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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아테네는 첨단 과학기술 경연장

스포츠용품사들, 올림픽서 특수원단 수영복 등 첨단 경쟁 … 기록 단축에 얼마나 영향 ‘관심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times.co.kr

아테네는 첨단 과학기술 경연장

아테네는 첨단 과학기술 경연장

상어의 피부를 본뜬 전신 수영복 패스트스킨.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을 빛낸 스타로는 ‘인간 어뢰’ 이언 소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수차례의 세계신기록과 올림픽 3관왕이란 최고의 영예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더욱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가 입은 희한한 수영복. 목부터 발끝까지 짙은 슈트로 온몸을 꽁꽁 감싼 획기적인 모습의 수영복이었다.

이 전신 수영복에는 일명 ‘제트컨셉트(비행기 운동역학)’가 적용됐다고 한다.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도록 고안된 전신 수영복 덕분이었는지 이언 소프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올림픽 영웅의 자리에 올랐다.

아테네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구촌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영웅에 대한 기대로 들뜨기 시작했다. 흔히 운동경기 하면 끈기와 훌륭한 체격조건, 정신력의 싸움이라 말하지만 21세기 스포츠는 여기에 ‘과학’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추가된다. 인체의 한계를 과학과 기술로 무장한 스포츠용품으로 뛰어넘는 것이다. 마찰 줄이고 부력 높이는 데 초점 이제 선수들은 최고의 물리학도로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수영에서 최고의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물의 저항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다.

물에서 가장 유리한 모양은 유선형이다. 자유자재로 깊은 바다를 헤엄치는 상어와 돌고래를 생각하면 명쾌하게 이해된다. 실험에서도 아주 간단하게 증명된다. 물방울 모양의 원뿔과 정육면체, 그리고 공 모양으로 각각 만든 배로 경주를 한다면 원뿔형 배가 단연 앞서 나간다. 그 뒤를 정육면체가 따르고, 공 모양의 배는 한참 뒤처진다.

이것은 모양에 따라 받는 물의 저항이 다르기 때문으로 원뿔이 받는 저항을 ‘1’이라고 할 때 정육면체는 ‘4’, 공은 무려 ‘9.3’에 달한다. 더욱이 뾰족한 부분이 앞을 향할 때가 반대의 경우보다 저항력이 2.3배 정도 크다. 수영선수들이 경기 도중 다리가 벌어지지 않게 애쓰는 이유도 가장 유리한 역삼각형의 유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언 소프가 최고의 수영선수로 꼽히는 이유도 그의 영법이 물리학적으로 가속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언 소프는 다른 선수들보다 빠른 발차기를 구사하는 반면, 손동작은 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무릎 아래만을 움직이는 독특한 발차기를 구사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꼬리 쪽이 얇아지는 역삼각형의 유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무릎 아래쪽만을 사용해 발차기를 하기 때문에 운동반경이 작아 더욱 빠른 움직임이 가능하다. 빠른 발차기를 추진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속도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영법만으로는 이언 소프의 경쟁력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는 과학의 힘이 숨어 있었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영 분야의 신기록은 전적으로 선수의 자질에 달려 있었다. 육상에서는 이미 공기저항을 줄이고 땀의 배출을 돕는 신소재 운동복이 선보여 운동경기가 아니라 마치 우주인들의 단합대회 같은 모습을 연출했지만, 수영에서는 오히려 태곳적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물의 마찰력과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과 수영모를 쓰거나 머리카락을 싹 밀어버리는 것이 미덕이었고, 남자 선수는 입었는지 벗었는지 분간이 안 되는 수영복을 착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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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저항을 줄인 뉴 슈퍼바이크.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수영에도 마침내 첨단과학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첫 번째 시도는 98년 한 수영복 제조업체에 의해 이뤄졌다. 이 업체는 사람의 살갗보다 매끄러운 원단으로 수영복을 만들었다. 물체의 면이 덜 거칠수록 마찰항력이 작다는 점에 착안해 특수원단으로 온몸을 감싸는 전신 수영복을 선보였다.

물론 습기가 스며들지 않아 그만큼 물에 떠오르는 부력도 증가해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상어 지느러미 형태 디자인에 접목 여기에 또 하나의 기술이 적용됐다. 아이디어 제공자는 바다의 폭군이자 스피드광인 상어. 물체가 빠른 속도로 물살을 헤치고 나아갈 때 물체의 표면에서는 수없이 많은 소용돌이가 생긴다. 이 때문에 표면항력이 높아지고 그만큼 속도가 늦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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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존슨의 `황금신발`.

따라서 소용돌이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이 비결을 상어의 지느러미에서 찾아냈다. 상어 지느러미에는 갈비뼈 혹은 빗살무늬 형태의 작은 돌기, 즉 ‘리블렛(riblets)’이 나 있는데 이것이 지느러미 표면에 작은 회오리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항공우주국 랭글리연구소에 의해 처음으로 리블렛의 비밀이 밝혀진 이후 리블렛은 항공기와 잠수함의 디자인 등에 다양하게 적용됐고, 마침내 수영복 디자인에 이르게 됐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사인 ‘아디다스’와 ‘스피도’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수영복의 표면에 너비가 1mm에도 못 미치는 리블렛을 만들었고, 이 수영복은 신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3월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 쇼트코스 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15개의 세계신기록이 터져나왔을 정도다. 물론 아무 곳에나 리블렛을 부착한다고 모두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리블렛은 진행방향과 45° 넘게 각도 차가 생기면 오히려 저항력을 높이는 구실을 한다.

이 때문에 수영복 제조사들은 자세 변화가 적은 배 부분에 리블렛을 부착했다. 개막을 눈앞에 둔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첨단 수영복이 선보일 예정이다. 아디다스는 항공기 날개 디자인을 모방해 겨드랑이부터 몸통까지 V자의 홈을 만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한 스피도는 팔의 안쪽에 티타늄 등의 특수물질을 이용해 팔 동작의 피로감을 줄이는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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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언 존스 `뉴 슬리퍼`.

두 회사는 이 제품이 아테네올림픽에서 기록 단축의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들의 예견대로 아테네올림픽은 인체 한계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땀방울뿐 아니라 첨단과학의 걸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어쩌면 이제부터 새로운 영웅과 기록의 탄생은 사람이 아니라 과학의 몫이 될지도 모르겠다.



주간동아 447호 (p70~71)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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