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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법조계 빅4 싹쓸이

청와대 고민 끝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 … 대법관 인사·헌재 재판관 향후 인선 주목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호남 법조계 빅4 싹쓸이

호남 법조계 빅4 싹쓸이
기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에 이어 대법원장까지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헌법재판소장까지 그렇다면 편중인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자“저의 자격을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상관없지만, 출신 지역을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헌재소장은 전임 정권이 임명했고, 법무부 장관과 총장은 대법원장과 격이 다릅니다. 답변이 됐나요?”

8월18일, 청와대는 이용훈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63·사법시험 15회)을 9월22일 임기가 끝나는 최종영 대법원장 후임으로 지명했다. ‘공판 중심주의’로의 사법제도 개혁과 법원 내부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야 하는 사법부는 앞으로 이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혁신정책을 추진해갈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1년 사이에 9명의 대법관이 교체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재야 출신 대법관 등용과 법원 조직 개편 등 법원개혁 주도권을 놓고 내부 갈등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교적 개혁적인 마인드를 지닌 이 대법원장 지명자를 선택하면서 청와대가 고민한 흔적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법원 외부 인사의 발탁 여부는 가장 첨예한 논란거리였다(이 지명자는 대법관 출신으로 법원 인사로 분류된다).

한때 재야 출신 C 변호사가 심각하게 거론 되기도 하는 등 청와대는 수개월간 인사 문제로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산 출신 조무제 전 대법관이 경쟁자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 지명자의 개혁성과 안정성, 그리고 인선 효과를 넘어설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것. 이 지명자는 3월과 5월, 청와대가 법조계를 상대로 두 차례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에서도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가 호남 출신이라는 것을 이유로 고민해왔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식 지역구도 파괴인사

이번 인사로 초래된 가장 큰 변화는 사상 유례가 없는 ‘법조계 수장 호남 싹쓸이’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 6월 말, 김승규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목포 출신 천정배 의원이 임명됐고, 그에 앞서 4월에는 역시 목포 출신 김종빈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헌법재판소장은 광주 출신의 윤영철 소장이 재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편에서는 과거 영남 정권 아래서도 특정지역 출신 법조인들이 법조계 전체를 싹쓸이한 적은 없었다고 놀라워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를 두고 “참여정부의 기본적인 속성이 ‘부산-호남 연정’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사”라고 촌평했다. 하지만 이는 출신 지역에 상관하지 않는 노 대통령식 인사 방식의 전형이라고 보는 시각이 옳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지명자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망이 높았다는 것.

호남 법조계 빅4 싹쓸이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천정배 법무부 장관,김종빈 검찰총장(왼쪽부터).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출신 지역과 대법원장을 엇갈리는 원칙만큼은 제대로 지켜졌다는 호평도 나온다. 김영삼(부산)-윤관(전남), 김대중(전남)-최종영(강원) 조합에서 알 수 있듯, 과거에는 3부 요인인 대법원장의 인선은 출신지역이 중요 고려사항이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다른 지역 출신으로 배려하거나,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의 그 같은 안배 역시 정권 운용의 관례인 점에 비춰보면 이번 인사는 ‘노 대통령식 지역구도 파괴인사’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 대법원장 등극을 바라보는 법조계 표정은 환영 일색이다. 소장 판사들은 그가 보여줄 개혁적 성향에 대한 높은 기대를, 중견 법관들은 그의 원칙적인 판단에 높은 평가를, 원로 법조인들 역시 그가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내며 보여준 안정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애당초 외부 인사냐, 내부 인사냐를 놓고 법원조직 전체가 술렁거렸던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국회 청문회 및 인준 절차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그가 노 대통령 탄핵사건 때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전력을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지만,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민주당과 민노당은 호의적 반응이다. 그는 의료·노동 분야의 소수 성향의 판결 때문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원칙론적 태도를 견지해온 중도인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그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또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법조계 호남 싹쓸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애당초 법원은 지역적 갈등이 거의 없는 조직입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실력과 임용 성적에 따라 고등부장-대법관으로 승진했습니다. 실력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지역 안배인사나 특혜가 불가능했습니다.”(서울중앙법원 모 부장판사)

실제로 검사 조직과 달리 판사 조직은 정치바람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호남 출신들이 군사정권 아래서도 큰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전북 출신의 한 고등부장판사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사법시험을 통과한 호남 인재들에게 고향 선배들은 검사를 지망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문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호남 출신들이 법원에 진출하여 적지 않은 세를 형성했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된다. 2003년 법원행정처 자료를 토대로 주간동아(421호)가 조사한 판사 통계에 따르면 전주고등학교(41명)와 광주일고(38명) 출신은 경기고(69명)와 경북고(58명)에 이어 3, 4위를 차치하고 있다. 지역별 분석에서도 호남 출신 법관은 20%를 기록해 영남(36%)과 서울(25%)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광주일고는 현직 고등부장판사 이상에서 21명을 배출해 단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법조계에서 이 같은 인사 경향은 계속될 것인가. 당장 다가온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선에 곧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지역 편중 인사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미약하게나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법원보다는 법무부 쪽에서 나오는 그 우려의 목소리는 검찰조직에 비해 법원은 그리 큰 수준은 아닌 상황. 대법원 판사 출신의 L변호사는 “DJ 시절에 상대적으로 호남 법관들이 고등부장 승진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했다”며 지역 편중 인사의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향후 법원 인사는 서열 중심의 평가에서 탈피할 것이기 때문에 보다 공정한 지역안배 인사도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 게다가 이 내정자 역시 법원 행정처 차장으로 일하던 1993년, 인사문제로 판사들의 구설에 오르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별 두각을 내보이지 못했던 모 지원 부장판사가 경쟁자들을 제치고 고등부장판사로 승진했는데, 그는 이 내정자의 절친한 후배였다.

한편 내심 재야 출신 대법원장을 기대했던 민변과 참여연대는 실망하는 기색이다. 참여연대는 “그가 기존 관료사법의 틀에서 성장해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논평했다. 현 시기가 출신 지역보다는 법원 내부 출신인가 아닌가에 쏠렸다는 반증이다.

이 지명자는 “대법관 이후 5년간 변호사 생활을 겪으면서 공급자 마인드를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사법 시스템을 고민했기 때문에, 재야나 재조가 아닌 경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노 대통령의 이번 대법원장 인선으로 출신 지역 논란이 영원히 수그러질 수 있을지, 그리고 법조계의 호남 석권 현상은 향후 법조계 고위 인사에서 지속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22~2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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