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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풍수 | 유골이 사라지는 무덤 도시혈

귀신 곡할 노릇 ‘조상 탓’인가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귀신 곡할 노릇 ‘조상 탓’인가

귀신 곡할 노릇 ‘조상 탓’인가

도시혈로 알려진 고종 황제의 무덤인 홍릉 전경.

이장(移葬)을 하려고 봉분을 열어보니 유골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나 관의 위치가 봉분과 어긋나 있어 당황해하는 경우가 있다. 유골이 없는 경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어 광중(壙中)의 흙 일부를 유골로 삼아 이장하기도 한다.

풍수에서는 이를 ‘시체가 도망하는 자리’라는 뜻의 도시혈(逃屍穴)이라고 하는데, 이유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여러 말이 있어왔다. 조선시대 지관 선발시험의 필수과목이자 지금도 많이 읽는 ‘청오경’에서는 관이 뒤집혀지거나 부서지는 원인을 무덤을 둘러싸고 있는 산 어느 곳에 골이 지면 그렇다고 했다. 또 땅 밑으로 물이 흐를 때도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옛날 사람들은 유골이 없어진 경우, 유골을 찾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힘든 방법들이다.

귀신 곡할 노릇 ‘조상 탓’인가

도시혈에 자리한 교량. 왼쪽 교각 3개가 일정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현대 지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토양포행(soil creep)’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토양포행이란 ‘암반층 위에 연약지층이 형성된 경우 표토(表土)는 나무나 잡초뿌리와 풍화작용으로 단단하나 중간에 있는 연약지층은 암반의 경사에 따라 이동’(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지표층 아래 일정 지층이 지속적으로 움직임으로써 그 위에 놓여진 관이 함께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교수는 경기도 금곡에 있는 고종 황제의 무덤인 ‘홍릉’이 도시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식민지 시절 일본이 의도적으로 도시혈에 조선의 황제 무덤을 조성했다는 혐의가 짙다는 주장이다.



무덤뿐만 아니라 전봇대나 교각이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고서도 지표층 아래 지층이 흘러감을 알 수 있는데, 사진 쥱도 하나의 예다. 몇 년 전 필자가 안동에서 찍은 사진인데, 정면에서 보아 왼쪽 교각 3개가 일정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이곳에 교각을 설치할 때는 지표층 아래 지층, 즉 토양포행이 진행되는 지층의 움직임이 미미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가 뚜렷해짐을 알 수 있다. 교각판 아래의 교량 상층 부분은 교각판에 고정되어 있는 반면, 땅에 박혀 있는 교량 밑바닥 부분은 토양포행이 진행되는 지층에 박혀 있기 때문에 점차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귀신 곡할 노릇 ‘조상 탓’인가

도시혈에 자리한 소나무와 무덤. 소나무 일정 부분이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무덤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더 빈번하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무덤이 경사진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고, 또 외부 기후 조건이 영향을 미치는 지표면 1m 내외에 시신이 안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예를 사진 쥲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쥳에서는 일정한 영역의 소나무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또 그 아래 몇 기의 무덤도 보인다.

이 경우 소나무가 기울어져 있는 부분에 쓰여진 무덤의 유골들 역시 ‘도시혈’ 현상을 보여줄 수 있는데, 이것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처음 작은 소나무들을 이곳에 심었을 때 뿌리가 깊지 않아 토양포행이 진행되는 지층에까지 이르지 않았다. 점차 소나무가 자라면서 뿌리도 그만큼 깊어져 토양포행이 진행되는 지층에 뿌리가 닿게 된다.

이 경우 뿌리는 흘러가는 지층과 함께 밑으로 밀려가고, 반대로 그 위에 소나무 줄기는 반대쪽으로 기울어진다. 일정 지대 밖의 소나무들은 반듯함을 볼 수 있는데, 이 소나무들은 토양포행층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귀신 곡할 노릇 ‘조상 탓’인가

도시혈 부근에 새로 세워진 돌탑 2기.

이러한 도시혈에 무덤을 쓰면 어떻게 될까? 유골이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사라졌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광중의 유골 상태가 안 좋으면 후손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관념으로 인해, 살아 있는 후손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점이다. ‘잘되면 자기 탓이지만 못되면 조상 탓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에 이곳을 다시 답사해보니 무덤 왼쪽 능선에 전에 없던 돌탑이 두 개 세워져 있었다. 아마도 집안에 무슨 사연이 있어 쌓은 듯하다.



주간동아 447호 (p90~90)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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