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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대표기업 밀착연구 ② LG

위용 드러낸 LCD 제국 ‘오! 놀라워라’

LG필립스 LCD 파주단지 … 110만평 부지에 첨단 공장 속속 건설, 세계 1위 수성 위한 발판 구축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위용 드러낸 LCD 제국 ‘오! 놀라워라’

위용 드러낸 LCD 제국 ‘오! 놀라워라’

2004년 3월18일 파주 LC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고건 당시 국무총리(가운데) 등이 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

‘LPL은 신화가 되고, LPL은 세계 역사가 된다.’ ‘파주 성공합시다.’ ‘안전준수 세계 1등 P7’‘파주 품질 처음부터 확실히 잘 합시다.’

‘LG로(路)’를 따라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 자리잡은 LG필립스 LCD㈜(대표 구본준 부회장·이하 LPL)의 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산업단지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구호다. 파주 LCD 단지를 반드시 성공시켜 세계 1위의 LCD 업체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회사 관계자들의 결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 관련 구호는 한쪽에서는 생산을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공장을 짓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1970년대 압축성장 시대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위용을 뽐내고 있는 7세대(P7) 공장 건물 옆에는 P7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차세대 공장이 건설 중이다. LPL 관계자는 “P7 공장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공장도 온풍기로 한겨울 추위를 녹여가며 콘크리트 양생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위용 드러낸 LCD 제국 ‘오! 놀라워라’

기공식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사를 계속해 지난해 7월 7세대 생산라인 장비를 입고할 수 있었다.



LG로는 파주시가 기존의 왕복 2차선이었던 파주 군도(郡道) 3호선을 왕복 4차선으로 확장 개통해 이름을 붙인 것. 파주시는 LPL이 파주 지역 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기업 이름을 도로 이름에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와 파주시, LPL의 돈독한 파트너십이 느껴진다.



LG로 명명뿐이 아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유례없이 신속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 LPL의 경쟁력 확보에 일조했다. 단지 조성에 처음부터 관여한 LPL 관계자는 “2003년 2월 경기도와 LPL이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뒤 2004년 2월 실시계획이 승인됐는데, 이처럼 빠른 기록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와 파주시 공무원들이 단지 부지에 위치한 460개의 묘 주인을 일일이 만나 이장을 설득한 것도 LPL 측을 감동시켰다.

LCD 단지는 문산 당동·선유리의 협력업체 부지를 포함해 총 110만평 규모. 이중 LPL을 주축으로 한 공장시설이 들어설 51만평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28배에 해당하며, 세계 최대의 P7 LCD 생산라인을 비롯해 모듈 공장과 사무동·기숙사·복지동·환경동 등이 들어섰다.

사무동 옆에 자리잡은 P7 패널 공장은 지하 1층, 지상 8층(건평 1만3560평)의 건물로 1개 층이 국제 규격 축구장 6개 규모의 넓이다. 건물 높이가 아파트 25층에 해당하는 63m지만 면적이 워낙 넓어서인지 높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P7 생산라인은 생산능력으로나 패널 크기로나 세계 최대 규모다. P7은 투입 유리기판 사이즈가 1950×2250mm로 한 장의 유리기판에서 42인치로는 8장, 47인치는 6장씩을 만들어낼 수 있다.

P7 생산라인은 보안이 철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 파주업무지원팀 관계자는 “경쟁업체 관계자들이 생산라인을 보기만 해도 경쟁력의 핵심인 라인 배치나 설비 특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자에게도 생산라인의 극히 일부만 공개했다. 대형 유리창을 통해 비친 생산라인에서는 설비 업체 직원들이 가동을 위해 바쁜 손놀림을 계속하고 있었다.

P7 공장 앞쪽에는 모듈 공장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P7 라인에서 생산된 패널에 백라이트·편광판·케이스 등을 장착해 조립, TFT-LCD 완제품을 생산한다. 모듈 공정이 끝난 상태에서 TV 생산업체나 PC 생산업체로 판매돼 LCD 모니터 및 노트북에 장착된다.

파주 LCD 단지는 1995년 15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2003년 세계 정상에 올랐던 LPL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곳. 구미공장에서 이곳에 파견 나온 직원들은 한결같이 “2001년 말, 차세대 투자를 위해 확보한 부지에 보리를 심었을 때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LCD 공장에 웬 보리일까.

당시 전 세계 LCD 업계는 공급과잉으로 극심한 침체기를 맞고 있었다. 2000년 말 450달러이던 15인치 LCD 가격은 다음해 하반기에는 220달러로 반 토막이 났고, 전 세계 LCD 업계가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세계 최초 5세대 LCD 생산라인 구축에 1조6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쏟아부었던 LPL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형 TV용 LCD 생산 중심지로 육성 계획

LPL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리를 심었다. 보리가 엄동설한을 꿋꿋이 이겨내고 다음해 결실을 맺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 보리가 익어갈 즈음 LCD 시장이 살아났고, 어려운 때 투자를 감행한 LPL은 세계 최초 5세대 생산라인 가동으로 2002년 4분기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게 됐다. 박상배 홍보부장은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보리를 떠올리는 것은 현재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라고 해석했다.

1월1일 파주 LCD 단지에서는 양산 제품 출하 기념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이날 양산에 들어간 것은 42인치 TV용 LCD로, 지난해 11월 말 시험생산에 들어간 지 한 달여 만에 완제품 생산으로 이어진 것. LPL이 짧은 시간 내에 생산라인의 안정성을 확보, 라인 구축 능력과 공정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시했다. LPL은 이곳에서 이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47인치 TV용 LCD 생산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

위용 드러낸 LCD 제국 ‘오! 놀라워라’


위용 드러낸 LCD 제국 ‘오! 놀라워라’

7세대 공장 생산라인.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

LPL은 올해 3분기까지 1단계로 4만5000장(유리기판 투입 기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2007년 1분기까지는 이를 월 9만장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42인치 패널 기준으로 월 72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CD TV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파주 P7 공장에서 근무하는 신태우 계장은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출근할 때가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우뚝 선 건물들을 바라보고 가동되는 라인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의 힘든 과정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감격했다.

LPL은 이제 파주와 구미에 이원화된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LCD 업계에서 유일하게 2~6세대까지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사이즈와 용도의 LCD를 생산할 수 있는 구미공장은 모니터, 노트북, 휴대전화용 등의 LCD 생산 중심 체제로 구축한다. 반면 초대형 규격의 LCD 생산설비를 갖춘 파주 단지는 대형 TV용 LCD 생산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위용 드러낸 LCD 제국 ‘오! 놀라워라’
파주 단지는 종래의 관점으로 보면 입지 조건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단지 내 공장 건물에서 북한 개성이 보일 정도로 접경 지역이어서 그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 하나 지으려고 해도 군부대와 협의해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사회간접자본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LPL 관계자들은 파주 단지는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LPL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 이만한 규모의 부지가 없는 데다 무엇보다 수도권의 우수한 기술 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소재 2년제 기술대학들이 단지 인근에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기술 인력 유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LPL은 지난해 매출액 10조760억원, 영업이익 4680억원을 기록해 LCD 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구본준 LPL 부회장은 1월10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4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LPL은 2005년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하고, TFT-LCD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높은 성과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파주 LCD 단지 가동으로 LPL은 업계 선두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간동아 2006.02.28 524호 (p28~30)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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