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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러 그 후 관광객 발길 ‘뚝’

런던 호텔·식당 고객 25~30%p 감소 유학생도 대폭 줄어 대학들 재정 타격

  • 케임브리지=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영국 테러 그 후 관광객 발길 ‘뚝’

영국 테러 그 후 관광객 발길 ‘뚝’

텅빈 술집과 ‘썰렁한’ 지하철(아래) 모습이 폭탄 테러 이후 침체기에 들어선 런던 경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관광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잇따라 발생한 두 차례 폭탄 테러의 여파로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 여파는 교육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이곳으로 공부하러 오는 외국 유학생들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명동에 해당하는 런던 중심가 레스터 광장에 있는 선술집(Pub) ‘38’. 지난달 7일과 21일, 두 차례나 폭탄 테러가 발생한 후 이곳을 찾는 손님이 평소보다 20% 정도 줄어들었다. 일주일 매상액으로 따지면 7000파운드(약 1400만원)나 감소했다. 부지배인 레톤 모리슨은 “테러 이후 직원 두 명이 겁을 먹고 일을 그만두었다”며 “손님이 줄어 직원을 뽑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과 식당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졌다. 런던 호텔업계의 통계를 보면, 호텔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또 식당을 찾는 고객의 수도 30%포인트나 감소했다. 갑자기 무더워진 날씨로 이처럼 손님을 줄어들었을 리는 없기 때문에 2회에 걸친 테러가 주된 이유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올 관광수익 6000억원 감소 예상

영국 테러 그 후 관광객 발길 ‘뚝’
영국 요식업협회의 보브 코튼은 “영국을 많이 찾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지의 관광객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는 나라를 찾는다”며 “테러에 따른 불안감이 관광객의 발길을 다른 나라로 돌리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관광공사도 최근 지난달 7일 발생한 폭탄 테러가 관광업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관광수익이 약 3억 파운드(약 6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1차 테러의 여파만을 감안했기 때문에 2차 테러까지 고려하면, 수익 감소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5월부터 9월까지가 영국 관광의 절정기다. 그리 덥지 않은 날씨에 어디를 가나 신록이 우거져 관광하기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수는 모두 2780만명 정도. 영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았다. 관광객들은 대략 130억 파운드(약 26조원) 정도를 쓰고 갔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관광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 테러 그 후 관광객 발길 ‘뚝’

두 번째 폭탄 테러 이후 사건을 수습하고 있는 경찰관과 응급구조 요원들(왼쪽).
두 차례 폭탄 테러는 런던 시민들뿐 아니라 관광객 및 유학생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텅빈 술집(왼쪽)과 ‘썰렁한’ 지하철 모습이 폭탄 테러 이후 침체기에 들어선 런던 경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관광객의 수도 1100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포인트나 증가했다. 그러나 폭탄 테러는 이 관광 경기의 상승곡선을 한순간에 꺾어놓았다.

관광산업과 함께 영국 경제에 큰 보탬을 주고 있는 교육계도 폭탄 테러로 시름에 잠겼다. 이곳으로 공부를 하러 오는 외국 유학생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으로 유명한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국제교육처의 한 관계자는 “2001년 9·11테러 이후에도 이곳에 등록한 외국인 학생이 소폭으로 줄었다”며 “이번 테러로 인해 학생이 대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전문 주간지 ‘타임스하이어에듀케이션’은 런던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의 말을 인용해 테러가 교육계에 미칠 영향을 예상했다. 이 학생은 런던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폭탄 테러 이후 친구들에게서 수많은 문의 e메일을 받았다. 그는 “입학허가서를 받아, 이번 가을에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친구도 호주나 뉴질랜드 등 다른 영어권 국가로 가서 공부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듬해 영국 학교로 진학할 계획으로 준비를 해오던 친구들도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테러로 영국 내 대학들은 잇따른 악재를 만났다. 4월부터 영국 내무부가 비유럽연합 학생들이 비자를 연장할 때 내는 돈을 2배나 올려, 우리 돈으로 대략 5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이럴 경우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내무부는 막무가내였다. 2년 전 비자연장 수수료가 처음 도입된 이후 지난해 영국 대학에 진학한 외국인 학생의 수가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지원자 비율은 25%나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까지 발생해 그야말로 대학당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대학원생을 포함해 영국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약 210만명이다. 이 가운데 30만명 정도가 외국인 학생이다. 이들은 1년에 약 100억 파운드(약 20조원)의 돈을 영국 대학에 내고 있다. 영국 대학 재정의 10%가 외국인 학생이 내는 돈으로 운영된다. 영국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대학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비교적 재정이 괜찮은 편인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도 외국 학생의 비율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미국의 맹방으로 이라크 침략 전쟁에 적극 참전했으며, 8000명의 전투 병력을 파견했다. 이런 외교정책의 결과로 이번에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물론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집권 노동당의 관료들은 이라크 침공이 이번 자살 폭탄 테러를 야기했다는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는 이처럼 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테러 위협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 더욱 영국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70~71)

케임브리지=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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