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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벼락에 ‘술렁’… 달아오른 연기·공주

행정수도 예정지 보상금 17% 약 5331억원 풀려 … 수입차 매장·은행은 물론 유흥업소 대거 들어서

  • 대전·공주·연기=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돈 벼락에 ‘술렁’… 달아오른 연기·공주

돈 벼락에 ‘술렁’… 달아오른 연기·공주

공주시 신관동 유흥가.

충남 연기군 금남면에서 중국음식점을 하는 Y(53) 씨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예상보다 적은 토지보상금 때문이다. Y 씨의 심사가 뒤틀린 것은 2월 초 단무지 납품업자한테서 “이웃한 중국음식점이 보상금으로 30억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6년 전 금남면과 남면을 잇는 대로변의 500여평 대지에 수타 자장면집을 낸 Y 씨는 이 지역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 입지에 포함되면서 한동안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조만간 부자 되겠다”는 인사도 수없이 들었다.

Y 씨가 보상금으로 받을 돈은 13억원. 적지 않은 액수지만 ‘30억’ ‘50억’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는 “감정평가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 최소한 25억원은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부동산도 덩달아 ‘들썩’

2009년부터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 등 12부, 기획예산처와 국정홍보처 등 4개처, 국세청과 소방방재청 등 2개청이 입주할 예정인 충남 연기·공주 지역의 토지 수용이 시작되면서 ‘억(億), 억’ 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행정도시 예정지의 전체 토지 소유주는 1만23명. 지난해 12월20일 보상을 시작한 뒤 주민이 수령해간 보상금은 5331억원이다. 전체 보상액은 어림잡아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보상금의 17%가 집행됐을 뿐인데도 연기·공주는 돈벼락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1인당 평균 보상액은 3억4000만원이지만, 1억원 미만을 받는 주민이 전체의 42%에 달해 10억원 넘게 목돈을 쥐는 이들이 적지 않다. 토지 매매대금으로 170억원을 받은 B 씨와 35억원을 챙긴 C 씨는 ‘돈 풍년’ 속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대전에서도 연기·공주의 ‘돈 냄새’를 맡을 수 있다. 2월1일 오전 대전의 부촌으로 통하는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업소 주인은 연신 울려대는 전화기를 붙잡고 문의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글쎄, 대전 사정을 잘 모르면 잠자코 계시라니까요. 대전에선 시공업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정부3청사를 끼고 있는 둔산동이 서울로 치면 강남이에요.”

공인중개사 L 씨는 연초부터 연기·공주에서도 문의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둔산동은 대전 내 최고 인기 주거지. 아파트 값은 평당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서울에서도 아파트 평균 평당 가격이 1000만원 넘는 자치구는 강남·서초·용산·마포·송파·양천구 6곳에 그친다.

“보상금을 받은 연기·공주 사람들의 상당수가 재테크 수단으로 대전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매매 건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문의 전화가 많습니다. 토지 보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아파트 값이 다시 한번 크게 오를 것 같아요.”(공인중개사 L 씨)

둔산동에서 2.5km 떨어진 유성도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 대전에서 행정도시로 가는 길목인 이곳엔 수입차 매장이 여러 곳 들어섰다. 부동산 값이 치솟고 돈이 풀리면서 대전의 수입차 매장은 계약을 하겠다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 수입차 딜러들은 보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3월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돈 벼락에 ‘술렁’… 달아오른 연기·공주

① 대전시 유성구에 자리 잡은 렉서스 매장. ② 연기군 금남면의 부동산 중개업소. ③ 1월12일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개청 기념행사. ④ 농협은 시중은행과 증권사에 고객을 뺏길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4월1일 행정도시 특수를 노리고 유성에 자리 잡은 T사의 매장은 서울 강남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했다. T사는 연기·공주에서 시승회를 여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T사의 한 딜러는 “돈이 생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사는 게 집이고 다음이 자동차”라며 “수조원의 돈이 풀리면 외제차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몇 몹쓸 사람들이 외제차를 사더라구유. 일본 차 구입한 사람들은 매국노야, 매국노.”

연기군 금남농업협동조합 임원 I 씨는 “누구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수입차를 산 사람들이 있다”면서 혀를 찼다. I 씨는 보상금으로 15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논산 쪽에 ‘대토’를 사고, 남은 돈으로는 행정도시에 집을 지을 계획을 세워놓았다. 토지를 수용당하는 주민들은 주거용으로 행정도시 내에 80~100평의 대지를 받는다.

“설 명절엔 오랜만에 마을이 북적거렸슈. 효자, 효녀가 어찌나 많은지…. 부모님 모시는 동생에게 ‘고향 땅은 네 몫’이라고 했던 형이 말을 바꾸는가 하면, 바쁘다면서 생전 찾아오지 않던 젊은이가 식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시유.”(I 씨)

I 씨는 보상이 시작된 뒤 마을이 어수선해진 게 싫다고 했다. 보상액이 적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모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땅이 적어 수천만원을 받게 된 이들은 충청 지역 땅값이 올라 이주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집 한 칸 없는 세입자들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수억원씩 보상받은 사람들이 우리 처지가 돼보라고 해봐유. 그래도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지. 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시유”(행정도시 건설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면 주민 K 씨)

먹고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던 고향을 넉넉지 않은 보상금을 받고 떠나야 하는 이들의 착잡한 마음은, 최근 마을에 문을 연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의 간판을 보면서 또 한번 무너져내린다. 금남면에는 삼성증권·현대증권·메리츠증권·기업은행이 터를 잡았고, 이웃한 남면엔 우리은행이 들어왔다.

‘시중은행이 도시로 농촌 자금 빼돌린다’. 농협 건물에 내걸린 구호가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내건 현수막(‘연금리 5.2% 보장’ ‘펀드에 투자하세요’ ‘토지 채권 상담’)을 노려본다. 행정도시 입지에 내걸린 농협과 증권사, 시중은행의 플래카드는 앞으로 벌어질 ‘돈 잔치’를 짐작케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랜저로 쌀 배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마을이 들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행정중심도시상담센터 김두중 부장은 직원 둘을 데리고 하루 종일 마을을 돌고 있다.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주식 투자를 권유하고 있는 것. 마을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주민들과 얼굴을 터놓아야 보상금이 지급됐을 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돈 벼락에 ‘술렁’… 달아오른 연기·공주

당초 약속한 대로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라는 연기·공주 주민들의 시위.

“전체 보상금의 0.3~0.5%만 유치해도 대성공입니다. 농촌에서 증권사는 농협이나 은행보다 불리해요. 적립식 및 거치식 펀드의 장점을 농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무 상담, 재테크 상담을 해주는 자산관리 업체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J사 대표 H 씨는 스타일리시한 고급 양복을 입고 농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는 “세무지식, 투자상식에 어두운 농민들에게 맞춤형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자산관리컨설팅 운운하는 업체는 조심해야 할 곳도 있다는 게 연기군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상금이 소비 분야에 흘러가지 않도록 사업부지 내에 주민지원센터를 건립해 법률·세무·재테크 전문가들을 초빙할 계획입니다.”(유인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 1 단장)

정부는 행정도시 예정지 주민들이 보상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대전 유성구와 공주시 신관동 유흥가는 벌써부터 행정도시 특수로 불야성이다. 공주시의 유흥주점 수는 2001년 35곳에서 현재는 60여 곳으로 늘었다. 대전 서구 월평동엔 서울 강남에서 유행하는 카지노바가 들어서 농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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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행정중심도시 상담센터에서 한 주민이 재테크 상담을 받고 있다.

1월31일 오후 9시 신관동 유흥가. 설 연휴 직후로 손님이 많지 않을 때임에도 룸살롱 주차장엔 승용차가 가득했다. 유흥주점을 낀 30여 개의 모텔이 영업 중인 이곳은 최근 ‘살롱촌’ ‘여관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안마시술소와 노래방도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는데, 인구 14만명의 소도시 유흥가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주 고객은 보상금을 받은 연기·공주 주민들과 수용 대상 토지 인근에 땅을 가진 이들이라고 한다.

신관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모텔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면서 “호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불황은 끝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 카페 여종업원은 “돈 자랑하는 손님들이 늘었다”면서 “술을 파는 다방식 카페보다 여자 나오는 술집이 재미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A 씨의 카페와 이웃한 유흥주점은 8개룸 중 절반을 채워놓고 있었다. 이 업소 관계자는 “천안에서 아가씨들을 데려왔다”며 “다른 유흥주점과는 종업원들 격이 다르다”고 자랑했다. 대도시로 가던 여종업원들이 거꾸로 농촌으로 스며든 것. 이발소 간판을 내건 안마시술소엔 손님이 거의 없었으나, 이발소 주인은 “자정이 넘으면 20~30분가량 기다려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의 한복판이 될 장남평야 일대는 이렇듯 흥청거렸다. 고향을 잃게 된 서민들은 펑펑 울고 있으나 목돈을 쥐게 될 지주들은 환호하고 있다. 개발의 명암이 엇갈리는 장남평야를 뒤로하고 돌아서는 발길이 왠지 가볍지 않았다.



주간동아 2006.02.14 522호 (p32~34)

대전·공주·연기=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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