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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물 사업 너도나도 군침 ‘줄줄’

대한체육회·체육진흥공단, 의원들 내세워 법률안 제출…‘기금용’ 특혜 논란 속 수익 짭짤 ‘인식’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옥외광고물 사업 너도나도 군침 ‘줄줄’

옥외광고물 사업 너도나도 군침 ‘줄줄’
김대중 정권 시절 민영화한 한 공기업의 홍보실장 Y 씨는 1999년 무렵 사장에게서 다소 엉뚱한 지시를 받았다. “홍보실장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을 테니 가능하면 편의를 봐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후 Y 실장을 찾아온 사람은 자신을 야당 중진의원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와 이 공기업 사장은 막역한 사이”라며 묻지도 않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요구는 단순했다. 강원 지역 고속국도 변에 옥외광고판 허가를 받았는데, 광고주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공기업에서 한 달에 3000만원씩 광고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Y 실장은 사장을 동원해 ‘압력’을 넣는 행태가 괘씸해 예산 문제를 핑계로 광고 금액을 1500만원으로 삭감했다. 그렇다고 해도 1년이면 1억8000만원이었다.

이 사례는 정치권과 옥외광고 대행업자 간 커넥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5대 그룹 안에 드는 한 그룹 계열사의 홍보실 관계자는 “정권 실세가 옥외광고판 설립 허가를 받는 데 도움을 주거나, 기업에 ‘압력’을 넣어 옥외광고판에 광고를 유치해주고 정치자금을 받는 게 일반적인 커넥션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의계약·뇌물 등 잡음 끊이지 않아

옥외광고물 사업 너도나도 군침 ‘줄줄’

인천공항고속도로 변에 세워진 옥외광고물.

한 중소 규모 옥외광고 대행업자는 “정치권을 동원해 옥외광고를 하는 대행업자들의 행태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기금용 옥외광고이고, 이는 그 자체가 특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금용 옥외광고란 각종 국제대회 지원을 위해 특별법에 의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광고 수익금 중 일부를 국제대회조직위원회에 기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지원을 위해 처음 허가된 이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까지 계속됐다.



최근 기금용 옥외광고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현재 이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는 제22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이 올해 말에 효력이 끝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금용 옥외광고에 대한 규정을 계승할 특별법이 올해 말까지 제정되지 않으면 이들 광고물은 모두 법외(法外) 시설물로 취급돼 철거 대상이 된다. 기금용 옥외광고물 대행업자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역대 옥외광고 사업 추진 주체 및 기금조성액
운영기관
사업기간
조성액(억원)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
1984년 9월~1984년 4월
265
국민체육진흥공단
1989년 4월~1998년 12월
819
대전엑스포조직위
1993년 1월~1995년 11월
60
부산아시아대회조직위
1999년 1월~2003년 1월
565
동계U/ 아시아대회조직위
1999년 1월~2000년 12월
65
월드컵대회조직위
2000년 1월~2003년 6월
152
대구U대회조직위
2002년 1월~2004년 12월
282
2005년 1월~2006년 12월
297


기금용 옥외광고 대행업체인 ㈜광인 임동인 이사는 “기금 조성을 통해 각종 국제대회 개최에 많은 기여를 해왔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업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와 강원도가 내년 7월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상황도 이들에게는 좋은 명분이다. 이 대회를 유치할 경우, 역시 행사 재원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특혜 논란은 이들에게 부담이다. 기금용 옥외광고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적용 대상인 ‘일반’ 옥외광고물과 달리 설치 장소, 종류, 규격 등에서 특례를 인정받고 있다. 가령 일반 옥외광고물은 도로변 500m 이내에 설치할 수 없으나 기금용 옥외광고는 도로변 30m 밖에서부터 설치가 가능하다. 심지어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월드컵 관련 광고물은 아예 거리 제한을 없앴다. 당연히 주목도가 높아 광고주 확보가 손쉽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올 4월 펴낸 ‘2005 광고산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광고 시장 규모는 2004년 기준 8조260억원. 그중 옥외광고 시장은 1조1742억원으로 전체 광고 시장의 15.6%를 차지한다. 특별법에 의한 기금용 옥외광고 시장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전체 옥외광고 시장의 50%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특혜 논란 외에 옥외광고의 특성상 몇몇 옥외광고 대행업체가 기금용 옥외광고 시장을 ‘나눠먹기’ 해왔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설치된 옥외광고물을 철거한 후 다른 대행업체가 비슷한 옥외광고물을 다시 설치하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서울올림픽조직위 이후 각종 국제대회조직위가 몇 개 업체만을 옥외광고 대행업자로 계속 선정해왔다”고 설명했다.

국제대회조직위는 대체로 옥외광고 대행업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했고, 그때마다 뒷말이 무성했다. 실제 지난해 대구지검 특수부는 옥외광고물 업체 J사가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정작 국회 문광위는 특별 입법 추진에 난색

그럼에도 체육 관련 기관들은 기금용 옥외광고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은 이미 올 2월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을 각각 대표 발의자로 내세워 자신들이 기금용 옥외광고 사업자가 되기 위한 법률안을 제출해놓은 상태. 두 법률안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를 개정해 각각 체육회와 공단이 옥외광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공단은 “경륜사업 매출 감소로 체육진흥기금의 조성 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데다 당분간 국제대회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기금용 옥외광고 사업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1989년부터 98년까지 옥외광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고, 공단의 원래 기능이 기금 조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맡아야 한다”는 것.

반면 체육회는 “공단은 기존 사업이 많이 있는 데다, 공단 기금의 40% 정도만 체육 진흥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체육회가 맡는 게 타당하다”고 반박한다. 체육회 관계자는 “공단은 의원들의 민원을 들어주면서 자기 편으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많지만, 체육회는 마땅한 수단이 없어 의원들의 양식에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의 물밑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중재로 공단이 옥외광고 사업자가 되기로 합의됐으며 체육회를 배려한다는 단서가 붙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체육회 관계자는 “합의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의결하는 사항인데 설사 두 기관이 합의한다고 해도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것.

기금용 옥외광고 사업자는 두 기관만 욕심을 내는 게 아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세외수입 확보를 위해 특별법과 같은 옥외광고를 허용해달라는 건의가 빈번한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국회 문광위의 분위기로 보면 이들의 처지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입맛부터 다시고 있는 격’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문광위 간판개선소위원회는 “특별법에 의한 옥외광고 사업은 광고 대행업자에게 계속된 특혜를 줄 뿐 아니라 각종 옥외광고물 난립으로 인해 도시 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는 만큼, 이 사업에 대한 특단의 개선 조치 없이는 특별 입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17대 국회 하반기 첫 정기국회에서 어떤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547호 (p42~43)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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