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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시대를 앞서 살다 간 ‘비디오 아트 창시자’ … 20세기 현대미술 ‘별’로 영원히 남아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다다익선’(1988). 개천절을 기념해 1003개의 비디오 모니터를 탑 모양으로 쌓은 것이다.

“예술은 사기야. 대중을 얼떨떨하게 해서 예술이라고 하는 거니까.”

현대미술의 속성을 백남준보다 더 정확하고 통쾌하게 꿰뚫은 이는 없었던 듯하다. 그는 현대미술의 핵심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섰으며, 천상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1월29일 미국에서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향해 발을 내딛었던 혁신가이기도 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년)이라는 ‘괴상한’ TV 생방송을 봤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컬러 TV가 막 보급되던 시기에 난생처음 접한 현란한 이미지들과 멜빵바지를 입은 ‘거장’의 모습은 그의 말처럼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들었고, ‘미니멀’이라 이름 붙은 점잖은 ‘벽지’ 그림만을 현대미술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예술이 존재함을 깨닫게 했다.

당시 34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가 던진 ‘예술은 사기’라는 말이 국내 미술 작품의 가치(혹은 가격)에 대한 ‘폭로’로 해석돼 화랑가를 뒤숭숭하게 했던 일은 지금 생각하면 쓴웃음을 짓게 하는 해프닝이었지만, 국내 미술계가 얼마나 허약하고 폐쇄적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경기중·고교와 도쿄대학을 거치며 엘리트 예술학도의 길을 걷던 그는 독일에서 음악을 해체시킨 존 케이지를 만난 뒤 당대의 아방가르드 작가들과 함께 서양 고전예술이라는 ‘성상 파괴’에 나선다. 1963년 첫 개인전에서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가 도끼로 피아노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을 계기로 백남준은 마침내 세계 현대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한 번에 현대미술을 정복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 그는 마침내 1982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휘트니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고, 2000년 세계 현대미술의 ‘신전’이라 할 수 있는 구겐하임에서 대규모 초대전을 마련했다. 당시 그는 뇌중풍(뇌졸중)으로 휠체어에 앉은 모습이었지만, 짧은 대화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레이저 아트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해 구겐하임의 난해한 공간을 훌륭하게 활용했다.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경기도 용인 백남준 박물관이 소장한 ‘TV시계’.

흔히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데, 이는 텔레비전을 쌓아 올린 조각 때문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가 고전 예술을 대신할 것임을 꿰뚫어본 천재적 아이디어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은 사기”라는 그의 말은, 더 이상 예술이 그림이나 조각이 아니라, 배짱 좋게 전시장에 변기를 갖다 놓고 ‘샘’이라 우기는 ‘개념’과 ‘행동’이라는 의미다. 동시에 이 말 속에는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예술의 운명에 대한 작가적 근심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는 말년에 한복을 입고 ‘어머니’와 ‘아리랑’이라는 말을 연구할 만큼 한국적인 것에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그에게 어머니 나라의 사랑을 돌려주지 못했다.

백남준의 삶과 작품은 20세기 세계 현대미술의 기록 그 자체다. 그는 한국인이지만 전 세계 미술인들의 별로 우뚝 섰다. 일부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살가운 작별 인사를 해도 좋을 것이다. ‘굿바이 미스터 백’.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1971년 첼리스트 샬로트 무어만과 백남준이 함께 참여한 ‘첼로와 비디오테이프를 위한 콘서트’.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TV첼로를 연주하는 샬로트 무어만.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백남준의 스튜디오 벽면에 그려진 크로키들.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1956년 도쿄대학 시절의 백남준.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2000년 구겐하임에서 공개됐던 백남준의 레이저 작품 ‘삼원소’.

‘굿바이! 미스터 백’ 하늘나라 퍼포먼스 뭘까

① 서울 포스코센터에 설치된 ‘TV깔때기’와 ‘TV나무’.
②③ 뉴욕에 있는 백남준의 브룸 스튜디오.
④ 경기도 용인에 건립될 백남준 박물관 조감도.
⑤ 백남준, ‘TV물고기’.





주간동아 2006.02.14 522호 (p60~62)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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