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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한, 돈 때문에 ‘현대 烹’했나

개성 관광 사업자 교체 요구 배경 놓고 설왕설래…롯데관광 “전문성에서 우리가 앞서기 때문”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북한, 돈 때문에 ‘현대 烹’했나

북한, 돈 때문에 ‘현대 烹’했나
6월28일,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는 공단을 방문한 남측 관계자 20여 명에게 개성 시내를 관광시켜 주려고 했다가 애를 먹었다. 예전과 달리 개성 시내 출입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북한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급기야 7월1일, 북한은 개성 시내 출입을 완전 통제했다. 이는 남한 정부가 개성 관광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교체해주지 않는 데 대한 북한 정부의 불만 표시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북한의 이런 모습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동안 북한이 출입을 허용했던 개성 시내 유적지는 고작해야 선죽교와 고려민속박물관 두 곳에 불과했다. 시내 출입이 가능한 사람도 개성공단이나 경협사무소 관계자들, 그리고 북한과 경협을 벌이는 사업자들 정도.

백두산 관광사업도 현대아산 사실상 배제

오히려 개성 시내에 있는 식당 등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챙긴 쪽은 북한이다. 식사비가 1인당 30~40달러로 꽤 비싼 편인데도, 하루 평균 20~30명의 남측 사람들이 식당을 찾았다. 더군다나 개성 관광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통제는 큰 의미도 없다.



그런데도 북한이 남측 사람들의 개성 시내 출입을 통제하면서까지 개성 관광 사업자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현대아산과 롯데관광 등 해당 업체의 시각과 분석은 천양지차다.

북한이 개성 관광 사업자를 롯데관광으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이번은 처음이 아니다. 북한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8월 말 평양에서 열린 ‘2005 평양오픈골프대회’ 만찬장에서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에게 개성 관광사업을 구두로 제안한 데 이어, 북한 정부는 9월 중순 개성 관광 협의를 위해 만나자는 문서를 롯데관광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8~9월은 현대아산이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세 차례 개성 시범관광을 시행했던 때로 북한은 사실상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해 10월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이 김윤규 전 사장을 내치자 북한은 이 일을 계기로 속내를 드러냈다. 10월20일 담화문을 통해 현대아산과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특히 “현대아산과는 개성 관광사업을 도저히 할 수 없게 됐다”며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꼴”이었다는 게 현대 측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후 개성 관광사업은 완전 답보상태에 빠졌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개성 관광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세 차례의 시범관광을 다녀온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지난해부터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추진했던 백두산 관광사업에서도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북한이 백두산 관광사업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에 관광공사만 초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백두산 관광사업을 당초 현대아산과 함께하기로 했지만 북한에서 현대를 배제시키고 있어서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처럼 금강산 관광사업 이외의 사업에서 현대아산과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이 한국 정부에 개성 관광 사업자 교체를 요구한 것도 바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이고, 그 속내는 돈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아산 한 관계자의 분석이다.

북한, 돈 때문에 ‘현대 烹’했나

2005년 9월 개성 시범관광 관광객들이 개성 시내의 돌다리인 선죽교를 돌아보고 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북한에 제공한 돈은 모두 4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 초기에 제공한 자금이다. 관광객 수로 지급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부터는 매월 지급하고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그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올해의 경우 6월 말까지 북한에 지급한 관광비가 630만 달러로, 한 달에 100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그동안 새로운 돈줄을 찾았고, 이제야 그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현대아산 측은 북한의 개성 관광 사업자 교체 요구에는 롯데관광의 의지도 상당 부분 반영되었으리라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관광이 개성 관광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그동안의 모습과 달리 최근 북한의 움직임에 맞춰 매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윤규 전 사장 모종의 역할설도 제기

롯데관광의 한 관계자는 “개성 관광사업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허락해야 가능하다. 우리는 지난해 10월 북한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네 가지 조건을 달아 거절했다. 그건 반대로 그 문제가 해결되면 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의 국제적 비즈니스 규범 엄수, 북한과 현대아산 간의 계약관계 정리, 남한 정부의 허가, 그리고 국민의 우호적인 여론이 바로 네 가지 전제조건.

현대아산과 달리 롯데관광 측은 북한의 개성 관광 사업자 교체 요구 배경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현대아산이 개성 관광 사업자로 적절치 않고, 롯데관광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업체이기 때문이라는 것. 롯데관광 한 임원의 주장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사업 초기부터 문제였다. 수백억 원을 들여 지은 접안시설도 무용지물이 됐다. 관광 전문기업이 아닌 개발업체가 뛰어들어서 생긴 문제다. 북한도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평양, 묘향산 등 관광사업에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모든 관광사업을 현대아산이 독점해서 될 일도 아니다. 현대아산도 이미 힘들어하고 있다.”

이 임원은 이어 “35년 동안 관광사업을 해온 우리는 지난 한 해에만 23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30여 대의 버스와 화물운송시스템, 면세점 등을 갖추고 있고, 롯데관광개발이라는 회사를 통해 도시재개발도 가능하다. 종합 관광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은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 관광 사업자를 롯대관광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한 이면에 지난해 현대아산에서 방출된 김 전 사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사업가는 “최근 김 전 사장이 태국에서 혼자 한 달가량 체류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이와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태국에 다녀온 적이 없다.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반박했다.

롯데관광 측도 김 전 사장의 역할설에 대해 “김 전 사장은 이제 북한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김기병 회장의 북한 인맥으로도 충분한데 왜 김 전 사장의 도움을 받겠느냐”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한편 일부 대북경협 관계자는 북한이 개성 관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개성 시내 출입을 통제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북한이 실리를 포기하면서까지 개성 관광 사업자 교체를 요구한 것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개성공단으로까지 그 여파가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간동아 547호 (p14~15)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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