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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미세먼지 깜짝쇼

고등어는 누명 쓰고 경유차는 협박당하고

대통령 “미세먼지 대책 강구” 한마디에 날벼락…석탄화력발전은 슬그머니 증설 계획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고등어는 누명 쓰고 경유차는 협박당하고

고등어는 누명 쓰고 경유차는 협박당하고

6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이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고등어, 삼겹살 등 구이음식과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던 환경부가 태도를 바꿨다. 환경부는 5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식을 굽는 과정에서 다량의 미세먼지가 배출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주가 지난 6월 6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굽는 조리방식과 미세먼지의 관계에 대한 발표를 번복했다. 환경부는 “음식을 구울 때는 환기를 잘 시켜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번복 이유를 밝혔다.

경유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3일 환경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유차와 관련해서는 경유 가격 조정 및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의 유보적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경유차를 규제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환경부 대책은 경유차 규제 시행 이전에 등록된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원인이라는 정부의 진단도 정확하지 않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구이음식이나 경유차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심각한 미세먼지 배출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은 6월 3일 “심각한 미세먼지 배출원은 석탄화력발전소”라며 “정부의 화력발전설비 증설 계획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당일 석탄화력발전소를 일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는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라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의심된다.



고등어는 가격 폭락 수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6월 2일 고등어 한 마리의 소비자 가격은 2949원. 5월 26일(3451원)보다 14.5% 떨어졌다. 2주 만에 고등어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환경부가 23일 내놓은 보도자료 때문이다. 환경부는 밀폐된 주방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구우면 실내에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2290㎍까지 올라간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세먼지 오염 수준 ‘매우 나쁨’(101㎍)의 22~23배에 이르는 수치다. 삼겹살은 1360㎍, 달걀부침은 1130㎍, 볶음요리는 183㎍, 찌개요리는 119㎍이었다. 집에서 음식을 요리해 먹는 행위 자체가 대기를 ‘매우 나쁨’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초미세먼지 가운데 생물성 연소에 따른 초미세먼지 배출 비율은 15%로 높은 수준이다. 만약 이 조사대로 고등어와 삼겹살 같은 구이음식이 실제로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면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집집마다, 관련 업소마다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 하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해 현실적인 해결 방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등어가 누명을 썼다고 말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음식을 구운 후 환기하지 않고 측정해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일 뿐, 환기만 하면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고등어 관련 실험 결과 발표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결과를 그대로 정책으로 이행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어 가격이 떨어지고 국민의 불안이 심화하자 정부 부처도 뒤늦게 고등어 논란 진화에 나섰다. 6월 6일 환경부는 해양수산부, 국무조정실과 함께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5월 23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는 실내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조사는 요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실외 대기 중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까지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갑작스러운 ‘미세먼지 깜짝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촉발됐다.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들이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고등어와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고 갔다. ‘고등어 주범론’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자 이번에는 경유차에 모든 누명을 뒤집어씌웠다. 이 모든 과정이 전광석화 같았다. 급기야 환경부는 5월 23일 미세먼지의 주원인을 경유차로 지목해 세금 인상안을 고려 중이었다. 경유에 붙은 세금을 인상해 경유 가격을 휘발유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유 가격 인상안은 여론과 여야, 그리고 경제 부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경유차 주범론 내세워 세금 인상 꼼수

고등어는 누명 쓰고 경유차는 협박당하고

미세먼지 주범으로 의심되는 경유차. 그러나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핵심 원인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5월 31일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온 국민이 (미세먼지 때문에) 불안해하는데 정부 대책은 경유 가격 인상”이라며 “경유 소비 촉진은 정부가 한 것이다. 화물차에 버스 수준의 보조금까지 주며 경유차량 사용을 촉진하다 이제 미세먼지 주범이 되니까 경유 가격을 인상한다는 안일한 대책만 내놓는 정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5월 31일 국민의당 최고회의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서민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경유 가격 인상을 거론하고 고등어까지 탓하는 것은 정부답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여당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6월 2일 열린 ‘미세먼지 관련 당정 협의’에서 “(정부가) 국민적 합의 없이 고깃집을 규제한다든지, 경유 가격 인상처럼 서민 부담을 가중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어 조금 우려도 된다. 정부가 대증요법이 아닌 근원적 처방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회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 관련 부처들의 반발도 경유 가격 인상에 걸림돌이었다. 관가 안팎의 평가에 따르면 환경부는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며 경유세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기획재정부는 ‘증세로 인한 서민 부담’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세먼지 특별 관리를 위한 관계장관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경유차 증가 억제를 위한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 문제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앞으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좀 더 합리적인 추진 방안을 검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경유 가격 인상은 유보된 것이다.

6월 3일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종합대책에는 경유 가격 인상이 빠졌다. 그 대신 경유차에 주어지던 각종 혜택을 사실상 폐지했다. 경유차의 저공해차 지정 기준을 휘발유·가스차 저공해차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 것. 지금까지 경유차의 저공해차 인증 기준은 질소산화물의 경우 km당 0.06g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를 휘발유차 수준(km당 0.019g)으로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 개정 내용의 핵심이다. 현재 기술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경유차는 없으니 저공해차로서 경유차가 누려온 혼잡통행료와 공항 공영주차비 할인 혜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한편 환경부는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했지만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는 통계적 근거는 희박하다.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 자료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 1차 배출량 10만6610t 가운데 도로이동오염원에서 발생한 양은 1만1134t으로 10.44%에 불과했다. 전국 사업장 보일러 등 제조업 연소는 39.02%를 차지했으며 도로나 공사장 등에서 날리는 비산먼지(16.06%), 생물성 연소(11.89%)의 비중보다도 낮았다. 다만 경유차가 배출하는 황화합물이나 질소산화물 등이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점을 고려해 경유차가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추정할 뿐이다.

게다가 자동차는 늘었지만 자동차가 배출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총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6월 2일 오후 ‘2013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가 주를 이루는 도로이동오염원은 2013년 33만5721t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2012년 34만5666t보다 1만t 이상 줄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등록차량은 약 53만 대 증가했다. 도로이동오염원이 직접 내뿜은 미세먼지(PM10)도 1만2103t을 기록해 2012년 1만2969t보다 800t 이상 줄었다. 초미세먼지(PM2.5)는 같은 기간 1만1932t에서 1만1135t으로 역시 800t가량 감소했다. 학계에서도 경유차 규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경유차를 규제했을 때 미세먼지와 관련해 어느 정도 대기질 개선이 있을지 과학적 증거가 전혀 부재한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경유차 규제를 강행하고 있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경유차의 저공해차 인증 기준을 강화해 경유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인증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저공해차 인증을 받은 차량은 약 80종 200만 대 수준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경유차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차량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저공해차 혜택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장 눈앞의 혜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유차에 대한 혜택과 수요를 사실상 없애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정부가 던진 것이다. 상징적 의미가 강하고 심리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어는 누명 쓰고 경유차는 협박당하고

손 놓은 석탄화력발전소 대책

석탄화력발전소가 뿜는 미세먼지는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의 3.4%로 적은 양에 속한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주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황(SO2)은 공기 중 화학 반응을 통해 2차 초미세먼지를 생성한다. 2차 초미세먼지를 합하면 석탄화력발전소는 실제 배출량보다 많은 미세먼지를 생성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차 생성 초미세먼지의 규모는 현재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 환경부의 2024년 수도권 미세먼지 전망에 따르면 2010년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어들지만 2차 생성 초미세먼지는 오히려 늘어난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장기적인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에는 석탄 화력발전소 대책도 명시돼 있다. 환경부는 노후 발전소 10기를 폐기 및 대체하고 신설 석탄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을 영흥화력 수준(질소산화물 10ppm, 미세먼지 1㎍/㎥)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발전소의 미세먼지를 줄일 예정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측은 환경부의 석탄화력발전소 대책에 큰 실효가 없다고 주장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기만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동언 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노후되면 고치거나 폐쇄하는 것은 당연하다. 석탄화력발전소를 감축해야 할 상황인데 정부가 증설 계획을 백지화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환경부의 석탄화력발전소 대책은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2023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두 정책이 상충한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종합대책과는 무관하게 노후 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이다. 발전소 10기가 폐쇄되면 전력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우고자 7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20기를 증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일종의 쇼였다.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미세먼지 관련 대책이 빠르게 수립되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여론의 부침으로 대책이 계속 변경됐다. 졸속으로 나온 대책인 만큼 내실도 없다. 6월 3일 발표된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지금도 환경단체와 경제 관련 부처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아직도 대책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Tip
▼ 공포의 초미세먼지 ▼

미세먼지는 크기를 기준으로 PM10과 PM2.5로 나뉜다. PM은 미세먼지를 뜻하는 Particulate Matter의 약자로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단위로 측정된다. 국내 기준으로 PM10 이하는 미세먼지, PM2.5 이하(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30~1/20 수준)는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은 입자가 작을수록 크다. 입자가 미세할수록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흡입 시 폐포까지 직접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모세혈관을 타고 체내 깊숙이 들어가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3년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만큼 초미세먼지는 위험한 물질이다.

초미세먼지는 대기로 직접 배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 중 오염물질의 합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미세먼지의 발생 과정에 따라 1차 생성먼지와 2차 생성먼지로 구분된다. 1차 생성먼지는 말 그대로 오염원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먼지를 말한다. 2차 생성먼지는 자동차, 화력발전소 등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대기 중 오염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생한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PM2.5의 초미세먼지는 주로 2차 생성의 경로로 발생한다.







주간동아 2016.06.15 1042호 (p22~25)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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