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8

2003.01.16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알아야지”

조훈현 9단(백) : 윤준상 초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3-01-09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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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알아야지”
    ‘입단한 지 1년밖에 안 된 하룻강아지가 산전수전 다 겪은 반상의 호랑이를 물 수 있을까.‘

    계미년 벽두를 연 첫 매치는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 2국. 관심의 초점은 열다섯 살 애송이 윤준상 초단이 과연 조훈현 9단을 꺾고 도전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인가였다.

    지난해 말 벌어진 도전자 결정전 1국에서 선승을 거둬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윤준장 초단이 또 승리를 거둔다면 1971년 서봉수 이래 32년 만에 초단 도전자가 탄생하는 셈. 갓 입단한 초단의 파워가 이쯤 되면 ‘고려장‘ 소리가 나올 법하다.

    조훈현 5단은 이러한 겁 없는 새까만 후배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백전노장. 지난해 말에는 연일 계속된 대국으로 하룻강아지에게 물려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연말연시 휴식을 취하고 나선 이번만큼은 어림없다고 외친다. 그렇지만 하룻강아지 역시 만만찮아 보인다. 하변에 뛰어든 백호(白虎)를 호되게 몰아쳐 곧장 승부를 끝내려 한다. 흑1의 수에 백대마가 절명 직전이다. 조9단이 ”망했다”며 심하게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고, 관전객들도 마른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백척간두에 선 백대마를 기사회생시킨 절묘한 묘수. 백2가 터졌다. 백2로 받는 것은 흑17까지 패가 나는데, 이것은 흑이 먼저 때리는 패라 여기서 바둑이 끝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알아야지”
    흑1로 치고 나갈 수밖에 없을 때 백2로 백헤딩. 이때 흑이 4로 끊으면 △ 아홉 점을 먹을 순 있으나 그러면 요석인 ▲석 점이 잡히므로 흑3은 어쩔 수 없고, 이하 백10까지 진행되자 거꾸로 흑이 불리한 수상전에 몰린 상황. 실로 전광석화와도 같은 카운터블로였다. 142수 끝, 백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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