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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많은 ‘선택진료제’ 폐지냐 유지냐

대형 병원 돈벌이 수단 변질 … ‘의료법 일부 개정안’ 발의로 논란 가열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탈 많은 ‘선택진료제’ 폐지냐 유지냐

탈 많은 ‘선택진료제’ 폐지냐 유지냐

‘주간동아’가 입수한 ‘전국 선택진료 의료기관 선택진료비 현황’ 문건(오른쪽).

선택진료제가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포문을 연 쪽은 국회. 1월12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선택진료제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한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한 것. 환자의 의사 선택권은 현행 의료법 규정대로 유지하되, 그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병원 측이 아예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2004년 9월부터 선택진료제 폐지 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이날 현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선택진료제 폐지 주장에 힘을 보탰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005년 12월, 잘못된 선택진료제 운용으로 피해를 봤다는 환자 2831명의 서명을 받아 선택진료제 폐지 입법청원을 한 바 있다.

환자와 의료기관 잦은 마찰

2000년 도입된 선택진료제는 환자가 특정 의사를 택한 뒤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제도. 진료비 적용 항목이 병원별로 상이하게 징수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이전의 지정진료제(특진제)가 지녔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현행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에 따르면, 선택진료 의료기관의 장(長)은 선택진료를 맡은 의료진의 직접적인 진료 행위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에게서 추가비용을 받을 수 있고, 그 비용은 환자 측이 전액 부담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선택진료제 운용과정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 환자의 사전동의가 없었음에도 선택진료를 받게 되거나 선택진료를 신청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로 선택진료비가 부과된 경우, 선택진료 자격이 없는 전공의나 의사에게 진료받는 경우, 진료과에 선택진료 의사만 있는 경우 등 운용상 갖가지 편법이 판치면서 환자와 의료기관 간 마찰이 끊이지 않아 그동안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의료기관들이 진료과목별 선택진료 의사의 경력 및 세부 전공 분야에 관한 정보 제공 등 선택진료 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을 위반하더라도 시정명령에 그칠 뿐이다.

‘선택진료비’는 환자가 입원 시 직접 부담하는 진료비 중 ‘상급 병실료’, ‘식대’와 함께 대표적인 3대 비급여 항목. 이중 식대는 2006년 안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상급 병실료는 2007년부터 건강보험 적용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선택진료비는 변동이 없어 의료기관들의 ‘짭짤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05년 11월 추산치에 따르면, 우리 의료시장에서 점하는 선택진료비 규모는 한 해 4368억원. 특히 암환자의 경우 부담하는 진료비의 13%를 차지한다. 따라서 선택진료제를 폐지하면 같은 액수만큼의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다.

현애자 의원실 관계자는 “선택진료제는 환자의 의사 선택에 따라 진료비에 차등을 둠으로써 ‘의료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최고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료의 공공성 원칙에 배치된다”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기이한 제도인 만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탈 많은 ‘선택진료제’ 폐지냐 유지냐

1월12일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현애자 의원(오른쪽).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의료 관련 시민단체를 표방한 ‘국민건강수호연대’는 1월11일 논평을 내고, “선택진료제는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것이며, 의사 간 실력 차등을 확연히 드러내기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의료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1월17일 논평을 통해 “선택진료제로 인한 환자의 비용 부담이 현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택진료제가 폐지되면 실력 있고 경험 많은 소수의 의사에게 환자들이 쏠려 결과적으로 중증 질환자의 적절한 치료까지 방해하게 될 것”이라는 반론을 폈다.

반면 선택진료제 폐지 논란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병원들은 정작 공식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자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진 않는다. 대한병원협회 정동선 사무총장은 “수련의와 전공의, 전문의를 등가화할 수 있는가. 고도의 진료 행위가 필요한 환자에게 선택진료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며 “중증 환자를 많이 접하는 큰 병원일수록 인건비 부담도 커서 경영에 압박요인이 되므로 그 일부를 선택진료비로 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의 수입보전 방편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 선택진료비의 규모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주간동아 2006.02.14 522호 (p52~53)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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