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남편이 됐으니 내조 잘해야죠.” 4월, 한명숙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로 확정되자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NGO 대학원 겸임교수가 한 말이다. 아마도 자신이 과거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13년간 옥바라지를 하고, 그 탓에 마흔 넘어 늦둥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버무려진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을 터다.

그랬던 그가 다짐을 단번에 뒤집었다.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단체 ‘비폭력 평화물결’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 범대위) 활동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진 것. 더욱이 아내가 총리로 취임한 후인 5월에도 여전히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 반대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한 총리가 취임한 후 공동대표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이며, 평택 범대위 관련 활동을 한 적이 없다”던 그의 부인(否認)조차 단체의 회비와 후원금을 자기 명의의 은행계좌로 받고 있음이 곧 드러남으로써 무색해졌다.

아내가 ‘미군기지 재협상 불가’ 대국민 담화문까지 내가며 국가 시책을 고심하는 동안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일만은 삼가야 하는 게 남편 된 도리 아니었을까. 박 교수가 ‘외조(外助)’라는 최적의 단어를 놔두고 ‘내조(內助)’라는 단어를 쓴 것에 모종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어쨌든 그가 외조를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으니….

한 사업가에게 해외 진출을 도와주겠다며 외교관을 소개해주고 명품 양복과 노트북, 휴대전화, 만년필 등 500만원어치 선물을 받았다가 뒤늦게 돌려준 청와대 경호실 간부. 그는 명품업체 PR 매니저로 특채될지도 모른다.

달리 명품(名品)인가. 국가원수의 신변을 24시간 책임지고 있는 경호실의 빗장마저 풀게 했으니 명품도 이만한 명품이 없다. 양복의 상표권자인 아르마니와 구찌 측은 모름지기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반면 자기 식구의 부적절한 처신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해당 사업가가 낸 진정이 청와대로 접수된 뒤에야 사실을 알게 된 경호실 측은 진정한 ‘명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예산 등 운영 면에서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독립돼 있는 데다 비서실 민정 파트의 감찰 또한 받지 않는다니 지금껏 무늬만 명품이었던 셈이다.

그나저나 문제의 경호실 간부는 명품업체 면접 대비를 잘 해야겠다. 고가의 선물을 받아놓고도 “그렇게 비싼 물건인 줄 모르고 순수한 뜻으로 받았다”고 했으니 일단 명품의 가격부터 공부하시길….