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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동의서 써준 것 후회막급”

달라진 자이툰부대 면회 풍경 … 가족들, 현지 상황 악화로 걱정과 한숨

  •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파병동의서 써준 것 후회막급”

“파병동의서 써준 것 후회막급”

면회객들이 모여든 특전교육단 입구.

경기 광주시 특전교육단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부대(부대장 황의돈 소장·이하 부대)는 7월3일부터 면회 방식을 바꿨다. 과거엔 면회객이 부대 안으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으나 이날부터 위병소에서 병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을 확인하고 면회소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

면회 방식이 바뀐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기자들이 면회를 가장해 부대 안으로 들어가 부대 내 분위기를 밖으로 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부대는 위병소에 기자 출입을 감시하는 장교까지 배치해 면회 온 가족들과 함께 취재진이 부대로 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왜 그럴까. 부대는 미국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하고 이라크를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이던 2월에 창설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4월 선발대가 이라크로 떠나 지금은 한창 민사작전을 벌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세가 거세지고 파병 지역이 바뀌면서 장병들은 5개월째 대기하고 있다.

사병들은 처음엔 이슬람문화를 교육받다가 최근엔 쿠르드족 문화에 대해 배우는 등 혼란의 연속이었고, 부사관과 장교들 역시 가족과 떨어져 영내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에 대해 지루해하고 있다. 부대 병사 50여명은 파병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됨에 따라 최근 파병을 포기하고 원 소속부대로 복귀하기도 했다.

파병 지연되면서 병사들 분위기도 식어



부대 측은 “부대원들이 최선을 다해 훈련을 받으며 파병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일부 병사들은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다 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 파병반대 여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과거보다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부대 분위기가 밖으로 알려지는 게 부대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부대 측은 파병 계획과 관련해 취재·보도 제한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7월3일 정오쯤 특전교육단 입구에 병사들의 가족 및 친구들이 면회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파병 장병들을 독려하고 응원하던 가족들의 심경도 김선일씨 사건 이후 조금은 바뀌고 있는 듯했다.

“파병동의서 써준 것 후회막급”

자이툰부대가 주둔지에서 훈련하고 있다.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주변에서 하도 인사(걱정)를 하는 탓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 면회객이 운을 떼자, 또 다른 면회객은 “아들이 직업 군인(하사)이라 파병이 좋은 기회라고 여겼는데 요즘엔 가끔씩 끔찍한 생각이 들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파병부대 지원에 동의한 게 후회된다는 부모도 있었다. 김모씨는 “파병동의서를 써줄 때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써주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면회소에서 일부 병사들은 가족들한테서 “이라크행을 포기하라”는 설득을 당하기도 한다. 반면 “안전한 지역으로 가기 때문에 신변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병사들의 부대생활은 비교적 쾌적한 편이다. 주요 훈련이 끝나는 오후 3시부터는 운동으로 소일할 정도로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부대엔 이라크 아르빌에 세워질 숙영지를 본떠 만든 훈련장 두 곳이 마련돼 있다. 훈련장엔 한국군의 파병 목적에 걸맞게 교실·가전제품수리소·간이병원 등 대민업무 관련 시설도 자리잡고 있다. 병사들은 이곳에서 민사작전 사항을 숙지하면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선발대의 파병 날짜를 기다린다.

“파병동의서 써준 것 후회막급”

자이툰부대 식당

병사들에게 가장 골치 아픈 일은 쿠르드어를 배우는 것. 한동안 배웠던 아랍어와 문법 및 단어가 전혀 달라 애를 먹고 있다. 아랍어 교관이 쿠르드어를 새로 배워 가르칠 정도로 사정은 좋지 않다. 현지에서 친근감을 쌓는 데 중요한 의사소통은 통역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테러 대비 안전장비도 대폭 보강

민사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철저한 안전이다. 다행인 것은 아르빌의 상황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것. 한때 중대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170여명의 미군이 관리했을 정도다. 부대 정훈 장교는 “아르빌이 매우 안정된 지역이라 안전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현재 사실상 전시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경우를 참고해 전체 병력의 0.6%가량이 희생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단순계산으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부대원 중에 전사자가 발생한다면 파병에 대한 국민 여론이 거세게 회오리칠 가능성이 높다.

“파병동의서 써준 것 후회막급”

수송차량

따라서 민사작전은 특전사를 위시한 경계 병력의 보호 아래 이뤄질 예정이다. 부대엔 ‘특전사 중 특전사’로 불리는 특전사 707특임대대 요원들을 비롯해 대(對)테러 특수요원 40여명, 공군 폭발물처리반 10여명이 포함된다. 이들은 저항세력의 폭탄테러 등을 막아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테러에 대항하기 위해 장비도 대폭 보강했다고 한다. 각종 차량의 유리는 30mm 강화유리로 제작했고, 운전석 방탄막도 기존의 운전자 어깨높이에서 눈높이까지 올려 30cm 길이로 만들었다. 방탄조끼 방탄헬멧 등 개인보호 장구류의 값만 장병 1인당 156만2140원에 이른다.

민사작전의 모토는 ‘비전 아르빌(Vision Arbil)’. 아르빌판 새마을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하천 정화, 청소차량 지원, 통신망 복구, 공공시설 복구, 전력시설 보수·공급, 상·하수도 개선 등 70여 가지 사업이 주요 임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아르빌에 이 같은 지원 활동이 과연 필요한지, 또 70여 가지 프로그램에 책정된 예산으로 계획한 재건사업을 모두 벌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부모들의 한탄을 뒤로 하고, 부대는 8월 초 선발대 900여명을 시작으로 8월 말~9월 초, 10월 이후 등 세 차례로 나뉘어 당초 예정된 대로 이라크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에서 동의를 얻은 파병 기한이 12월까지인 터라 본격적인 민사작전을 벌이자마자 부대 철수 문제 여부를 놓고 국론이 다시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주간동아 443호 (p42~43)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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