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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래 콧물 줄~줄 체면 구기네

대인관계 불편 ‘혈관운동성 비염’ … 발병 원인 다양하고 뚜렷한 치료법 없어 고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나도 몰래 콧물 줄~줄 체면 구기네

나도 몰래 콧물 줄~줄 체면 구기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됐을 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콧물이 흐른다면 ‘혈관운동성 비염’일 가능성이 많다.

멋진 중년 남성이, 혹은 아리따운 여성이 콧물을 흘린다고 해서 사람이 미워 보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콧물은 분명 그 사람의 이미지를 우스꽝스럽거나 초라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하물며 평소 멀쩡하던 사람이 식사 중에 연신 코를 풀어대고, 남녀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코를 훌쩍거리면 잘 진행되던 사업상담이나 데이트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중견기업 마케팅팀장 김수열씨(35)는 얼마 전 한 고객과의 점심 미팅 자리에서 콧물 때문에 낭패를 봤다. 코스 요리 초반에 나오는 수프를 먹으려는 순간 콧물이 주르륵 흐른 것. 황급히 냅킨으로 닦으며 고객에게 사과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그 후 그 고객은 한 번도 먼저 식사 미팅을 제안하지 않았다. 김씨의 이런 증상은 사시사철 일어나지만 뜨거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이맘때면 유독 심하다.

뜨거운 음식 반응 ‘밥 알레르기’

평소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해도 사정이 이쯤 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비인후과 클리닉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혈관운동성 비염’. 뜨거운 음식을 대할 때마다 콧속 혈관이 확장되어 각종 분비물이 쏟아지는 질환이다. 감기나 알레르기처럼 특정한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코에 느껴지는 온도 및 수분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비염의 일종이다.

일반인들은 이를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김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비인후과를 찾는 사람들 10명 중 한두 명은 꼭 김씨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이 질환은 흔히 ‘밥 알레르기’라고도 불리는데, 중요한 점은 이러한 증상이 뜨거운 음식을 대할 때뿐만 아니라 체온변화나 주변 온도와의 부조화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산에 오르면 모든 고민이 절로 사라진다”고 말하는 등산 애호가 최지애씨(29·여)는 얼마 전 한라산 등반 후 되레 고민이 생겼다. 함께 산행한 후 남자친구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 최씨는 “만난 지 얼마 안 돼 함께 한 첫 산행에서 콧물을 연신 훔친 것이 그 사람의 태도가 달라진 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라고 추정한다. 사실 최씨의 증상은 등산하는 동안 휴대용 휴지 한 통을 코 푸는 데 다 썼을 정도로 심한 편이다. 최씨는 늘 있던 증상이라 그날 특별히 신경 쓰지 못한 것에 대해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최씨처럼 등산하는 내내 콧물을 닦는 사람도 혈관운동성 비염일 확률이 높다. 혈관운동성 비염은 외부의 뜨거운 공기뿐 아니라 찬공기도 원인이 된다.

따라서 혈관운동성 비염은 자칫 ‘한랭 알레르기’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이는 분명히 다른 질환이다. 한랭 알레르기는 우리 몸이 찬공기나 찬물에 노출된 후 체온이 다시 올라갈 때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증상으로, 심할 경우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나도 몰래 콧물 줄~줄 체면 구기네

혈관운동성 비염은 주로 밥을 먹을 때 콧물이 나온다고 해서 ‘밥 알레르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혈관운동성 비염은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흐르는 콧물과도 구분된다. 매운 음식으로 인한 콧물은 캡사이신이라는 매운 성분이 교감신경계와 콧물세포를 자극해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질환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

적절한 습도 유지하고 면역력 키워야

하지만 혈관운동성 비염은 그 발생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된 바 없다. 다만 뜨거운 증기, 담배연기, 향수와 같은 자극적인 물질, 임신, 피임제 복용 등이 원인 인자로 지목되고 있을 뿐이다.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갑상선 기능의 이상도 혈관운동성 비염을 촉발하는 인자로 꼽힌다.

하나이비인후과 박상욱 원장은 “일반적인 혈관운동성 비염의 증상은 체온에 비해 외부 기온이 낮을 때라든지,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갑자기 콧속에 영향을 미쳤을 때 콧물이 흐르는 것이지만 대기오염이 심한 공기에 노출되어도 콧물이 날 수 있으며, 심해지면 자극이 없어도 수시로 콧물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질환의 증상이 알레르기성 비염과 거의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병을 진단할 때 알레르기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피부반응검사를 반드시 해주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콧속에 자극이 가해지면 분비물이 증가되어 콧물이 흐르고, 콧속 점막이 충혈되고 막힌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대개 평상시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콧물을 흘리는 등 증상이 나타나고, 또 금세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을 방치하다가 만성이 되면 누런 콧물이 나오고 코막힘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개중에는 축농증으로 이어져 안면이 답답하다고 느끼거나 두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특히 콧속에 진한 점액이 많이 분비되는 경우에는 축농증처럼 코가래가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기도 하고, 부어오른 점막 탓에 이관이 막혀 중이염에 걸리기도 한다. 때로는 콧속이 붓고 분비물이 고여서 냄새를 맡는 세포와 신경을 파괴해 후각기능을 마비시키는 경우도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나타나는 이 질환은 특효약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약물을 이용해 재채기, 콧물, 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인 셈.

그러나 완치되지 않는다고 해서 방치해두면 코막힘, 부비동염(축농증) 등 심각한 코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다. 단, 충혈된 콧속 점막을 가라앉게 하는 분무형 비충혈제거제는 1주일 이상 쓰지 않도록 한다. 오래 사용하면 오히려 코의 점막을 부어오르게 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 또 감기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전에 정확한 검사를 한 뒤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휴식을 취하고 영양섭취를 잘 해주면 자연스럽게 낫는다. 따라서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이고,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철 습도가 낮은 실내에서 생활할 때 쉽게 나타나므로 가습기 등을 통해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흡연자는 담배를 끊는 것이 좋고, 종이 등을 소각하는 장소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또 감기에 걸리면 비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실내에서도 규칙적으로 스트레칭을 해 면역력을 키우는 게 좋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는 조금 식힌 후에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간동아 2003.11.20 410호 (p78~79)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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