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CUG 프로그램은 정보 접근권에 차등을 두고 있다.
당시 노무현 전 의원이 만든 CUG가 지금 ‘노무현 전자정부’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전문위원이 된 천호선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CUG는 노당선자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3단계로 변천했다”고 말했다. 초기 단계(90년대 말∼2002년 초 민주당 경선)의 CUG는 일종의 명함 관리용이었다. 노당선자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이름, 주소, 연락처, 학력, 경력, 친구 등 기본적 인적사항은 물론 어디서 누구의 소개를 통해 어떤 경위로 만났으며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지 등 세세한 정보까지 모두 CUG에 입력했다. 노당선자는 측근들에게도 CUG에 같은 방식으로 내용을 입력하도록 해 정보를 공유했다. 특화된 조건에 맞는 인명 검색도 가능하도록 했다. 2002년 초 민주당 경선 때 노당선자와 그의 측근들은 CUG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10만여명의 지인들을 ‘지지세력’으로 활용했다.
노당선자는 2002년 11월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공식 등록하면서 기존 CUG와는 별도로 제2의 CUG를 만들었다. 노당선자와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간부 수백여명이 활용하는 CUG였다. 선대본부 내 각 부처의 비공개 회의 내용, 기밀 전략 보고서, 회의용 참고자료, 각 부처가 숙지해야 할 긴급 정보, 모든 간부들의 연락처 등이 CUG에 올라왔다. 정보에는 6단계의 등급을 매겨 직위에 따라 접근권에 차등을 뒀다. 이후 선대본부에선 서류가 사라졌다. 본부장들은 PC를 보며 회의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CUG 도입은 성공적이었다. “부처간 정보 차단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이 줄었으며 순발력이 향상됐다. 회의 때 모든 내용을 얘기할 수 없는 점도 해결됐다. 선대위 각 부처 간부들은 대선이 진행되는 전체적인 구도를 파악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지향점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천호선 위원)
처음엔 명함 관리 … 인수위 간부 ID 부여 접근권엔 차등
노당선자는 당선 이후 회의에서 “인수위의 활동과정을 내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인수위를 위한 3기 CUG가 만들어졌다. 대신 민주당용 2기 CUG는 폐쇄됐다. 그러나 노당선자는 1기 CUG는 존속시키며 지금도 경선 캠프 때의 핵심 측근들과 활용하고 있다. 노당선자의 현재 홈페이지 이름은 ‘KnowHow’다. 1기 CUG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인수위용 CUG의 운영방식은 민주당용과 비슷하다. 1월3일 인수위 간부 200여명에게 ID가 부여됐다. 정보 접근권에도 차등을 뒀다. 인수위 내 6개 분과위에서 작성되는 각종 대외비 문건 등 활동내역, 공유할 필요가 있는 정보가 CUG에 올라오게 된다. 당선자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노당선자는 거의 매일 CUG에 접속한다고 한다.
노당선자의 한 측근 의원은 기자에게 “노당선자가 취임하면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의 직무에 CUG시스템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용 4기 CUG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CUG를 활용할 경우 CUG시스템은 노무현 정부의 모든 정부 부처, 상당수 공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수위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전자정부는 민원처리의 전산화와 문서결재의 전산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자정부’는 여기에다 정부 부처 내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쌍방향 의사소통, 정보공유, 투명화를 실질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8년 전 자택 서재에서 386컴퓨터로 만든 프로그램이 이제 한국의 정부 시스템 전반을 변혁시킬 주역으로 떠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