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2

2016.06.15

안보

‘북핵 정밀타격’ 시뮬레이션 해보니

美 안보싱크탱크 “B-2 10대, F-22 24대, 순항미사일 600기 동원해 스텔스 공격”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6-06-10 15: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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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랫포(STRATFOR). 1996년 창립돼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미국의 안보 전문 정보회사다. 학계 연구자뿐 아니라 전직 정보 분석 관료나 군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안보 관련 이슈를 빠르게 분석한 뒤, 온·오프라인을 통해 관련 동영상 등을 각국 기업과 회원에게 배포하는 방식으로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6월 초 이 회사가 흥미로운 보고서 한 편을 주요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무력을 통한 핵 프로그램 대응(Dealing a Nuclear Program by Force)’이라는 제목은 점잖기 짝이 없지만, 총 5장으로 구성된 세부 내용은 사뭇 다르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나선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한지 검토한 결과가 주요 골자.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완전히 꺾어버릴 수 있는 정밀타격 작전 시나리오가 그 중심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이라는 개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을 거론하며 기세를 올리던 2000년대 중반 이후 워싱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핵시설이나 관련 군사기지만을 제한적으로 공격한다 해도 전면전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공감대였다. 그러나 문제의 보고서는 이러한 분위기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해 보인다. 보고서가 곳곳에서 강조하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실전배치하고 나면 군사적 옵션은 검토조차 불가능해진다’는 문장이 그 방증이다. 한 서울주재 제3국 외교관은 “영향력을 지닌 스트랫포 같은 조직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한국에서도 주목해야 할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동원 가능 전력, 목표물 수량 능가”

    이 같은 상황 인식은 보고서가 1장에서 전하는 시간표에서도 드러난다. 평양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와 2017년 한국 대선이라는 정치 스케줄을 명확히 꿰뚫어보고 있으며, 이 2년여 시간에는 두 나라 모두 북핵 문제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 그사이 핵 개발과 실전배치를 완료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최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발 빠른 행보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2장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백지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공습해야 하는 주요 타깃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5MWe 원자로 등이 있는 영변 단지와 태천의 200MWe 원자로 건설현장 등 주요 플루토늄 생산시설이 첫 번째다. 여기에 평산 광산 등 우라늄 관련 설비를 파괴하면 북한이 추가 핵물질을 확보할 방법은 사라진다는 것. 이에 더해 노동, 무수단, KN-08, KN-14 등 핵 장착을 시도해온 것으로 보이는 주요 미사일 전력, 핵 투하가 가능한 H-5(IL-28의 중국산) 폭격기 등 공군전력,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을 건조 중인 신포항 등 주요 투발 수단을 한꺼번에 파괴하는 게 정밀타격 작전의 목표가 되리라는 이야기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경우 미국이 동원하게 될 자산을 열거한 3장이다. 가장 유력한 수단은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 등 스텔스 항공전력. 북한의 조밀한 레이더망을 뚫고 직접 타격이 가능한 이들 전력이야말로 북핵 파괴 전력의 주축(backbone)이라는 설명이다. B-2의 경우 미 본토에서 언제든 10대 이상을 한반도로 출격시킬 수 있지만, 작전 반경이 짧은 F-22는 사전에 주한·주일미군기지에 배치해둬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 경우 미군이 동원 가능한 F-22는 24대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미국 측이 F-22를 주일·주한미군기지에 전개시키는 데는 이러한 맥락이 깔려 있다.

    영변 단지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폭격하는 데 사용될 폭탄의 종류와 수량도 보고서는 검토했다. F-22 한 대가 2기를 장착할 수 있는 450kg급 GBU-32가 첫 번째 후보다. B-2의 경우 900kg급 GBU-31을 16기까지 탑재할 수 있고, 지하시설 파괴용인 1만3600kg급 GBU-57은 2기를 실어 나른다. B-2 폭격기만 작전에 투입한다 해도 총 10기의 지하관통탄과 80기의 GBU-31을 쏟아부을 수 있는 셈. 여기에 F-22가 주축을 이루는 2차 공격까지 이어지면 북한의 핵 개발 인프라는 백지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매우 힘든 결정이 될 것”

    공군전력이 핵시설을 주로 타격하는 동안 동해상에 전개시킨 오하이오급 잠수함 2~4척이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300여 기를 날려 보내 북한의 미사일·공군기지와 관련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7함대 소속 구축함이 합세할 경우 발사 가능한 순항미사일의 수량은 600기까지 늘어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200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차량. 이들을 한꺼번에 격파하려면 사전 위치 파악이 필수지만, 압도적인 미국의 정보자산으로도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앞서 설명한 북한 내 주요 목표의 숫자나 규모가 미국이 짧은 시간 내 전개할 수 있는 주요 전력의 폭탄이나 미사일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밀타격만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기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은 필수적으로 이후의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하므로, 북한의 모든 주요 전력을 한꺼번에 무력화하는 대규모 전쟁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북한의 보복공격 시나리오를 주로 검토한 4장과 예상 피해 시나리오를 따져본 5장은 한결 낯익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장사정포와 생화학 공격 능력, 단거리 미사일, 특수부대와 사이버전 능력까지 동원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보복공격에 매진하리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이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구밀집지역이 엄청난 타격을 입겠지만, 흥미롭게도 보고서는 한국군의 그간 설명과 달리 장사정포로 인한 인명피해가 수천 명 선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한다. 노후한 무기체계와 높은 불발탄 비율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보고서의 결론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이 이러한 시나리오로 연결된 공산이 크고, 따라서 매우 힘든 결정이 되리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결국 미 본토에 대한 공격 능력을 포함해 북한 핵무장이 현실로 닥쳤을 때 지불해야 하는 대가와, 현재 상황에서 정밀타격을 실행했을 때 닥쳐올 보복공격의 피해를 서로 가늠해봐야 하는 결정이라는 것. ‘북한 핵 능력을 파괴하는 작전을 수행할 완벽한 타이밍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양이 매년 핵무장에 다가가리라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5만6000자에 달하는 이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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