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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수업 鄭·金 누가 우등생 될까

‘실리와 명분’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일단 유리 … ‘민생으로 반전’ 김근태 복지부 장관 정면 승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차기수업 鄭·金 누가 우등생 될까

차기수업 鄭·金 누가 우등생 될까

6월4일 열린우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참석한 정동영(왼쪽)·김근태 장관.

6월30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김근태 의원이 150명의 동료 의원들 앞에서 밝힌 취임 소감에는 뼈가 있었다.

“과천에 여의도 (국회) 지점 하나가 생겼다고 생각해달라.” 지점으로 파견 나가지만 때가 되면 본점으로 돌아오겠다는 ‘I’ll be back’의 의미였다.

김장관이 장관직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6월27일. ‘4·15’ 총선 직후부터 입각설이 나돈 것을 감안하면 김장관의 결단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만큼 고민과 갈등이 많았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도 김장관은 임채정, 이광재, 조정식 의원 등 일부 측근들과 입각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정치적 결단론과 수용론이 맞부딪쳤고 결국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언이다. 최근 우리당에 대한 지지층 이탈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더 이상 고집 부리는 것은 욕심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대세론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입각을 놓고 김장관 측이 갈등과 고민 속에 빠져 있던 그 시각, ‘정동영’ 캠프 분위기는 매우 밝았다. 이런 분위기는 취임 소감에 그대로 드러났다. 장관으로 발탁된 6월30일, 정장관은 “통일부는 10년 전 출입기자로 드나들던 곳”이라며 ‘I’m back’을 강조했다. 같은 날, 내각으로 들어가는 두 장관의 서로 다른 견해와 입지가 날카롭게 묻어난 취임 소감이다.

노대통령 분할통치술 ‘최강 내각’



정·김 장관의 입각으로 ‘최강’ 내각이 등장했다. 이해찬 실세총리,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도 강한 내각의 등장에 일조한 주인공들이다. 최강 내각 출범은 대권수업이 1차 명분이다. 그러나 통제권을 넘나들 가능성이 있는 ‘차기’에 대한 노대통령의 분할통치술(Divide and rule)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은 수시로 상생과 협력, 대립과 경쟁 구도를 엮어낼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 역대 대선후보들이 했던 방식대로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물론 두 장관은 민생과 정책에 역점을 둔다는 주장이다. 두 장관이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면 내각의 효율성은 극대화한다. 참여정부 2기 내각의 목표인 정부혁신은 탄력을 받고 이들의 행정력과 지도력도 인정받는다. 반면 대권경쟁에 파묻히거나 내각운영에 실패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여권은 더욱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정·김의 2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장관의 통일부 입성은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 통일부 입성으로 정장관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거머쥐었다. 향후 통일시대를 대비한 통일부 업무 파악은 차기 지도자 수업과정으로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경쟁자보다 유리한 처지다. 정장관은 통일부 장관이 가지는 위치와 역량을 자신의 대권 플랜에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국민 이미지 차원에서도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장관은 통일부 수장으로의 자신감을 내보인다. 취임 직후 “우리의 평화번영 구상을 국제적으로 세일즈하는 일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뒤 “지금까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며 향후 통일부의 주도적 구실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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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6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영등포동 당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통일 아젠다의 중심에 선 정장관에게는 부수적으로 3가지 메리트가 동반한다. 우선 고급 정보가 끊임없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고정 멤버. 국내는 물론 해외의 고급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노대통령과 물리적 거리가 좁혀진 것도 정장관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소득이다. 정부 부처 내에서 통일부가 갖는 비중은 상당하다. 반면 위험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교육부나 재정경제부는 ‘일해도 욕먹는 부서’로 통한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런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손해볼 것이 없는 자리에 선’ 정장관으로서는 대권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셈이다.

반면 김장관의 내각 진입은 ‘노대통령의 견제설’ 속에서 출발할 정도로 열악해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비노(非盧)파’인 출신 성분에서 비롯된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장관은 장관 발탁을 전후해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감과 정면승부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입각을 결정한 후 차기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김장관은 최근 한 방송 출연에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준비하도록 하겠다”며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통일부 장관 쟁탈전에서 밀린 김장관이 반전을 기대하며 호흡을 길게 갖고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김장관을 만난 우리당 한 관계자는 “우려를 나타냈더니 ‘나한테 맡겨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장관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보건복지부 업무 성격상 민생 안정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이런 모습이 강조될 경우 대(對)국민 이미지를 더욱 친근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년 4월 재·보선 움직임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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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신임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하고 있다.

정·김 장관은 노대통령의 분할통치 원리에 따라 입각한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권력을 관리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노대통령은 이들에게 참여정부 2기 내각의 아젠다와 관련한 미션도 제시한 상태다. 참여정부 2기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혁신을 이루기 위한 전위대 구실이 이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경우에 따라 이들의 어깨에 참여정부 2기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개혁 성향의 정치인으로서 해당 부처의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하는 동시에 정부 혁신을 이뤄낸다면 참여정부 2기는 안정 속에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김 장관의 행정 능력과 전문성. 6자 회담과 같은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 갈수록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북한 측과의 직접협상이나 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는 것이 정장관의 정치력에 대한 시험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장관도 마찬가지.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는 버릇 때문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각은 “기회이면서 위기”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이런 흐름을 직시한 측근들은 “이제 행정가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잘못하면 장관을 지낸 수많은 정치인 중 한 명으로 끝날 수 있다”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앞으로 여권의 권력 지도는 노대통령과 이들 몇몇 대선주자들에 의해 그려질 가능성이 많다.

임기의 4분의 3을 남겨두고 있는 노대통령이 이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들에게 ‘노심(盧心)’은 아직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렇다고 두 인사의 기세로 보아 청와대 의도대로만 갈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드물다.

과거 모든 대선후보들은 임기 말에 몰린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들은 운칠기삼(運七技三) 외에 어느 때 튀어야 ‘당심’과 ‘민심’을 얻는 데 유리한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기울고 민심이 떠날 채비를 하면 과거 대선주자들은 잔혹하게 주군에게 메스를 들이댔다. 정·김 장관은 내년 4월을 전후해 거취를 놓고 깊은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채 1년도 되지 않는 이른 시점이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이뤄질 ‘미니총선’을 장외에서 지켜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보궐선거에서 이들의 필요성이 대두될 경우 이들은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정책 등을 통해 대선후보로서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김 장관의 입각으로 여야 4인의 잠룡, 여기에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까지 모두 5인이 서서히 ‘레이스’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주간동아 443호 (p24~2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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