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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號, 기관 고장에 풍랑까지 만나

김한길 원내대표와의 불화설·정계개편 바람 직면…출범 두 달 만에 ‘시련의 계절’

  • 민동용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mindy@donga.com

김근태號, 기관 고장에 풍랑까지 만나

김근태號, 기관 고장에 풍랑까지 만나

7월20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강원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3리 침수 지역에서 피해 복구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7월27일 오전 8시경,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당사 2층 의장실 앞. 김근태 의장을 면담하려는 소속 의원들이 줄을 이었다. 7·26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의원들이 김 의장에게 대책 강구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당에 7·26 재·보궐선거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예고된 승부였다. 그러나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꼬였다. 탄핵의 주역이었던 그의 등장으로 ‘성북을’이 정계개편의 진앙지가 돼버린 것. 조 전 대표는 그 상징성을 가지고 중앙정치권을 쥐고 흔들었고, 대응 수단이 없는 김 의장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정계개편 바람이 김근태 호(號)를 위협하는 외부요인이라면, 김한길 원내대표와의 불화설은 김 의장의 지도력을 위협하는 내부요인이다. 최근 당으로 돌아온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잠재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인물. 출범한 지 두 달, 김근태 호는 안팎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당 지도부와 잇단 엇박자로 뒷말 무성

김 의장은 6월10일 당의장에 취임한 직후 “정계개편 논의는 9월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 이후에 하자”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5·31 지방선거 참패 뒤 정계개편 논의로 당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7·26’ 직후 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정계개편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동아일보’가 7월27일 우리당 수도권 의원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29명이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28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계개편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은데, 대선은 1년 반 후의 먼 얘기고 국민 고통은 눈앞에 있다”며 당내 정계개편 논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 아직 정계개편 바람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정계개편에 관한 한 김 대표는 일관된 태도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손발을 맞춰야 할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반대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같은 회의에서 “언젠가 정치권에 큰 변화가 필요한 때가 오면 우리당이 중심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과 김 원내대표의 엇박자 정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월28일 저녁 김 의장은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했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내정설이 파다할 때였다. 김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청와대로 가기 전 “김병준은 절대 안 된다고 대통령에게 말해달라. 당이 죽는다”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30일 전격적으로 개각이 발표됐고, 김 실장은 부총리로 발탁됐다. 김 원내대표는 그 직후 김 의장이 자신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았음을 알았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따지자 김 의장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김 원내대표의 말을 잘랐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사흘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당사에 나오지 않았다.

김근태號, 기관 고장에 풍랑까지 만나

천정배 의원(좌).김한길 원내대표(우)

당내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 의장이 개각과 관련해 당의 비판적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김 의장이 노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의장이 부동산 정책의 수정과 개각을 맞바꿨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김 의장 측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미 리더십은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천정배 의원 복귀로 견제세력 추가?

김 의장은 7월28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 당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처리하겠다”며 당 내부 봉합에 나섰다. 사임한 천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 내정설이 나돌자 당의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 내정 때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당내에서는 김 의장에 대해 “결단이 느리다”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 의장 체제가 시작된 이래 당이 어떤 변화를 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장은 취임 인사말을 통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서민경제”라며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당의 모습을 강조했다. 그리고 전담기구인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당은 ‘5·31 지방선거’를 기화로 불거진 기간당원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둘러싼 입장 정리가 시급하다. 그러나 김 의장의 결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에서는 회의만 한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지켜보던 김 원내대표는 7월22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당의 안정과 기본 대오 유지도 좋지만, 당이 변화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중한 햄릿에게 적극적 변신을 요구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을 사임한 천 의원이 7월28일 당에 복귀했다. 천 의원은 “당이 어려울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천 의원을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이나 혁신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대선주자의 꿈을 가진 천 의원이 김 의장 체제에 대한 견제세력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개혁세력의 적통(嫡統)을 놓고 김 의장과 천 의원이 경쟁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김 의장이 지나치게 실용 쪽으로 기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자칫하다가는 당내 개혁의 적통이 천 의원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샌드위치론이다. 그러나 김 의장 측은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지 않는다.

김 의장은 취임 한 달째인 6월9일 기자회견에서 “처음에는 늪에 서 있는 듯했는데, 지금은 마른 땅으로 건너온 느낌”이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나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의장이 딛고 있는 땅이 늪인지, 마른 땅인지 조만간 판가름 날 것 같다.



주간동아 547호 (p32~33)

민동용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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