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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 30여명 이탈 명분 찾아 대기 중”

‘조순형 부활’ 기세 오른 민주당 주장…‘反노非한’ 정계개편론 급부상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與 의원 30여명 이탈 명분 찾아 대기 중”

“與 의원 30여명 이탈 명분 찾아 대기 중”
올 7월 초,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부인 김금지(연극배우) 씨에게 “공탁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공탁금 1500만원과 공천신청금 200만원 등 1700만원을 선선히 내줬다.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치는 자충수를 둔 한나라당에 편승한 조 전 대표는 7월26일 치러진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됐다. 김 씨는 “탄핵 주역 운운하는 언론 보도가 낯설다”고 했다.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데, 웃긴다. 굉장한 뜻을 품고 나간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오버다. 조 전 대표는 국가에,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출마했다.”

김 씨는 조 전 대표가 더 이상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다. 하지만 김 씨의 이런 바람과 달리 조 전 대표는 당선과 동시에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섰다.

조 전 대표의 부활 무대가 된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 결과는 향후 정계개편의 성격과 범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선을 보인 ‘반(反)노-비(非)한(반 노무현 대통령-비 한나라당) 연대’는 차기 대권의 방정식을 푸는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여권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호남 민심의 강력한 메시지도 서울 성북을을 강타했다.

이런 흐름에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내부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이전부터 이런 분위기는 당 내외를 감쌌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최근 여권 원로 5인방의 청와대 모임도 그런 움직임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정대철·염동연 씨 잇따라 한화갑 대표 만나

7월2일 일요일 저녁,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우리당 문희상 의원, 정대철 고문,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등 우리당과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는 ‘원로 5인방’이 청와대로 노 대통령을 찾았다. 이날 모임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터져나왔다. 김정길 회장은 “특별한 주제 없이 만나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며 모임의 성격을 단순화했지만 다른 말도 흘러나온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참석자들은 중국음식을 앞에 놓고 적지 않은 포도주를 마셨다고 한다. 술잔을 기울인 만큼 식사시간은 길어졌고 속내가 실린 정치 현안도 대화 주제로 등장했다. 한 참석자는 5·31 지방선거 참패 및 7·26 재·보궐선거 전망 등을 얘기하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시중의 부정적 분위기 등을 대통령에게 전한 뒤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김정길 회장의 해명이다.

“정계개편과 관련한 얘기를 나눈 기억은 없고… 다만 김병준 교육부총리 발탁에 대한 당의 부정적 분위기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원로 5인방의 청와대 방문은 5·31 지방선거 참패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한 관계자가 전하는 원로 모임의 배경이다.

“선거에 참패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늦기 전에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당을 감쌌고, 이 상황을 지켜본 원로 가운데 몇 분이 움직인 것으로 안다.”

모임에 참석한 일부 원로 인사는 청와대 방문 후 당 인사들과 접촉에 나섰다. 한 원로는 초·재선 의원들에게 ‘노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전제로 “소장파가 통합에 앞장서 달라”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청와대에 직언을 하라” 등의 주문을 했다고 한다.

정대철 고문은 야당 인사들과 만나 정계개편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 방문 10여 일 후인 7월12일, 정 고문은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민주당 한화갑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정계개편과 관련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먼저 노 대통령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노 대통령의 우리당 탈당을 요구하면서 이를 민주당과 우리당의 통합 및 창조적 결합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정 고문 측은 이런 대화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이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정 고문은 한 대표가 만난 우리당 관계자 가운데 열 번째 안에도 들지 않는다”면서 “5·31 지방선거 후 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한 대표와 만나 ‘제3지대’에 대한 논의를 했을 때가 이미 한 달 전”이라고 말했다.

‘反盧非韓’ 메시지 세 얻을지가 관건

5·31 지방선거 후 한 대표와 민주당 주변을 배회하는 우리당 인사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의 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십 명의 여당 인사들이 새로운 선택을 위해 물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당 내에서 노 대통령과 끝까지 같이 갈 수 없다는 비노 성향 인사들의 물밑 타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30여 명 이상의 우리당 의원이 민주당과 직·간접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조 전 대표의 등장은 그들의 결단을 재촉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 정계개편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의 지적처럼 앞으로 ‘반노비한 연대’에 대한 다양한 실천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계개편은 특정 대선 후보의 행보가 드러나야 하는 등 몇 가지 필수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12석의 민주당이 호남 정서 하나만으로 142석의 열린우리당을 ‘먹거나 해체하겠다’는 구상은 무모해 보인다. 정계개편의 주체가 불투명한 것도 민주당을 비롯한 의원들의 결단을 가로막는다. 시기상조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그러나 서울 성북을에서 출발한 ‘반노비한’의 메시지가 세를 얻을 경우 정계개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민주당 김우철 정세분석국장은 “정계개편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화갑 vs 조순형

재판에 맡겨진 정치생명 vs ‘쓴소리’ 화려한 컴백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조순형 전 대표의 한 지붕 살림은 가능할까. 두 인사를 보는 당 내외의 시각에 우려의 빛이 감돈다. 두 사람이 당권과 정계개편 주도권을 놓고 갈등과 대립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4년 총선 때부터 ‘불가근불가원’ 관계로 알려졌다. 이를 유추해볼 수 있는 상황이 최근 벌어지기도 했다. 7·26 재·보궐선거 전 서울 성북을 지역 출마를 가장 먼저 선언한 사람은 조 전 대표였다. 당내 상당수 인사들도 그의 공천을 최선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그를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 사이를 뚫고 장상 공동대표의 출마설이 터져나왔다. 한 대표가 장 대표를 전략 공천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모두가 한 대표를 주시했다. 조 전 대표는 “공천은 당의 판단에 맡기되, 안 되면 나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 통보한 뒤 사무실을 냈다. 조 전 대표가 공천을 받은 것은 대세론이 굳어진 다음이었다.

조 전 대표의 원내 복귀는 민주당 지도체제의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호남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출신 인사가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에는 한 대표의 독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했다는 이유로 한때 심하게 갈등을 보이기도 했다.

돌아온 조 전 대표가 당내 사정에 눈을 뜰 때쯤인 8월 중순, 한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개표 때 환하게 웃던 한 대표가 한 달도 안 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547호 (p30~31)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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