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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매력 만점 포도주 … ‘와인’은 문화상품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매력 만점 포도주 … ‘와인’은 문화상품

매력 만점 포도주 … ‘와인’은 문화상품

와인은 곧 문화다. 프랑스 와인 ‘보르도’를 마시는 사람들은 이 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듯한 기분을 함께 느끼는 것이다.

와인 가격, 특히 ‘보르도’나 ‘부르고뉴’산 특급 와인 가격을 들으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맛과 향이 좋다 해도 그렇지 1병에서 6잔 정도밖에 안 나오는 와인이 그렇게 비쌀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값을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와인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와인 가격 역시 ‘경제학 원론’에 충실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된다. 1980년대 말 와인 가격이 대폭 오른 데는 적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심장질환에는 좋지만 간에는 나쁘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시아 지역을 휩쓴 와인 열풍, 전례 없는 미국의 장기 호황, 특등급 와인에 대한 공급 제한 등이 골고루 기여했을 것이다.

와인 생산연도도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영어로는 ‘빈티지(vintage)’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흔히 오래된 와인일수록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와인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고 또 가격이 비싼 것일까? 정답은 ‘No!’다. 오래 보관해서 질이 좋아지는 와인은 빈티지가 좋은 특급 와인에 한한다. 오히려 평범한 와인을 20년 묵히면 변질되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 특히 몇 년씩 지난 ‘보졸레 누보’(프랑스 리용의 보졸레에서 생산되는 햇와인)는 아무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마시기도 힘들다. 만든 지 6주쯤 지난 후(법적으로는 11월 셋째주 목요일 자정)부터 마시는 ‘보졸레 누보’는 이듬해 봄이 되기 전에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와인 가격이 배이면 맛도 배로 더 좋아지는 것일까? 이 가정은 2달러 하는 와인과 4달러 하는 와인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 이 수준의 와인은 가격이 올라갈수록 맛이 현저히 좋아진다. 그러나 8달러, 16달러, 32달러로 가격이 올라가면 좋아지는 정도가 점점 줄어든다. 점수로 환산하면 4달러짜리 와인을 50점이라고 했을 때 8달러짜리 와인은 75점, 16달러짜리 와인은 84점, 32달러짜리 와인은 89점 하는 식으로 조금씩 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이 기준을 계속 적용해나가면 64달러짜리 와인은 93점, 124달러짜리 와인은 95점, 248달러짜리 와인은 97점, 496달러짜리 와인은 98점이다. 맛과 향기의 등급이 미세하게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1000달러 하는 초특급 와인은 99점 정도가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작은 차이일지 모르지만, 와인 애호가들한테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 차이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비싼’ 와인을 찾는 것일까. 그것은 ‘맛’이 와인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급 와인은 프레스티지, 레이블의 세련된 디자인 등이 더해진 문화상품이다. ‘보르도’나 ‘버건디’가 비슷한 수준의 호주나 이탈리아 와인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은, 사람들이 그 와인을 구입하면서 프랑스 문화를 체험하는 티켓을 함께 사는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와인을 즐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와인 붐을 타고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와인 바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도서출판 ‘열린책들’ 사옥에 생긴 ‘the social’은 한 번쯤 가볼 만한 와인 바다.(02-738-7340) 갤러리 기능도 겸하고 있는 이곳은 레스토랑이라고 보기에는 메뉴가 단출하지만, 다양한 와인을 적절한 값에 팔고 있어 좋다. 게다가 경복궁이 정원처럼 내려다보이는, 건축가 황두진의 멋진 건물이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강남에서는 ‘세리비리떼’라는 와인 바를 추천하고 싶다. 지하로 내려가는 붉은 계단과 실타래 같은 조명이 이색적인 곳으로, 탱고 음악이 어울릴 것 같은 인테리어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이곳은 양갈비구이를 비롯해 와인과 같이 하기에 좋은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마음에 든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기분에 따라 와인을 한두 병 사서 마시는 차원을 넘어서 전문적인 와인 셀러를 갖고 10~20년 후를 대비하는 와인 컬렉터들이 생겨나고 있다. 와인도 잘만 선택하면 꾸준히 가치가 상승하는 중요 컬렉션의 대상으로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의 중요 품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 가을, 와인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매력 만점 포도주 … ‘와인’은 문화상품

갤러리 기능도 겸하는 ‘the social’은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한 건물로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와인 바 ‘the social’에는 적정한 가격의 다양한 와인 이 마련돼 있다. 와인은 매력적인 음료일 뿐 아니라, 잘만 선택하면 꾸준히 가치가 상승하는 좋은 투자상품이기도 하다(왼쪽부터).





주간동아 2003.11.20 410호 (p90~91)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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