 중화학·건설 아우르는 거대 그룹으로 ‘우뚝’

  • 황재성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yyoungho@donga.com

‘껌’에서 ‘아파트’까지 성장일로 40년

‘껌’에서 ‘아파트’까지 성장일로 40년

호남석유화학 전경.

1967년 껌, 과자 등을 만드는 기업으로 출발한 롯데그룹은 현재 43개 계열사(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기준), 임직원 4만5000여 명, 연 매출 30조원을 올리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를 크게 ‘식품, 유통·관광, 중화학·건설, 기타’ 등 4개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순서가 곧 롯데그룹의 성장을 견인해온 주력 업종 변화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1960~70년대에 롯데는 식품을 중심으로 사세를 불려나갔다. 이 기간은 그룹이라기보다 거대 식품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이때 롯데호텔과 백화점을 설립해 유통기업의 틀을 다졌고, 건설과 석유화학 관련 기업을 신설하거나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80년대에는 식품뿐만 아니라 유통·관광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면서 10대 그룹에 진입했다.

롯데는 2000년대 들어 그룹 성장 동력으로 중화학과 건설, 금융 부문을 선정했다. 소비재 또는 유통 전문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서 종합 그룹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껌’에서 ‘아파트’까지 성장일로 40년

롯데건설이 지은 아파트.

그룹 모태이자 캐시카우 식품 부문

롯데그룹의 식품군에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롯데햄·롯데우유, 롯데리아, 롯데브랑제리, 롯데제약 등 12개 회사가 포진하고 있다. 식품군은 대부분 동종업계 1위를 지키면서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롯데의 고민이다.



식품군의 대표 계열사는 롯데그룹의 모태 기업인 롯데제과와 칠성사이다로 유명한 롯데칠성음료를 꼽을 수 있다. 두 회사는 안정된 재무구조와 수익구조로 주가가 100만원을 상회하는 ‘황제주 기업’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롯데제과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신격호 회장이 1967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껌 공장을 설립하면서 출범했다. 롯데제과는 2002년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신기원을 이룰 때까지 꾸준히 업계 선두자리를 지켜왔다. 현재도 과자시장의 37%, 빙과는 38%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껌’에서 ‘아파트’까지 성장일로 40년

롯데제과가 생산하는 껌과 과자류(위).
롯데삼강 천안공장.롯데월드

롯데제과는 최근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고,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롯데제과의 올 1분기 해외시장 전체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정도 늘어난 6000만 달러. 특히 중국 시장 껌 매출이 2000만 달러 이상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30%를 넘어섰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력상품은 칠성사이다와 델몬트 주스, 레츠비 등이다. 올해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주스가 대박을 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앞으로 생수사업과 ‘스카치 블루’를 중심으로 한 주류사업을 활성화하고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공룡으로 키운다 … 유통 및 관광 부문

현재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집약한 분야가 유통과 관광업이다. 소비재로서 국민생활에 밀착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롯데가 남다른 공을 들이는 분야다. 격월로 한국을 찾는 신격호 회장이 84세라는 고령에도 백화점과 호텔을 직접 돌아다니며 서비스나 시설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일은 유명하다.

유통 및 관광산업 분야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코리아세븐 등 12개사가 있다. 롯데월드는 공정위원회에 신고된 43개 계열사에는 빠져 있지만 관광 부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업 부문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2개 부문이 중심축이다. 백화점은 동종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관련 업계 3위에 머물러 유통업계 지존을 꿈꾸는 롯데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관광을 산업으로 보는 인식조차 정립되지 않은 1970년대에 설립된 호텔롯데는 한국의 관광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80년대 말 개관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는 세계 최대의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관광산업에 대한 롯데의 선구적인 투자는 관광산업에 대한 국내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런 공로로 신격호 회장은 95년 관광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룹 미래 이끌 중화학 및 건설 부문

롯데그룹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 매출 30조원을 돌파했다. 롯데그룹은 이런 성적표를 거둘 수 있었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중화학과 건설 부문의 비약적인 발전을 꼽는다. 특히 중화학 부문의 성장은 현대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 인수 등 공격적인 확장 정책이 큰 몫을 했다고 자평했다.

롯데는 앞으로 중화학 부문을 그룹의 핵심 성장분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유통 전문 그룹의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롯데가 중화학, 건설, 금융을 아우르는 종합그룹으로의 변신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중화학 건설 부문에는 호남석유화학, 롯데대산유화, 롯데건설, 청라에너지 등 9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중화학 부문에서 핵심은 석유화학이다. 롯데가 석유화학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76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부친의 뜻을 이어받은 신동빈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서자마자 2003년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2단지), 2004년 케이피케미칼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롯데의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롯데는 2~3년 내 3개 회사를 합병해 1개 법인으로 만들 계획이다. 세 회사가 합병되면 롯데그룹은 에틸렌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전 제품을 아우르게 된다. 매출 규모도 5조원 이상으로 커지며 국내 석유화학업계 2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롯데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2014년에 매출 10조원을 올릴 계획이다.

1959년 평화건업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롯데건설은 78년 롯데그룹에 합병됐고, 81년 롯데건설로 이름을 바꿨다. 90년대 중반까지는 공공 및 그룹 공사에 주력했으나 2000년대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롯데건설은 2001년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2년 뒤인 2003년엔 2조원, 2004년엔 2조7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롯데캐슬’이라는 브랜드가 고급 아파트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것도 2000년대 들어서의 일이다.

미래 성장의 히든카드 금융·서비스 등

현재 롯데그룹이 주력으로 꼽는 3개 사업군을 제외한 나머지는 금융과 서비스 부문이 많다.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대홍기획, 롯데정보통신, 롯데자이언츠 등을 포함해 10개사가 여기에 속해 있다.

상대적으로 해당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롯데의 현금 동원력을 감안할 때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언제든 해당 업종 선두로 나설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히 2002년 설립된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에 롯데백화점 카드 회원을 끌어들이면서 회원 수를 700만명 수준까지 확보해 기존 카드업체들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몇 개?

특수 관계인 회사 포함 공정위에 43개 신고


‘껌’에서 ‘아파트’까지 성장일로 40년

롯데월드

롯데그룹 직원들에게 계열사가 몇 개쯤 되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43개(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기준)라는 숫자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체감하는 계열사와 신고된 계열사의 입지가 다른 데서 오는 혼란도 한 원인이다.

일단 43개 계열사에는 신격호 회장의 막냇동생 신준호 롯데햄·롯데우유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대선주조와 대선건설이 포함돼 있다. 이 두 회사는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특수 관계인이어서 공정위 계열사 편입 기준에 따라 계열사 신고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두 회사는 그룹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사업상 교류는 전혀 없다고 롯데그룹 측은 설명했다.

대선주조는 부산·영남지역에서 인기 높은 소주 ‘시원’을 생산하는 업체로, 신 부회장이 2004년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최근 공격적인 유가증권 투자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는 주식 투자에는 무관심하기 때문.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신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출자해 대선건설을 설립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선건설은 올해 전국에 아파트, 주상복합, 빌라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대표적 관광사업인 롯데월드는 계열사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별도 법인이 아닌 ‘호텔롯데 월드사업본부’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신설 회사나 합병 회사에 롯데라는 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있다. 롯데는 2005년에 의류수입 전문업체 ‘에프알엘코리아’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롯데시네마에 공급되는 음료 및 스낵 운영회사인 ‘시네마통상’을 설립하면서 롯데를 붙이지 않았다.

또 지난해 인수한 웰가(유지업체)와 씨텍(롯데대산유화의 공장설비 운영관리업체), 인천청라지구 개발을 위해 2004년 설립한 청라에너지, 2002년 인수한 외식업체 TGIF 운영회사인 ‘푸드스타’ 등도 롯데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롯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합작사의 요구가 있거나 조만간 계열사에 흡수합병될 회사들이어서 사명에 롯데를 붙이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캐논이 최근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이런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롯데는 합작사인 캐논이 디지털카메라 제조판매 전문업체 캐논코리아이미지솔루션을 출범시키면서 브랜드 이미지 통합 차원에서 이름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수용한 것일 뿐 지분 축소 같은 변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552호 (p32~34)

황재성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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