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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기 100원이면 소프트웨어는 40원

기능 고도화 전자장비 비중 갈수록 증가 … 제작·운행 정비까지 S/W 이해 필수

  • 백재현 아이뉴스24 수석팀장brian@inews24.com

군용기 100원이면 소프트웨어는 40원

군용기 100원이면 소프트웨어는 40원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와 전자회로도를 합성한 사진.

참여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IT(정보기술) 정책이 IT-839다. 여기서 839는 IT 8대 서비스와 3대 인프라, 9대 성장동력 추진을 의미한다.

올 초 정보통신부는 IT-839 중의 하나로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를 빼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집어넣는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현재 과(課)로 돼 있는 소프트웨어 담당 업무를 국(局)으로 승격시키려 하고 있다. 올 들어 정부가 유난히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소프트웨어산업이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예로 들어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하늘의 지휘통제소’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는 보잉737 비행기의 뼈대와 껍데기에 엔진출력을 높이고 안테나와 레이더 시스템을 단 것이다. 그런데 5000만 달러 내외인 보잉737의 가격이 ‘메사(MESA)’라고 불리는 핵심 레이더 시스템을 장착함으로써 AWACS로 변신하며 무려 10배나 뛴다.

부가가치 높고 파급효과 큰 산업

반대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7월 국방부가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E-X 사업은 국방부가 2조원을 투입해 2012년까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도입한다는 대형 사업이다. 설명회에 참가한 3개사 중 하나인 미국의 보잉은 E-737 4대 가격이 2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공군에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S-모드형 피아식별장치와 위성통신장치를 포기하자 가격은 9억 달러나 낮아진 15억 달러로 내려갔다. 엄청난 덩치의 항공기에서 전자장치 2개를 뺐더니 가격이 1조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연구조사 기관인 VDC에 따르면 군수·항공 분야는 전체 제품의 가격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비의 비율이 39.7%에 이른다. 비행기나 탱크 등은 덩치가 엄청나기 때문에 하드웨어 제작비가 대부분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예상외로 높다. 군수·항공 다음으로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은 분야가 통신(39.3%)이고 사무자동화(39.1%), 자동차(37.9%), 소비자 가전(35%) 등의 순이다.

항공우주연구소 항행체계그룹장인 남기욱 박사는 “항공기 가격을 100원으로 놓고 보면 뼈대인 기체가 30~40원, 엔진이 30원, 소프트웨어 등 전자장비가 30원 정도인데 항공기의 기능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전자장비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 대에 1억 달러 하는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F-15K. 비행에 이력이 난 조종사들도 F-15K를 조종하기 전엔 반드시 모의훈련을 한다. 조종사들이 훈련하는 시뮬레이터는 중력만 느끼지 못할 뿐 실제 조종석 환경과 똑같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분량의 소프트웨어가 들어간다.

보잉747 같은 여객기의 통합 소프트웨어의 경우 라인 코드가 800만 개를 넘는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비행기를 조종사가 직접 조종했지만 요즘엔 컴퓨터가 다 한다. 조종사는 컴퓨터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구실을 주로 하면서 전방의 장애물과 기상 상태를 체크한다. 이 또한 기상레이더 시스템에 의지한다.

비행기에 들어가는 전자장비 중 또 하나가 바로 항법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관성항법장치(INS)가 많이 사용되다 요즘엔 위성을 이용한 위성항법장치(GPS)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군용기에는 두 가지가 여전히 병행되고 있다.

설계 과정 축소 엄청난 비용 절감

비행기 정비에도 소프트웨어는 필수다. 비행기의 시스템을 운용하는 컴퓨터들은 미리 할당된 시스템을 계속 관찰해 발생되는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중앙컴퓨터로 통보한다. 그러면 중앙컴퓨터는 통보받은 문제점을 취합해 간단한 원인 분석과 해결방법까지 강구해서 지상의 정비사에게 보고한다. 또 비행 중에 기체의 평형상태나 연료상태, 엔진 조정 등을 위해서는 센서 시스템도 중요한 요소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구동시키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비행은 물론 비행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민간 항공기 중 가장 진보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보잉777 기종에는 들어가는 부품 수만 600만 개에 이른다. 생산과정에서부터 구매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기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1960년대에 비행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7만5000여 개의 엔지니어링 도면이 요즘엔 모두 컴퓨터 속으로 들어갔다. 보잉은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는 777항공기 프로젝트에서 종래 설계 과정의 여러 단계를 축소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직접 생산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엄청난 비용을 줄였다.

비행기를 만들고 난 뒤에도 소프트웨어는 중요하다. 이른바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솔루션을 통해 고가의 비행기의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한다. 결국 비행기의 모든 제어 및 지시 계통이 컴퓨터를 통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루어짐에 따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항공기의 제작, 운행, 정비 등의 필수 사항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주간동아 529호 (p52~53)

백재현 아이뉴스24 수석팀장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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