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봤을 때 멋있는 남자와 여자가 봤을 때 멋있는 남자는 조금 다르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성이 봤을 때와 이성이 봤을 때 약간의 편차가 생기는데, 이는 자신의 성이 가진 본능적 생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진희의 경우는 여자들도 좋아하지만 남자들도 좋아한다. 나 역시 그렇다. 김치냉장고 광고모델로 그가 등장했을 때, 여성 전유물이던 김치냉장고 모델 시장의 판도가 일순간 뒤바뀌었다. 물론 광고회사에서는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그의 상품가치를 충분히 조사하고 캐스팅한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중년까지 소화 “내게 딱 맞는 배역”
지진희가 연기자로서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는 1971년생, 우리 나이로 37세다(어떤 자료에는 1973년생으로 나와 있는데 이런 경우 대개 빠른 쪽이 맞고 늦은 쪽은 소위 ‘방송용’ 나이다). 명지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1999년 조성민의 뮤직비디오 ‘3류 영화처럼’에 캐스팅되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장밋빛 인생’(SBS), ‘여비서’(KBS) 등의 드라마를 통해 알려졌지만 결정적으로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이영애와 함께 출연한 ‘대장금’(MBC)이었다.
그 무렵부터 지진희는 TV의 지명도를 업고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H’(2001년) 등의 영화에 얼굴을 내밀기는 했지만 지진희가 영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운 때는 2006년이다. 그 사이 진가신 감독의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2005년)를 찍기는 했지만 그것은 ‘대장금’의 한류 붐을 통한 그의 인지도를 국제적으로 활용해보겠다는 상업적 계산에서 나온 영화였다. 2006년 한 해 동안 그는 3편의 중요한 영화를 찍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오래된 정원’ ‘수’가 그것이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문소리를 위한 영화였다. 어느 매력적인 여교수를 둘러싸고 지방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스캔들을 다룬 이 영화에서 지진희는 여교수의 비밀을 알고 있는 만화과 교수로 등장, 작품의 향방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가 맡았던 석규 역은 ‘쌍시옷‘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지금까지 지진희가 보여준 샌님 같은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배역이었다.
양아치 짓은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할수록 더 재미있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젠틀맨이 야비한 캐릭터로 등장해 거침없이 욕설을 하는 바람에 지진희의 열혈 팬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매력적인 시나리오와 주요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에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연출의 리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황석영 원작 소설로는 ‘삼포 가는 길’ 이후 오랜만에 영화화되는 ‘오래된 정원’은 염정아와의 이인극이라고 할 정도로 지진희의 존재감이 큰 영화다. 작가 황석영이 도피생활 중 구상했다는 이 소설은 일종의 80년대 후일담이다. 1980년 시민군이 점령한 계엄하의 광주에서 도청으로 진압군이 밀고 들어오기 바로 전날, 도피생활을 계속하던 사회주의자 오현우(지진희 분)는 한윤희(염정아 분)의 집에 숨어들게 된다. 시골학교 미술교사인 한윤희가 지인의 소개로 현우를 자신의 집에 숨겨준 것인데, 이후 6개월 동안 이들은 함께 산다.
차기작 ‘수’에서 하드보일드 액션 기대
‘오래된 정원’에서 지진희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열혈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로 나온다. 모두들 붙잡혔고, 자신이 나타나지 않으면 조직에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한 오현우는 도피생활을 접고 스스로 위험한 도시로 나간다. 그리고 바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17년 뒤 머리가 희끗한 모습으로 출소해 옛사랑을 찾아간다. 그러나 한윤희는 그가 출소하기 직전 세상을 떠난다. 지진희는 ‘오래된 정원’에서 젊은 시절부터 중년의 모습까지 소화하고 있다. 그는 영화에서 따뜻하고 정감 있으면서도 선비 같은 꼿꼿함이 살아 있는 그의 매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처음 배역 의뢰가 왔을 때 임상수 감독의 전작들처럼 노출 부분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을까 겁을 먹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뒤 너무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작품이 나에게 온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지진희는 오현우 역을 맡기 위해 영화 촬영 전 걷기 다이어트로 한 달 만에 몸무게를 5kg 감량했다. 도피 중인 수배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외아들로 자랐고, ‘단순하게 살자’라는 좌우명을 가진 그가 이렇게 프로 근성을 갖게 된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유명한 재일동포 출신 최양일 감독의 ‘수’는 2007년 1월 개봉 예정인데 하드보일드 액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진희는 어느새 성큼 연기자로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의 여백이 많은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이나 인간 본연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는 ‘나라야마 부시코’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지진희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촬영장에서도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찍고 다닌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스튜디오에서 2년 정도 광고사진 찍는 일을 했다. 매니저 박성혜 씨를 우연히 만나 연기자로 입문한 그는 ‘줄리엣의 남자’로 스타덤에 올랐다.
장난감으로 스트레스 푸는 낙천적이고 소년 같은 성격
지진희는 상대 여배우 운도 좋다. 그는 문소리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염정아와 ‘오래된 정원’을 연기했고 ‘수’에서는 강성연과 공연한다. 모두 연기력 면에서 상당한 내공이 있는 배우다. 특히 염정아와는 이미 영화 ‘H’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고, 소속사도 같다.
해외여행을 하고 들어오던 지진희의 가방 속에서 커다란 로봇 두 개가 나와 세관원들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지진희는 로봇 등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스트레스를 푼단다.
이처럼 낙천적이고 소년 같은 성격이 영화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그가 지금까지 맡은 드라마의 영향 때문이다. ‘대장금’의 근엄한 민 종사관은 대중에게 지진희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어쩌면 매우 위험한 배역이었다. 하지만 지진희는 의도적으로 민 종사관과는 다른 성격의 배역들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오래된 정원’에서도 비록 도피 중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통해 지진희의 해맑은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신영우 작가의 인기 만화 ‘더블캐스팅’을 영화화한 ‘수’에서 지진희는 어린 시절 헤어졌다 17년 만에 만난 쌍둥이 동생의 죽음으로 자신을 버리고 동생으로 부활해서 처절한 복수극을 벌이는 해결사 수의 역할을 맡았다. 그의 본래 모습과 많이 다른 캐릭터지만 배우의 위대함은 자신과 전혀 다른 역할도 실제 인물보다 더 실제답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진희는 30대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지만 이제야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6년 개봉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새해 개봉되는 ‘오래된 정원’ 그리고 ‘수’는 한국 남자 배우의 지형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지진희라는 연기자에 대한 평가를 바꿔놓을 것이다.
그런데 지진희의 경우는 여자들도 좋아하지만 남자들도 좋아한다. 나 역시 그렇다. 김치냉장고 광고모델로 그가 등장했을 때, 여성 전유물이던 김치냉장고 모델 시장의 판도가 일순간 뒤바뀌었다. 물론 광고회사에서는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그의 상품가치를 충분히 조사하고 캐스팅한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중년까지 소화 “내게 딱 맞는 배역”
지진희가 연기자로서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는 1971년생, 우리 나이로 37세다(어떤 자료에는 1973년생으로 나와 있는데 이런 경우 대개 빠른 쪽이 맞고 늦은 쪽은 소위 ‘방송용’ 나이다). 명지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1999년 조성민의 뮤직비디오 ‘3류 영화처럼’에 캐스팅되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장밋빛 인생’(SBS), ‘여비서’(KBS) 등의 드라마를 통해 알려졌지만 결정적으로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이영애와 함께 출연한 ‘대장금’(MBC)이었다.
그 무렵부터 지진희는 TV의 지명도를 업고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H’(2001년) 등의 영화에 얼굴을 내밀기는 했지만 지진희가 영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운 때는 2006년이다. 그 사이 진가신 감독의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2005년)를 찍기는 했지만 그것은 ‘대장금’의 한류 붐을 통한 그의 인지도를 국제적으로 활용해보겠다는 상업적 계산에서 나온 영화였다. 2006년 한 해 동안 그는 3편의 중요한 영화를 찍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오래된 정원’ ‘수’가 그것이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문소리를 위한 영화였다. 어느 매력적인 여교수를 둘러싸고 지방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스캔들을 다룬 이 영화에서 지진희는 여교수의 비밀을 알고 있는 만화과 교수로 등장, 작품의 향방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가 맡았던 석규 역은 ‘쌍시옷‘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지금까지 지진희가 보여준 샌님 같은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배역이었다.
양아치 짓은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할수록 더 재미있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젠틀맨이 야비한 캐릭터로 등장해 거침없이 욕설을 하는 바람에 지진희의 열혈 팬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매력적인 시나리오와 주요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에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연출의 리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정원’
차기작 ‘수’에서 하드보일드 액션 기대
‘오래된 정원’에서 지진희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열혈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로 나온다. 모두들 붙잡혔고, 자신이 나타나지 않으면 조직에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한 오현우는 도피생활을 접고 스스로 위험한 도시로 나간다. 그리고 바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17년 뒤 머리가 희끗한 모습으로 출소해 옛사랑을 찾아간다. 그러나 한윤희는 그가 출소하기 직전 세상을 떠난다. 지진희는 ‘오래된 정원’에서 젊은 시절부터 중년의 모습까지 소화하고 있다. 그는 영화에서 따뜻하고 정감 있으면서도 선비 같은 꼿꼿함이 살아 있는 그의 매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처음 배역 의뢰가 왔을 때 임상수 감독의 전작들처럼 노출 부분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을까 겁을 먹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뒤 너무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작품이 나에게 온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지진희는 오현우 역을 맡기 위해 영화 촬영 전 걷기 다이어트로 한 달 만에 몸무게를 5kg 감량했다. 도피 중인 수배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외아들로 자랐고, ‘단순하게 살자’라는 좌우명을 가진 그가 이렇게 프로 근성을 갖게 된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유명한 재일동포 출신 최양일 감독의 ‘수’는 2007년 1월 개봉 예정인데 하드보일드 액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진희는 어느새 성큼 연기자로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의 여백이 많은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이나 인간 본연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는 ‘나라야마 부시코’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지진희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촬영장에서도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찍고 다닌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스튜디오에서 2년 정도 광고사진 찍는 일을 했다. 매니저 박성혜 씨를 우연히 만나 연기자로 입문한 그는 ‘줄리엣의 남자’로 스타덤에 올랐다.
장난감으로 스트레스 푸는 낙천적이고 소년 같은 성격
지진희는 상대 여배우 운도 좋다. 그는 문소리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염정아와 ‘오래된 정원’을 연기했고 ‘수’에서는 강성연과 공연한다. 모두 연기력 면에서 상당한 내공이 있는 배우다. 특히 염정아와는 이미 영화 ‘H’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고, 소속사도 같다.
해외여행을 하고 들어오던 지진희의 가방 속에서 커다란 로봇 두 개가 나와 세관원들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지진희는 로봇 등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스트레스를 푼단다.
이처럼 낙천적이고 소년 같은 성격이 영화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그가 지금까지 맡은 드라마의 영향 때문이다. ‘대장금’의 근엄한 민 종사관은 대중에게 지진희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어쩌면 매우 위험한 배역이었다. 하지만 지진희는 의도적으로 민 종사관과는 다른 성격의 배역들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오래된 정원’에서도 비록 도피 중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통해 지진희의 해맑은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신영우 작가의 인기 만화 ‘더블캐스팅’을 영화화한 ‘수’에서 지진희는 어린 시절 헤어졌다 17년 만에 만난 쌍둥이 동생의 죽음으로 자신을 버리고 동생으로 부활해서 처절한 복수극을 벌이는 해결사 수의 역할을 맡았다. 그의 본래 모습과 많이 다른 캐릭터지만 배우의 위대함은 자신과 전혀 다른 역할도 실제 인물보다 더 실제답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진희는 30대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지만 이제야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6년 개봉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새해 개봉되는 ‘오래된 정원’ 그리고 ‘수’는 한국 남자 배우의 지형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지진희라는 연기자에 대한 평가를 바꿔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