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2

2016.06.15

사회

전격 압수수색, 한국면세점협회가 수상해

‘관피아’ ‘독과점’의 온상…세관장 출신 연달아 이사장, 한 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6-10 15:59:2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사)한국면세점협회(면세점협회)가 5월 13일 취업청탁 비리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은 전직 세관 공무원 A씨가 취업청탁 명목으로 면세점협회 간부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면세점협회 핵심 간부인 B국장과 C팀장의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기록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A씨가 수입업자로부터 4000만 원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졌다.  

    면세점협회는 전체 면세점업계를 대변해 정부와 국회 등에 면세사업정책을 제안하는 단체로 2004년 설립됐다. 관세정책에 따라 면세점업계의 사업 방향이 정해지는 만큼, 면세점협회는 관세청과의 업무 협조를 빌미로 그동안 관행처럼 관세청 2급(국장급 및 세관장급) 간부를 이사장직으로 선출해왔다. 전임자인 이종인, 이성일, 박재홍, 안웅린 이사장은 물론 현 이원석 이사장도 관세청 출신이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4월 면세점협회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의식한 듯 협회 설립 후 처음으로 이사장직을 공개모집한 바 있다. 당초 이사장 선임은 4월 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면세점협회 측에 확인한 결과 아직까지 새로운 이사장은 선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면세점협회 관계자는 “현재 내정자는 있는데, 아직 검토 단계라 누가 뽑혔는지 밝히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면세점협회 이사장은 협회 운영 및 기획은 물론, 업계 활성화 방안 마련이나 제도 개선 정책 제안, 국회 및 대정부 건의 등 대외 협력 업무를 총괄한다. 지난해부터 수차례 진행된 면세점제도 개선 관련 공청회도 이 이사장이 직접 참석해 업계를 대변했다. 결국 관세청은 3월 말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보세판매장(면세점)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면세점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특허권 심사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자동갱신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했다.





    관세청에서 나오면 면세점협회로 이동

    이사장직뿐 아니라 현재 면세점협회에서 근무하는 관세청 퇴직 공무원은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협회 총 59명 직원 가운데 관세청 퇴직 공무원은 23명(본부장 1명, 보세사 22명)이나 된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관세청 출신 공무원 상당수가 재직 중 관세사나 보세사 등 자격을 취득하기에 가능한 일이지, 관피아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면세점협회의 또 다른 병폐는 ‘한 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이라는 점이다. 면세점협회는 면세점사업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데 면세점시장을 롯데가 60%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가장 많은 회비를 내고 있고, 회장직 역시 롯데면세점 대표가 계속해서 맡고 있다. 면세점협회 정관에는 협회장이 사업자 내부 인사 이동을 할 경우, 후임 대표이사가 협회장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롯데면세점 대표가 회장직을 승계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면세점협회는 면세점사업자 전체의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롯데면세점 자사 이익을 중점적으로 대변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독과점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협회장직은 이사회 투표로 진행되고, 매출 규모면에서 롯데면세점이 가장 크다 보니 업계 관계자들도 롯데가 대표성을 지니는 게 맞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업체 대표들도 협회장직을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항변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