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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파주 개벽’

한국 대표도시 “규제 줄면 시간문제”

유화선 파주시장 “결재권 나눠주니 공무원 큰 변화 … 기업 유치 전략은 무간섭”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한국 대표도시 “규제 줄면 시간문제”

한국 대표도시 “규제 줄면 시간문제”
최근 1~2년 사이 파주시만큼이나 시 청사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공무원 정규 출근시간은 9시지만 파주시 공무원들은 8시면 대부분 출근한다. 정상적인 대민업무를 정시에 시작하기 위해서다.

인·허가 관련 부처 민원담당자들은 업무가 시작되기 전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한 ‘민원실무종합심의회’ 회의를 진행한다. 서류가 여러 부처를 돌다 보면 꼬박 하루 걸리는 일이 이 자리에서 단 한 시간 만에 처리되는 것. 절차상 7~10일 정도 걸리던 민원이 3~5일 내로 해결되는 것은 이런 신속한 일처리 덕분이다.

파주시 공무원들은 업무 중 회의도 최장 1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회의시간 종료제’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안건이 압축되고 서류가 ‘파워포인트’로 작성되는 것이 일반화됐다. 170여 종에 달하던 시장 결재건수는 45종으로 대폭 줄었다. 시장 결재권한을 실무 담당자에게 대폭 이양한 결과다. 신설된 ‘365 기동대’는 365일 현장을 직접 방문해 민원을 처리한다. 10월 이후 동절기에 진행되던 시 발주 공사도 사라졌다. 이른바 ‘클로징 10(closing by October)’ 제도 때문.

이 모든 것이 2004년 11월 유화선 시장이 취임한 이후 1년 9개월 만에 생긴 변화다. 유 시장이 올해 5월31일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최고득표율(72.3%)로 재임에 성공한 이유도 이 같은 변화를 시민들이 높게 평가했기 때문은 아닐까.

유 시장은 “공무원이 변하고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한 단계 높아져야 파주시의 진정한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유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파주시의 변화는 유 시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으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파주 LCD단지와 영어마을, 북 시티 등이 모두 취임 이전부터 계획된 일들이다. 유 시장 취임 이후 결실을 맺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운이 따른 것 아닌가.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파주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시민들이 성원해준 결과가 아닌가 싶다. 파주 LCD단지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서 차질 없이 진행된 것도 공무원들이 열심히, 그리고 치밀하게 노력한 결과다. 공무원들이 과거의 행태나 사고를 갖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완벽한 행정서비스를 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파주시 공무원들은 민원 처리기간도 절반 이상 줄였다. 스피드 행정이 결과적으로 시민과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그 신뢰가 쌓여서 요즘 많은 사람과 기업이 파주로 이주해오려고 한다. 그럼 파주는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제 파주는 이른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 시장에 처음 부임해 공무원 조직을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많은 공무원들이 자기 책임 하에서 일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인상을 받았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위에서 시키는 일이나 조그만 틀 안에서 움직이는 일만 했다. 그 틀은 일과 관련된 규정이나 법규로,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시장이 가지고 있던 결재권의 70%를 아래로 내려보냈다. 공무원들도 자기 책임과 판단 하에서 일을 하게 하고 결재 단계를 단순화하다 보니 효율성이 훨씬 높아졌다. 지금 내가 처리하는 결재가 다른 시장의 10% 정도 수준일 것이다.”

한국 대표도시 “규제 줄면 시간문제”
- 그에 따른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있을 법도 한데….

“시장이 어떤 민원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장이 모든 민원을 다 알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밑에서 안 된다고 판단한 일을 시장이 된다고 뒤집을 수 없지 않은가. 시장이나 국장이나 실무 공무원의 잣대가 다 똑같아야 한다. 시장은 기준과 원칙만 정해주면 되고, 행정은 일선 공무원들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효율성도 오르고 투명해진다. 나는 가능한 한 큰 틀, 큰 핵심과 원칙만 붙들고 있으려고 한다.”

- 그동안 파주시의 변화와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었나.

“파주는 수도권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50~60년간 홀대받고 차별받았다. 그런데 또다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미명하에 충청도나 경상도보다 더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균형발전인가. 또 파주시의 대부분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군사동의’라는 것을 받아야 한다. 이런 규제와 제약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규제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군부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97%에서 93%로 줄인 것이 그나마의 성과다.”

- 개발에는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논과 밭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자족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도농 간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갈등도 어느 정도 예견되는 부작용이다.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개발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개발이익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돌아가 빈부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미개발에 따른 부작용보다 적다. 다만 모든 개발에서 자연환경 보존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물론 법 규정을 벗어나는 개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단속할 것이다. 파주시는 도농복합도시여서 농민이 많다. 이들에게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도록 권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도시지역 사람들이 파주에서 난 먹거리를 산다면 도농 간 빈부격차나 갈등은 사라지고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취임사에서 ‘기업하기 좋은 파주’를 만들겠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기업유치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있는가.

“파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유리하다. 서울에서 가깝고 공항까지 가는 교통도 편리하다. 북한과 철도가 연결되면 철로를 따라 유라시아를 거쳐 유럽까지도 갈 수 있다. 기업을 굳이 유치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게 돼 있다. 기업인이 공무원에 비해 훨씬 더 창의적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기업인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럴 때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좋기 때문에 파주시는 간섭하지 않는 것을 기업 지원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다만 환경파괴를 하는 공해업체는 예외다.”

유화선 시장 약력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서강대 경영대학원 석사

。1978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비서실 과장

。1983년 삼성전자 마케팅 부장·전략기획부장

。1986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경제부 기자

。1998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논설위원

。2000년 한국경제신문 이사

。2001년 WOW 한국경제 TV 대표이사 사장

。2004년 제4대 파주시장

。2006년 제5대 파주시장


- 시가 제정을 추진 중인 ‘통일경제특구법’이 여야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국회를 통과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최근 남북관계나 정치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올해 안에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된다면 개성공단과 파주공단 간의 상호연계가 가능해진다. 물적·인적 교류가 자유로워지고, 일부 지역을 소위 ‘중립지대(뉴트럴 존)’로 만들어서 남북 공동사업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파주의 변화와 발전에서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도로·교통·상하수도 같은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는 일이다. 각종 편의시설과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개발의 속도만큼 시민들의 의식수준도 빨리 선진화돼야 할 것이다. 시민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기 어렵다. 파주의 비전은 대한민국 대표도시다. 즉,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질서 정연하며 안전한 도시가 되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6.08.29 550호 (p38~3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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