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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군대 간 내 자식 치료 잘 받을는지…

故 노충국 씨 사건 이후 軍 의료 체계 수술 … 장비 현대화·긴급 후송체계 구축 등 ‘예산 걸림돌’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군대 간 내 자식 치료 잘 받을는지…

군대 간 내 자식 치료 잘 받을는지…

의무병들의 훈련 모습.

최근 인터넷에 군 의무(醫務)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글이 많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국군 광주병원에서 위궤양 판정을 받고 6월24일 만기 제대한 노충국 씨가 전역 한 달도 안 된 7월7일 민간 병원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가 석 달 후인 10월27일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누리꾼들은 군 의무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기에 위암 말기 환자에게 위궤양 약만 처방했느냐고 비난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말 신임 김록권 의무사령관이 신고하러 오자 “연말까지 군 의무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월5일 김 사령관이 대책을 보고했을 때에도 윤 장관은 “사람이 핵심이다. 군 의무발전 추진은 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기에 국방개혁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군의관 적정 인원 확보 ‘선결 과제’

이 보고가 있은 후 언론은 ‘국방부가 대학병원 수준의 국방 메디컬센터를 짓기로 했다’는 제목을 뽑아 군 의무체계 개선책을 보도했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국방 메디컬센터 건립을 대표적인 국방 의무체계 개선책이라고 한 언론 보도는 사안의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책을 만들기 전 전후방 각지의 병사와 군의관, 군 병원과 민간 병원에서 모두 진료를 받은 아들을 둔 부모 등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때 가장 많이 나온 불만이 “군대에서 군의관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친 병사들이 군의관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낮에는 훈련과 근무를 해야 하니 군의관을 보기 어렵고, 저녁에는 의무실이 문을 닫으니 역시 찾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병사들이 지휘관 눈치를 보지 않고 군의관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군 의무체계를 개선하는 일차적 과제다.”



그는 앞으로 서둘러 대비해야 할 문제는 입대할 군의관 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다음 쪽 상자 기사 참조). 노 씨 사건 같은 오진을 줄이려면 실력을 갖춘 군의관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시대는 군의관 수를 급격히 줄일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다.

김 사령관은 “군 의무체계에 대한 시설투자는 병사들이 군의관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하고, 중·장기적으로 적정한 수의 군의관 확보 방안이 마련된 다음에 추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군 병원 환자의 절대 다수는 20대 초반의 병사들이다. 병원을 찾는 이유도 일반 병원처럼 성인병이나 난치병보다는 단순한 타박상이나 각종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밀진단 장비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그럼에도 노후화된 군 병원의 장비 현대화는 필요하다. 이 문제는 국군 의무사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를 위해선 국방부의 정책 결정, 기획예산처의 예산 배정, 국회 승인 등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함께 움직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선은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면서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군 의료체계는 각 단위부대를 지원하는 형태로 짜여져 있다 보니 군의관을 너무 넓은 지역에 흩뜨려놓는 형태가 돼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소수인 군의관을 여러 부대에 분산 배치하고 있으니 효율적인 진료가 이뤄지기 어렵다.

따라서 대대급 부대까지 나가 있는 군의관을 국군병원으로 모으는 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각 부대에서 발생한 환자를 응급헬기로 신속하게 국군병원으로 후송하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응급헬기 확보라는 예산 증액과 대대급·연대급 의무실의 축소가 함께 이뤄져야 예산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응급헬기 후송체계를 갖추면 굳이 대대급까지 군의관을 배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KHP(한국형 헬기) 사업을 확정한 국방부는 24대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후송헬기 수요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국방부의 주된 관심이 전력 증강에만 쏠려 있고, 복지·의료 분야에는 관심이 적다는 것을 방증한다. 후송헬기 확보가 여의치 않다면 앰뷸런스 전력이라도 보강해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 메디컬센터 건립은 이러한 것이 마련된 뒤 추진돼야 하는 ‘먼 훗날’의 희망사항일 뿐인 것이다.

노 씨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모처럼 군 의무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예산 배정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은 의무체계를 개선하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 것인가.

인터뷰 국군의무사령관 김록권 소장

“군의관 부족 해소 위해 특별법 필요할 수도”


군대 간 내 자식 치료 잘 받을는지…
-1월5일 발표한 군 의무체계 개선을 완수할 수 있는가.

“의무사 단독으로 그 일을 하기는 어렵다. 국방부는 물론이고 의무감을 갖고 있는 각 군 본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사안을 내가 대표로 발표한 것이다. 군은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군 의무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선 지휘관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노 씨 사건 같은 오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 언론은 위암 환자에게 소화제만 줬다고 보도했던데, 세상에 어떤 의사가 위암 환자인 줄 알고도 위궤양 약만 투여하겠는가. 오진은 의사로서 환자 관리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이므로 군의관을 대표해 깊이 사과한다.”

-조만간 군의관 부족 시대가 올 것이 분명하다. 대책은 있는가.

“의학전문대학원과 함께 법무전문대학원 제도가 생기는데 그렇게 되면 군법무관도 부족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법무관은 법무관 임용에 관한 특별법이 있어 군의관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모집할 수 있게 돼 있다. 군의관도 군의관 임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 국방의학전문대학원 건립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군의관 부족 ‘발등의 불’

男 의대생 수 계속 감소 … 처우 낮아 장기복무 신청 거의 없어


군대 간 내 자식 치료 잘 받을는지…
“앞으로는 군의관 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군 의무체계에 밝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이들은 왜 군의관 부족 사태를 ‘확신’하는 것일까. 군의관들이 겪고 있는 애환과 그들의 미래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6년제(예과 2년+본과 4년) 의대나 치대, 한의대(이하 ‘의대’로 통칭)를 졸업하는 사람은 매년 3500여명 정도다. 그런데 여학생 비율이 꾸준히 높아져 최근에는 40%를 넘어섰다. 이는 곧 군의관 자원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대를 졸업한 남학생은 27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재수를 하지 않고 제때에 학업을 마친 남학생이라면 만 27세 때 레지던트 2년차가 된다. 레지던트를 1년 이상 하고 입대한 사람은 대위, 1년 과정의 인턴만 마친 남학생은 중위 계급의 군의관이 된다. 그러나 인턴이 되지 못했거나 신체검사에서 4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군의관이 되지 못하고 공중보건의가 된다.

군의관은 의무 복무를 하는 3년 내내 같은 계급장을 단다. 그러나 4년제 일반 대학을 나온 학사장교(ROTC나 사관학교 출신도 마찬가지)는 소정의 훈련을 끝내고 소위로 임관해 임관 1년이 되는 해 중위로 진급한다. 그리고 장기복무를 지원하면 중위가 된 지 2년이 되는 해에 대위로 진급한다.

그러니까 대학 입학을 기준으로 하면 학사장교 출신은 대학 4년+소위 1년+중위 2년으로 만 8년이 되는 해에 대위가 된다. 반면 의대 입학자는 입학 만 8년이 되는 해에 중위가 돼 전역을 하는 만 11년차에도 중위에 머문다.

이러니 장기 복무를 신청하더라도 군의관은 동년배 장교에 비해 진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중위나 대위 군의관의 월급은 200만원도 안 되지만, 사회로 나와 의사가 되면 이보다 몇 배 더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격차가 큰데 대접도 받지 못하는 군대에 남아 있겠다는 군의관이 있을까.

과거 군은 의대 남학생에게 ‘5년 복무’를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원해 장기 복무 할 수 있는 군의관을 확보했으나, 지금 이 제도는 휴지가 됐다. 의대생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사회로 나가 의사가 되는 것이 낫기 때문에 누구도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의관은 3년간 의무 복무를 하는 단기 군의관으로 거의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영관 계급장을 단 노련한 군의관을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편제상 육군은 대대급 부대에 중위 군의관을, 연대에 대위 군의관(일명 의무중대장)을 둬야 한다. 그러나 대위 군의관이 드물어 연대 의무중대장은 대부분 고참 중위 군의관이 맡고 있다.

-계속-


일반 병원은 의사로만 운영되지 않는다. 병원 원무과는 일반직이 일하는 곳인데 이는 국군병원도 마찬가지. 국군병원에서 원무과 일을 하는 장교를 ‘의정(의무행정)장교’라고 하는데, 이들은 직업 군인인지라 영관급이 많다. 사단 의무대장은 소령이 맡는데, 현재 전 사단의 의무대장은 의무장교(소령 또는 중령)로 채워져 있다.

장기 복무를 지원한 군의관은 소령, 중령을 거쳐야 하는데 소수인 이들은 모두 병원에 투입돼야 하니 사단 의무대장은 의정장교들이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것. 휴전선을 지키는 전방 군단과 상위부대인 야전군(1, 3군)에는 한 개씩 국군병원이 할당돼 있다. 이 병원의 원장만 겨우 중·대령급 군의관이 맡고 있다.

한국군의 의무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매년 20명 정도의 군의관이 장기 복무를 신청해야 한다. 그래야 편제대로 대령급 군의관이 19개 국군병원의 병원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신청자가 전무해 중령급이 상당수 병원장을 맡게 됐다.

육군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매년 육사 졸업자 중 2명을 선발해 의과대학에 위탁교육을 시키고 있다. 억지로 장기 군의관을 만드는 것인데, 이를 위해 육군이 투자하는 교육비는 한 명당 3억원 정도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적정한 수의 장기 군의관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실이 이렇건만 국가는 군의관에게 해외 파병을 명령한다. 국위 선양을 위한 파병부대에는 항상 의무부대가 포함돼 있는 것. 아프간에는 동의, 이라크에는 제마부대가 나가 있고 서부 사하라에도 군 의료봉사단이 파병돼 있다. 이러니 장기 군의관은 더욱 보기 힘들어진다.

단기 군의관에 의존해 간신히 유지돼오고 있는 현 의무체계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안착되는 5~10년 후엔 완전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의학전문대학원은 4년제 일반대학을 나온 후 입학해 4년을 더 공부해 의사가 되는 제도다. 8년을 공부해야 의사가 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제때에 입학한 사람만 만 27세 때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27세 이전엔 인턴을 끝내지 못하므로 군의관이 되지 못하고 공중보건의로 빠지게 된다.

군의관으로 올 사람이 전무해지는 사태를 피하려면, 군의관의 입대 연령을 30세 정도로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오는 남학생은 병역을 필한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단기 군의관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게 된다.

미군 역시 이 문제에 부딪혔었다. 그리하여 찾아낸 방법이 장기 군의관을 키우는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환자 후송체계의 강화였다.

환자가 생기면 즉각 응급헬기로 후송해 시설이 좋은 군 병원에서 치료케 한다. 후송수단을 강화함으로써 비싼 돈을 들여 양성한 군의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군도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응급헬기를 확보해야(약 24대 필요) 효과적인 군 의무체계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무체계에서는 아무래도 간호사보다 의사가 중요한 편이다. 그런데 한국군은 간호사관학교를 운용해 간호장교를 키우면서, 정작 군의관 양성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미군뿐만 아니라 일본 자위대도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 군의관을 양성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국방의학대학원은 결국 군에 간 내 아들을 돌보는 기관이 아니냐”라는 말로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 영내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제마부대원. 한국군은 군의관이 부족한데도 국위 선양 때문에 군의관을 해외로 파병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6.02.14 522호 (p26~28)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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