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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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대와 우려 ‘한 몸에’

신임 법무부 장관 내정자 김성호

  • 조수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in0619@donga.com

    입력2006-08-16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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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기대와 우려 ‘한 몸에’
    1980년대 초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3대 사건이 있었다. ‘큰손’ 장영자 씨의 어음사기, 명성사건, 명동개발사건 등이 바로 그것으로 일명 ‘장명동’ 사건으로 불린다. 대한민국 검찰 특별수사의 ‘원조’ 격인 이 3대 사건 수사의 한가운데에 김성호 검사가 있었다. 장 씨 사건을 수사할 당시 이종원 법무부 장관은 김 검사에게 ‘김폴레옹’이란 별명을 붙였다. 작고 단단한 체구로 강단 있게 수사를 이끄는 모습이 나폴레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성호 신임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언뜻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내정설로 촉발된 당·청 갈등의 반사이익에 따른 인사 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단골’로 등장하던 인물이다.

    그 이유는 정통 검사 출신이면서도 공직부패 청산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 대구지검장이던 2003년 건국대에서 ‘공직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4년 국가청렴위의 전신인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으로 발탁됐다. 그가 쓴 부패방지 관련 책을 노무현 대통령이 읽고 감명받은 것이 배경이 됐다.

    김 내정자는 경남 남해 출신으로 부산 브니엘고등학교와 고려대 법대를 거쳐 1974년 사법시험 16회에 합격했다. 1979년 서울지검 검사로 검찰에 입문한 뒤 25년간 국회의원 김문기 상지학원 비리, 공군참모총장 인사 비리, 율곡 비리(이상 1993년),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비리, 한국산업은행 대출 비리(이상 1995년), 국회의장 황낙주 수뢰(1998년) 등 대형 사건에서 정통 수사검사의 면모를 보였다. 대검 중수부 4·3·2 과장과 서울지검 특수 3·2·1 부장 등 특별수사의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검찰은 ‘식구’인 김 내정자를 환영한다. 정상명 검찰총장(사시 17회)보다 한 기수 위인 데다가 검찰과 현 정부 양측의 신망이 두텁기 때문. 한 중견 검사는 “‘비(非)검찰, 민간인’ 출신의 강금실, 천정배 전 장관 시절에 빚어졌던 장관과 총장 간 갈등 상황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긴장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김 내정자가 검찰이 반대하는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립을 주도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지명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3년 전 국민의 비판을 받던 검찰과 지금의 검찰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상황과 여론 등을 수렴해 공수처 형태가 됐든, 특검이 됐든 적절한 결론이 나길 기대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 내정자의 어깨는 무겁다. 당장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법조 비리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 균열 조짐을 보이는 노무현 정부의 국가 기강도 다잡아야 한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에서 형평성 시비가 나와서도 안 된다. ‘김폴레옹’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험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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