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반도체 성능을 두 배씩 성장시킨다는 ‘황의 법칙’을 7년째 입증해 보인 그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자랑스러워하듯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40nm 32Gb 낸드 플래시메모리 개발의 의미를 ‘플래시메모리로 구현되는 유토피아 세상’, 즉 플래시토피아로 요약하기도 했다.
이로써 그는 ‘포스트 윤종용’에 성큼 다가선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총괄 지휘하는 윤종용 부회장은 1997년 1월 대표이사 사장이 된 이후 10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다. 2000년 1월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황 사장은 플래시메모리 시장을 두고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은 물론이고 미국의 인텔사까지 플래시메모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시장에 급속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입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을 확보한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뛰어난 기술 개발로 ‘수재 CEO’임을 입증한 황 사장은 비즈니스 감각도 탁월하다. 미국의 신예 여성 골프선수인 폴라 크리머와 최근 가진 라운딩에서 삼성전자의 분홍색 휴대전화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평소 온통 분홍색 옷으로 차려입는 크리머는 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기술 개발팀은 40여 개에 달한다”며 “이것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조직 문화가 관료화돼 핵심인재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그는 매월 한 번씩 자신이 눈여겨보는 핵심 인재들의 멘토(상담) 역할도 자처한다.
과연 ‘황의 법칙’은 언제까지 실현될 수 있을까. 세계의 이목 속에 그는 “조만간 다양한 퓨전 메모리를 선보일 것”이라며 늘 그렇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