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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근 특파원의 파리통신

‘어정쩡한 맛’ 짝퉁 한식당 판친다

‘어정쩡한 맛’ 짝퉁 한식당 판친다

얼마 전 친구 부부가 일주일간 파리를 다녀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저녁 파리 시내 소르본대학 근처 한식당에서 부부와 식사를 했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행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는 데는 역시 한식밖에 없다”며 부부는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부부는 파리에서 음식과 관련해 재미난 경험을 했다며 얘기를 들려줬다.

하루는 걸어서 관광을 하다 저녁시간이 됐다. 근처를 둘러보니 부부의 눈에 반가운 식당이 눈에 띄었다. 한글 간판이 선명한 한식당이었다. 아침, 점심을 빵으로 대충 때운 터라 부부는 주저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데 손님을 맞는 주인의 용모부터 조금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은 중국어로 부부를 맞았다. 차림표도 프랑스어로만 적혀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부부는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얼른 식당을 나왔다.

최근 들어 이런 경험을 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그만큼 파리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많이 생겼다는 말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한식당 수를 앞질렀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식당들은 대부분 영어나 프랑스어로 ‘코리언 바비큐’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불고기를 뜻하는 것이다. 친구 부부가 경험한 곳처럼 아예 한국어로 간판을 내건 곳도 적지 않다.

한국 교민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중국인들은 이미 파리 시내 일식당을 점령하다시피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생선초밥이나 꼬치구이 같은 사진을 가게 문에 내붙인 일식당 주인은 거의 100% 중국인이다.



교민들은 일식당의 사례를 보면서 한식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국인들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일식당 메뉴는 만들기 쉬운 생선초밥과 꼬치구이밖에 없다. 생선회나 덮밥류, 우동, 라면 같은 것은 취급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프랑스 사람들은 일식이라고 하면 생선초밥 외에는 잘 모르고 구태여 더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랑스인들에게 인기 높은 불고기 외에 다른 한식 메뉴는 취급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코리언 바비큐’ 식당이 늘다 보면 언젠가는 프랑스인들이 ‘한국 음식은 불고기뿐’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교민들은 불고기가 만들기 쉬운 음식이기는 해도 중국인이 한국 고유의 양념 맛을 낼 수 있을까, 어정쩡한 맛으로 오히려 한국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확산되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최근 들어선 교민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에도 프랑스인 손님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요즘 프랑스인들 사이에선 한국 음식을 즐기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실 프랑스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한번 맛보여 주면 한식당에 다시 가자고 조를 정도로 한식의 경쟁력은 높다.

이처럼 요리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한식이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짝퉁 한식당’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535호 (p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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